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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는 이원제 한국의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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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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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의 CT검사

미국에서 면허증을 가진 의사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정확한 과학적 진단을 얻기 위해 누구나 CT스캔 오더(처방)를 낼 수 있다. 오더에 임상진단 또는 찾고자 하는 병변을 명시해야 하며, 실제 CT를 시술하는 방사선전문의에 의해서 재차 오더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스크린한 다음에야 검사를 받는다.  

CT스캔의 적정심사권한이 스캔 시행자이자 전문교육을 받은 방사선전문의에게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CT스캔이 고가(1000~2000달러)의 검사이고, 비용을 지불하는 건강보험회사에서 검사의 적정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매한 이유로 검사비용을 지불받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다. 병명이 국제진단코드에 없거나 '허혈', '쇠약' 등 막연한 진단으로 주먹구구식 병변을 찾으려는 오더는 기각되기 마련이다.

만에 하나라도 과학과 거리가 먼 치료목적을 위해서라거나 또는 추상적인 병변발견을 위한 CT오더를 상습적으로 되풀이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러한 행위는 징계대상이나 면허증박탈사유가 될 수 있다.

근래 의사 오피스에서 CT스캔과 PET스캔 그리고 MRI 등 진단이미지(Diagnostic Imaging, DI) 기구설치와 서비스가 성행함에 따라 의료비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특히 DI 남용이 공공의료비 특히 메디케어(노인의료) 비용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자문기관 패널은 2005년 1월 공공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논의한 바 있으며, HHS(보건부)장관으로 하여금 의사들의 메디케어에 대한  DI 검사와 판독비용 청구를 통제하는 전국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을 의회에 건의토록 했다. 정부자문기관 패널은 "DI검사는 생명을 구하지만, 질적으로 낮은 검사는 재검사와 오진과 부적당한 치료로 인도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를 첨부했다.

미국의 CAM

미국서 영양소나 약초를 포함한 많은 민속약품은 법적으로 보조식품(supplement)으로 인정되어 약품 아닌 식품으로서 일반 건강식품 점포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으로 FDA(식약청)에서도 일반약품같이 강력한 단속을 못하게 되어있지만, 에페드라(Ephedra)에서처럼 일단 부작용이 노출되면 가차 없이 판매금지처분을 한다(참조 필자칼럼 70 '마황의 종말').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부 국민이 대체의학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주류의학에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의학계 일각에서 일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NEJM와 그 계파의 학자들은 허브 등 대체의학이 크게 기대할 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민간의 '잡초'의학으로 내버려두되, 독성으로 말썽이 난 것 만 가려내야 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보완대체의학)은 현대(정통)의학으로 흡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JAMA지와 특히 하버드의 Eisenberg교수의 노력으로 1998년 연방정부 HHS(보건부)내에 NCCAM(National Center for CAM,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이 창설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관해서는 본지(필자칼럼 47과 48번 '미국의 보완대체의학 흡수 대책')와 의학신문(2003년 6월 '보조식품과 미국' 시리즈)에 자세히 소개했으므로 이번 원고에서는 중복을 피한다.

NCCAM 창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한약제 등 허브의 해독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데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특기할 일은 현재 NCCAM에서 CAM의 흡수를 위해 대대적인 연구를 벌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극히 일부의 허브를 현대의학에 수용하려는 형식상의 연구시도가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미국의 NCCAM 존재에 대해 한국의 심봉섭 교수께서 적절한 평을 한 바 있으니 참조 바란다(의학신문 2004년 8월 2일).

사실이지 NCCAM이 하는 일이라곤 에페드라에서처럼 일부 말썽이 난 허브에 대한 검정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미약한 예산이 이를 말해주고도 남는다(표에서 *표식은 암 연구소와 비교해서 너무나 적은 CAM 연구예산을 알림).

2004년도 NIH 예산이 277억 4276만 달러이고, 그 중 NCCAM 예산이 겨우 1억1620만 달러를 넘는 액수로 되어있으니 다른 분야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이다. 이 쥐꼬리만한 금액으로 만성질환에 이용되고 있는 몇 가지 CAM에 대한 제3기 임상연구에 충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표>는 NIH 각 부처별 예산금액을 나타낸다. 국립암연구소(NIC) 약 48억 달러,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질환연구소(NIAID) 에이즈 포함 약 43억 달러, 국립심장폐장혈압연구소(NHLBI) 약 29억 달러를 비롯해서 10억 달러 예산을 초과하는 부처만 해도 국립당뇨병 소화기 및 신장질환연구소(NIDDK), 국립신경장애 및 뇌졸중연구소(NINDS),  국립일반의학 및 과학연구소(NIGMS),  국립소아 및 인간발육연구소(NICHD),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국립연구자원센터(NCRR) 등이다.  

NCCAM 예산액은 표에서 보듯 NIH의 26개 분야별 예산 중 건물시설(B&F)과 국제비용(FIC)을 제외한 연구부처 가운데 말단에 속한다.

미국서 신약 1개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3억~8억 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NCCAM 예산 1억 달러는 체면유지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심 교수의 평처럼 "미국의 NCCAM는 NIH서 들어오는 돈을 내버릴 수도 없고 해서 존재하는 기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한국뉴스다. 한국정부는 한약재 과학화 사업을 위한 10개년 계획으로 2005년도 착수예산 20억원(약 200만 달러)을 투입했다는 소식인데 이것이 한의학현대화에 1%라도 기여할지 의문이다. 고급주택 1개 값에 불과한 연간 예산으로 한국정부가 외치는 '전통의학 세계화'하겠다는 장담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만화를 연상하듯 희극적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한국에 나가서 일한 적이 있는 교포의사가 쓴 글에서 "한국에는 한약으로 인한 '독성간염'이 많아도 의사들이 묵과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다. 이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독성간염발생 원인의 약 60%가 한약과 한약재에 의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한국의 식약청에서 공개했다.

한편 한의사협회는 "한약에 간염을 유발하는 독성이 없다"고 반론했다.

의학 논의는 과학적 증거 제시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정치와 예술처럼 언변과 느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과학에 바탕 둔 CT기구는 현대의학인의 전속물이어야만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의료일원제는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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