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1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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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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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언론 축복받는 의료과오-3


잘못된 부위수술(wrong site surgery, WSS)은 세계 도처에서 말썽이 나고 있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언론축복을 받고 있는 선진국현상이다.

여기에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유명한 사건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1999년 1월 11일 일본 요꼬하마 시립대학병원에서 심장질환과 폐장질환의 환자를 뒤바꿔 수술한 의료사고가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사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장환자 A는 74세 남자며 신장 166.5cm. 체중 54kg이고 정밀검사결과 승모판 폐쇄기능부전증(mitral insufficiency)으로 진단되어 상기 대학병원의 제1외과병동에 입원했으며, 심장수술(승모판성형술과 대치술)예정이었다.

폐장환자 B는 84세 남자며 신장 165cm. 체중 47kg. 이고 건강진단에서 폐종양 의심을 받아 A와 같은 제1외과병동에 입원했고, 의심된 폐장의 개흉생검(開胸生檢)예정이었으며 만일 악성일 경우 동시에 폐장절제수술을 할 계획이었다.

운명의 날(1월 11일)아침 제1외과 병동을 담당한 간호원(a-RN)이 환자 A를, 같은 병동의 다른 간호원(b-RN)이 환자B를 아래층의 수술실로 옮기기 위해 승강구까지 운반했다. 여기서 b-RN은 일이 바빠 환자 B를 a-RN에 맡기고 병동으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제1외과병동에서는 간호원이 두 그룹으로 나누어 환자를 캐어하고 있었으며, 여기서 a-RN은 다른 그룹에 속하는 환자 A와 B와는 면식이 없었다. 아래층에 이른 a-RN은 모르는 환자 2명의 환자운반차(stretcher)를 혼자 번갈아 밀면서 수술실 밖에 세우고서, 수술실을 향해 “환자 A와 B가 왔어요”라고 말했다. 수술실 담당 책임간호원(c-RN)은 며칠 전에 이미 두 환자와 면담했음으로 면식이 있었고 진료기록도 보았다.

심장환자 A: c-RN은 먼저 a-RN으로부터 환자 B라고 인계(조사에서 a-RN은 사실을 부인했음)받았다는 환자(실제는 A)를 폐장수술실의 담당간호원에게 알렸다.

환자 B를 인수하러 간호원 둘(d-RN과 e-RN)이 나타났고, 그들은 환자확인을 위해 “B씨 안녕하세요!”라고 부르니 환자(실제 A)가 호응하더라는 것이다(사실인즉 이때 환자 A는 난청에다 수술 전 처치로 모르핀주사 영향도 있었다).

아무튼 수술 전 체크에서도 c-RN은 “B씨! 전에 면담한 c-RN입니다”, “잘 자셨지요?” 등을 질문했으나, 모두 Yes라는 답변이었다고 한다.

폐장환자 B: 심장수술담당 간호원(f-RN과 g-RN)은 c-RN으로부터 통고 받은 환자 B를 심장환자 A라 믿고서 심장수술준비가 진행 중인 수술실로 옮겨버렸다. 물론 f-RN과 g-RN은 환자와 면식이 없었다.

병동에서 두 환자를 운반해온 a-RN은 환자 차트를 한몫 가져와서 A의 차트는 심장수술실에, 그리고 B차트는 폐장수술실로 정식인계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차트와 환자는 서로 다르게 인계돼버린 셈이다.

폐장환자 B의 심장수술 희극: 심장수술실에서 수술준비를 하던 중에 담당 f-RN과 g-RN은 환자(실제 B)에게, “A씨 심전도 붙임니다”, “A씨 혈압기 감습니다” “A씨 졸리지 않아요?”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으며, 환자는 순순히 대답했다고 한다. 환자 B는 A와 달라 난청도 없었고, 모르핀주사 맞기 전이라 의식도 맑았는데, 왜 다른 이름(A)을 불러도 Yes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훗날 있었다. 그러나 84세의 고령과 수술직전의 스트레스를 감안한다면 그럴 수도 있는 문제다. 필자를 포함해서 70대에서도 가끔 노망하는 일이 있으니 말이다.

수술시작 할 무렵 환자(A)를 면담한 적이 있는 마취의사 K가 들어와서 환자를 향해 “A씨 안녕하세요!”라 부르니 환자(실제 B)는 Yes라 응했다. 면담으로 K의사는 A와 면식이 있으며, A가 난청이고 상부에 의치가 있음을 확인하고서 “수술날엔 의치를 빼세요!” 라고 지시한 사실도 있었다.

