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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0

미국 의료과오 현황과 보험위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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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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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의사의 IC 가이드라인

 
Informed Consent(통고된 동의, IC)도 이제 의료에 중요한 분야가 되었으나, 의사들은 학생시절과 수련기에 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충분한 IC는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구축에 불가결한 요소이며, 이것이야말로 의료과오를 예방하는 첩경이다.

완전무결한 IC란 기대할 수 없지만, 의사가 충실하고 효과적인 IC실행을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된 문헌(JAMA 1999. 12. 29.)을 인용하여 그 요점을 소개한다.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알리고 동의를 얻기 위해서, 의사에게 다음 7가지 사항의 논의와 체크가 요구된다.

1. '추천된 의료행위 시행'(시행)을 결정하는데 있어 환자 역할 논의: 많은 환자는 '시행' 결정에 참여해야 되는지 모르고 있으므로 이를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결정에 대해서 당신의 느낌을 알고 싶다".

2. '시행' 내용과 그 의학적 문제 논의: 예를 들어 "이 혈액검사는를 알려준다".

3. '시행' 외의 다른 방법 논의: '시행'이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을 논의한다. 예를 들어 새 약품을 시도하든지, 아니면 종전 약을 계속하든지 할 수 있다.

4. 다른 방법의 장점(혜택)과 단점(위험도)논의: 예를 들어 "새 약품은 더 비싸지만, 1일 1회복용으로 편리하다". "대변 카드검사(stool card)로 대장암을 체크하는 것이 쉽지만, 대장내시경검사가 훨씬 정확하다".

5. '시행'의 불확실한 측면 논의: 이러한 논의는 힘들지만, 환자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사려 깊은 논의는 신뢰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러한 상태의 대다수 환자에게는 이 약이 잘 듣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6. '시행'에 대한 환자의 이해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해가 갑니까". "내 의견에 찬성합니까".

7. '시행'에 대한 환자선택에 여유를 주고 반대기회도 준다.

위에서 단순한 '시행'인 경우는 1, 2, 7의 3개 사항만 충족하면 되지만, 복잡한 '시행'에는 7개 사항충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첫째 과학에 근거 둔 의료(EBM)를 실천하고, 의학지식이 없는 층(일반인과 재판관 등)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의무(Accountability) 즉 책임 있는 설명을 이행하는 것이다.

미국 병원에는 Peer Review(동료재검)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평소 여기에 대비해서 동료들에게 자기의 의료행위를 공개하고, 교육집회 등에서 자기지식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치료의 각 단계마다 환자에게 임상행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서도 환자와 가족에게 사고내용과 경위를 설명해 주고, 유사사고 예방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해야하느냐의 설명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 설명의무의 잣대라 할 수 있는 의료수준이 최근 판례에서 점점 엄격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IC도 그중 하나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의료수준을 판단하는 측은 의사가 아니라, 의학전문지식이 없는 배심원과 재판관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배심원을 위한 소책자에는 의료의 과실유무는 Standard of Care(진료표준)에 의거해서 판단한다고 되어 있으며, 여기서 표준이라 함은 보통(평균적) 의사가 아니라 유명한 의사 또는 일류 의료기관에 의해서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말한다"고 했다.

 

재판을 통한 IC 고찰


의료과오에 대한 법원판결배상금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이 Lack of IC(통고된 동의의 결여)이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현대사회에서 특히 IC의 충족도가 9%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배심원이 원고가 가엾다고 생각될 때 그에 대한 동냥으로 던지는 동정금액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IC영역은 재판에서 얼마든지 말썽을 피울 수 있는 '회색지대'라고도 할 수 있다. 배심원의 '회색심증(灰色心證)'에 의해서 귀걸이가 코걸이로 되는 소지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철저한 IC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의료과오소송의 IC 판례 중 피고(의사)의 패소와 승소한 예 하나씩 들어 IC에 얽힌 사항을 고찰해 본다.

의사가 패소한 예:2002년 2월 AMA 뉴스에 보도된 "의사태만으로 남근(penis) 절제 제거"와 관련한 소송에서 피고의사에게 260만 달러 배상금지불판결이 보도되었다. 판결 후 의사와 원고(환자)간에 타협금액이 조정되었으나, 이 소송에서 의사태만의 주원인이 IC의 결여라는 점이다.

켄터키주의 R씨는 1997년 3월 좌측 서혜부 농양이 생겨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염증주변조직괴사가 생겨 몇 차례의 변두리절제수술(Debridement)을 거쳐, 남근 제거에 이르렀다. 수술 때마다 환자는 동의서류에 서명했으나, 어느 동의서류에도 남근상실의 가능성이 있음을 명시하지 않았다.

농양이 발생한지 3개월이 지나 염증은 완전 치유되었으나, R씨는 남근과 왼쪽고환을 잃었다. 그래서 R씨는 연방지방법원에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IC 결여에 대한 의사태만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담당판사는, 제거수술을 환자에게 확인시키는 IC는 의사의 의무사항이며, 병원소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심원에게 교시했다. 그러나 항소에서 고등법원은 지방법원판결을 뒤집고서 "해당의사가 병원직원이 아닐지라도, 병원은 환자의 IC를 얻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다"라는 판시를 내려 상소를 기각하고, 병원관여에 대해서 지방법원에 재심을 명했다.

이 판례는 IC가 의사와 병원의 공동 책임사항임을 말해준다.
의사가 승소한 예:2001년 5월 테네시주의 항소법원에서는 목의 암 수술 후 합병증(부갑상선 기능장애와 쉰 목소리)이 생긴데 대해 IC 결여를 이유로 낸 소송에서 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고인 간호원 개업면허증 소유자 M(여)씨는 과거 목에 생긴 암 제거수술을 4번이나 받은 적이 있으며, 수술시 갑상선과 부갑상선의 일부를 이미 제거한 병력이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 목에 암이 생겨 전문의 Y의사의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시 암을 제거하고 주변의 나머지 갑상선과 부갑상선도 절제했다.

그런데 수술 후 합병증으로 목이 쉬고(나중에 회복) 수족에 감각장애가 왔으며, Y의사는 수술 전에 이러한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IC결여로 소송을 했던 것이다. M씨는 수술예정을 했을 때와 수술 받는 날, 모두 2회에 걸쳐 동의서류에 서명했다. 동의서류에는 수술과정에서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다른 시술도 허용한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M씨는 "그러한 가능성을 미리 알았다면 수술을 원치 않았을 것이고, 적어도 다른 큰 병원에 가서 다른 의견(second opinion)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Y의사는 변호하기를 이미 4번이나 목의 암 수술병력이 있는 M씨의 암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나머지 부갑상선 제거가 불가피하며, 이러한 시술은 미국 최고 의료기관에서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기에 더하여 Y의사는 강한 어조로 "배심원심사를 거치지 말고 소송을 기각할 것"을 재판장에게 강력히 요구했으며, 결국 항소법원은 Y의사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여기서 특기할 일은 목전의 생명을 위협하는 말기 암을 완전히 제거해 준 은인에 대해서, 의료내용을 잘 아는 M씨가 IC라는 회색영역을 역이용해서 은인을 고발하는 배은망덕한 세태이다. 본문 1장의 '달라진 세상과 의료과오'에서 언급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환기시키는 바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정보 제 1사회에서 암의 4회 재발이라는 말기인생에서도 아는 지식을 악용해서 돈을 얻으려는 더러운 황금만능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법정에서 Y의사의 분노가 이것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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