마취착수하며 목구멍에 관을 넣을 때 환자치아가 완전한 것을 보고 의아하게 느끼며 옆의 h-RN에게 의치에 대해서 문의하니, “병동의 a-RN으로부터 그런 인계 말이 없었어요”란 답변이었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 머리카락이 짧고 백발(B는 84세)인 것을 보고도 면담한 환자(A)와 전혀 다르다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었으면 청진기로 환자(A)가 갖고 있는 특수한 심장잡음의 결여를 확인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집도의인 심장외과교수와 조수가 입장해 보니 가슴의 면도한 범위가 넓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사실 심장수술엔 앞가슴 전체를 면도질하게 되어있다).

수술실내 검사결과도 의문투성이였다. 수술대에서 X-선은 심장비대가 있어야할 환자심장의 폭이 흉부의 37%(실제는 58%)에 불과했으나 집도자는 이를 무시했다.

폐동맥압과 폐동맥 계입압(wedge pressure) 등이 정상치로 나왔고, 초음파검사에서도 좌심방확장이 없었으며 승모판의 역류현상도 아주 적었다(B와 같은 84세에서 약간의 현상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심장환자 A의 소견은 뚜렷한 이상수치라야 한다).

여러 가지 의심점을 인정한 수술팀은 환자확인작업을 시작했으며, 환자머리카락이 짧은 것은 전날 이발을 했으리라 추측했고, 수술실의 심장검사소견에서 정상에 가까운 수치는 마취결과 말초혈관이 확장되어 여러 심장증세가 호전된 결과일거라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외과교수지시로, 제1외과병동에 전화 걸어 바른 환자를 옮겼음을 확인했으며, “의사선생님 말이 A환자 얼굴이 다르지 않나 하는데, 확실히 A를 여기 수술실로 보냈지요?” , “그럼요! 정각에 보냈지요”라는 대화로 끝났다.

실제 환자 B의 등에는 척추협착증 수술을 2번이나 받은 상처가 있으며, 환자확인과정에서 이런 기록이 없는 A의 차트에도 무관심했다.

가슴을 열고 심장에 들어가서 승모판 부위의 병변이 너무 가벼워(앞서 언급했듯이 84세 노령에서 이 정도는 있을 수 있는 병변이다. 사고 후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수술실에서의 심장검사소견만으로 수술을 중지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의심하면서도 예정된 수술을 완료했다.

심장환자 A의 폐장수술 희극: 위와 같이 일본의 한 대학병원에서 폐장환자 B가 환자 A대신 잘못 심장수술을 받고 있는 같은 시간에, 다른 수술실에서는 심장환자 A가 환자 B대신 폐장수술을 받고 있었다.

마취의사가 주사를 시작하면서 환자(실제 A)에게 “B씨 안녕하세요! 이제 주사부터 시작합니다”고 말하면서도, 며칠 전 면담 때와 얼굴이 다른 환자인줄 착안하지 못했다. 등에 부착한 테이프표시(심장수술에 흔히 부침)를 보고 “누가 이따위로 붙였냐”며 뜯어버렸다. 마취의사그룹이 함께 환자를 확인하는 것이 상례이나, 이날만은 생략했다. 다음 외과의사들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환자얼굴이 마스크 등으로 가려져 면식이 있어도 분별할 수 없었다.

B환자차트엔 등에 큰 수술상처가 있다고 기재돼 있음에도,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등을 체크하지 않았다.

CT검사결과 B의 오른쪽 폐에 작은 종양이 있어 개흉생검(開胸生檢)해서 만일 악성이면 폐장절제수술을 한다는 것이 수술예정표였다.

수술 중 우측 폐에 작은 물집이 나타난 것을 보고 이것이 CT소견이라 판단하고서 그 부위를 절제하고 수술을 끝맺었다. 사실인즉 B(진짜 폐장환자)의 CT에는 작은 결절과 임파선부종이 있었으며 수술소견은 이와 전혀 무관했던 것이다. 수술사고 후 조사위원회보고서는 “이러한 수술은 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수술종료 후 환자얼굴이 노출되어도 전에 본 환자와 다르다는 의문을 표시한 사람은 없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환자A와 B는 ICU에 돌아와 서로 이웃 침대를 차지했다. 간호원이 체중을 체크하고 기록했다. 심장수술 후는 부종으로 체중이 증가하므로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실제는 B)의 체중이 60 kg는 돼야 하는데, 53kg임을 보고 A의 담당외과의사는 수술받은 자기환자가 A아닌 다른 환자인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음 ICU 의사가 환자를 보고 A는 저렇게 백발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바로 이웃에 누워있는 B라 적힌 환자의 심장청진을 하니 뚜렷한 잡음(A의 심장잡음)이 들렸다. 그래서 “이름이 B씨지요?” 하니 “예!” 했다. 다음에 “이름이 무엇입니까?” 되물으니 “A 입니다”라는 회답이었다. 여기서 환자가 뒤바뀌어 버린 것이 탄로되고 확인되었다.

이 사건은 발생 2일 후 언론에 누설되어 소위 `일본의 축복 받는 의료과오 넘버 원'이 되었고, 일본의 WSS의 대표적 케이스라 하겠다.


그후 소식

엉터리 수술을 받은 두 환자상태가 회복됨에 따라 A와 B는 제 각각 본래 계획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환자 A는 사건 10개월 후인 1999년 10월(75세)에, 그리고 B는 2000년 11월(86세)에 사망했으며, 뒤바뀐 수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불명이다.

시립대학병원 측은 사고즉시 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체조사를 했으며, 병원감독기관인 요꼬하마 시청도 재빨리 사건 10일 후 외부전문가를 참가시켜 독자적인 조사를 하여 각기 2개월 뒤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사고재발방지대책이 적혀있다.

▲주치의의 그룹제도를 개정할 것 ▲집도외과의그룹의 역할과 책임을 명백히 할 것 ▲마취과의사의 교육과 관리체제, 그리고 진료체제를 개선할 것 ▲수술실의 관리운영체제를 확립하고, 수술실과 병동의 근무체제를 개선할 것 ▲구체적으로는 수술환자 1명에 주치의 1인으로 제한하고, 환자이송 할 때 주치의가 동행할 것 ▲주치의는 반드시 집도외과의그룹에 속하게 할 것 ▲수술실에서 마취하기 전에 마취의사와 주치의는 함께 환자확인을 하고, 수술실내의 환자확인서류에 서명할 것 등이다.

6월 3일 감독기관인 요꼬하마시는 관련된 의사와 간호원 31명을 행정징계 했으며, 그중 일부 교수는 1∼2개월 정직처분을 받았다.

현지조사에 나섰던 가나가와현 경찰은 사고와 관련된 의사와 간호원 18명을 `업무상과실상해죄'로 1999년 7월 요꼬하마 지방법원에 기소했으며, 다음해 2000년 7월 27일 첫 공판이 열렸다.

법정에서 심장병환자(A)에게 과오로 폐 일부절제수술을 한 외과의사와 간호원은 기소사실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환자가 뒤바뀐 중대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서 폐질환환자(B)에게 심장판막성형수술을 실시한 외과의 등 5명은 무죄를 주장했다고 해서 더욱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

2001년 9월에 나온 판결에서 일부피고에게 유죄형(벌금형)이 내렸으나 그들은 동경고등법원에 상고했으며, 2003년 3월 25일 고법판결은 환자를 뒤바꾼 RN 2인과 그 후 환자확인을 소흘히 한 의사 3인에게 각각 50만엔, 그리고 의사 1인에겐 25만엔의 벌금형을 내렸다.

그러나 벌금형 25만엔을 받은 의사만이 불복하고 최고법원에 상고함으로써, 아직도 사건완결을 보지 못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의도적이 아닌 의료과오가 민사소송에 속하고 의료공급자(의사, 간호원)는 주 정부(면허권자)의 징계처분대상이나, 일본서는 경찰이 입건조사해서 검찰에 서류를 송부하는 형사소송이 관례인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미국처럼 거금을 노려 가족이 제기한 소송은 없는 줄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탐정소설 같이 재미있고 장황하나 모두가 사실이고, 우리 의사에겐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 인용해 보았다.

본 사건이 법정수습 되기도 전인 2000년 7월 4일 일본의 지꾸바(筑波)대학병원에서도 다른 환자과오수술사건이 발생했다. 폐암이 의심되는 30대와 60대 두 환자가 폐장조직 생검검사를 받았는데, 담당자 실수로 채취검사용기가 뒤바뀐 결과, 실제 폐암이 아닌 30대 남자의 우측 폐 1/3을 절제수술해 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언론축복의료사고들이 학계와 사회여론으로 하여금 `의료현장의 위기관리'를 재촉하게 되어, 일본의료계는 문제해결에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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