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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재발가능성과 문제점
사스 재발가능성과 문제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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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취약계층 겨울 전 독감예방주사 적극 권고
백신개발 통한 문제해결 가장 확실한 방법
재발되면 2년이내, 안될 땐 4∼5년 걸릴 듯
동물실험 결과 항체형성 땐 다시 감염 안돼
미 NIH 1,800만달러 지원 백신개발 눈 앞에



사스 재발과 혼란

2003년 7월 5일 WHO의 사스(SARS) 유행 종식선언은 사스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결코 아니며, 어디까지나 쉼표에 불과하다. 추위에 강한 사스는 겨울을 눈앞에 두고 다시 유행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을 시인하듯, WHO는 “앞으로도 감시체제가 계속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다.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하여 홍콩을 거쳐 세계에 전파된 사스는 약 9천명의 감염환자에다 8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 외에 세상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WHO의 종식선언과 사스의 원인 규명으로 일단 공포분위기가 해제되었으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사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스 근원지인 중국보건을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확실한 사스 조기진단법이 없는 가운데 만일 올해 겨울 재유행하여 겨울독감과 동시에 유행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흑백을 분별키 힘든 일대 혼란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사스가 갖고 온 혼동의 실제 예를 들자면, 지난 봄 철저한 전염병관리로 이름난 싱가포르대학병원에서 사스 의심환자 600명을 장기간 격리 수용한 바 있으며 이중 실제 사스로 판명된 환자는 39명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한방약으로 사스에 대처하려던 중의의 야만성은 이미 세계의 조소거리가 되어왔다. 만일 사스가 한국에 상륙하여 `한방과 양의 협진'으로 사스를 치료하려는 `탕약냄새 풍기는 진풍경'이 해외에 보도된다면 세계에 또 하나의 웃음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혼동을 최소화하려고 WHO와 미국 CDC는 이번 겨울이 닥치기 전에 모든 노인과 취약자 그리고 의료요원에게 독감예방주사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미국정부에서도 모든 보험에서 예방백신주사를 환자의 부담 없이 급여하고 있으며, 메디케어(노인보험)는 주사에 대한 수가를 올려주고, 특히 폐렴 예방주사 맞기를 장려하고 있다.

사스 해결책은 첫째가 백신개발에 의한 예방이다.

지난 11월 5일 이종욱 WHO 사무총장은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모든 통제수단을 발휘해서, 즉 감시와 조기진단과 병원감염통제 그리고 환자추적 및 국제리포트 등 합당한 방법을 다 동원해서 사스 재현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결정적인 사스 퇴치방책이라 할 백신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나 개발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스 백신

WHO 백신연구책임자 K박사에 의하면 백신 개발시기를 두고 사스 재발이 있을 경우는 2년 이내, 없을 경우는 4∼5년 시일이 걸리리라는 전망이다. 즉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지만, 백신의 안전성과 질(효과)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말함으로써 단시일 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던 중 WHO와 미국 보건부 소식통은 올해 1월부터 사스 백신 인체실험이 시작되리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WHO K박사는 백신의 인체실험에 동반하는 다음 두 가지 큰 난관이 있음을 알렸다.

1. 연구팀은 자기나라 정부의 허가와 윤리위원회의 인준을 거친 다음에야 실험백신을 인체에 투여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인체실험에 대한 규제와 대응은 각 나라마다 다른 점도 문제이다. 그리고 실험성공 후 정부기관(FDA 등)의 충분한 검정을 거치고 나서야, 백신사용면허가 나온다.

2. 과거 경험상 동물실험결과를 인체에 적용할 때 예기치 않은 위험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 설사의 원인이 되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그 부작용으로 ‘장 폐쇄`를 일으키기 때문에, FDA승인 1년만에(1999년) 승인철회가 되었다.

사람의 여러 코로나바이러스(사스도 그 중 하나임)에 대한 백신은 아직 없으나, 미국연방농산부(USDA)는 5개 동물(고양이·소·개·닭·조류)에 대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위한 170종류의 백신을 승인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백신개발경험을 살려서 사스백신개발도 급속도로 진전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NIH(미국보건원)산하의 사스 연구팀 중 F박사 팀이 동물실험에서 특히 고무적인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쥐실험에서 쥐의 호흡기관에 사스 바이러스가 번창하고 쥐는 여기에 대한 항체(면역)를 형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일단 면역된 쥐 A는 사스에 다시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면역된 쥐 A의 혈액을 다른 쥐 B에 주사하고 난 다음, B를 사스 바이러스에 노출시켜도 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NIH에서는 동물실험상 이러한 성공을 토대로 사스의 인체실험에 적용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NIH는 이미 1,8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두 제약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리고 만일 사스가 재발하는 응급사태아래서는 실험백신을 대담하게 사용하여 인체실험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연방정부는 조속한 사스 백신실현을 위해 다음 2개 요건만 충족하면 승인한다는 방침(The two-animal rule)을 채용한 바 있다.

1. 인체에 안전하다.
2. 두 종류의 동물에 면역효과가 있다(단 2동물 중 하나는 개나 고양이 등 사람측근의 동물이어야 한다).

사스 재발이 없어도 장차 벌어질지도 모를 테러전쟁의 세균공격에 대비해서 사스 백신개발은 의학계의 필수적인 과제로 되어 있다.


구태의연한 중국 동물시장

작년 11월에 발생한 사스 근원지는 중국 광동성의 식용동물시장이라는 것은 보도를 통해서 세계가 다 알고 있다.

지난봄 중국정부는 외부압력에 못 이겨 식용동물판매금지령을 내렸으나, WHO의 사스 종식선언 1개월 후인 8월에 판매허용을 재개하여 해외의 비난을 받고 있다. 외부보도가 두려워 외국인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는 이 대규모시장에서 사스 바이러스보균동물로 판명된 civet cat(참조 사진)도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 사육동물에 한해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정부허가는 형식에 불가하고, 상자 속에 신음하고 있는 다리가 절단된 civet cat의 몰골은 바로 산에서 덫에 걸린 야생동물임을 알려준다. 이처럼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중국인의 무지와 더러움과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가 사스 재발을 예고하고 있다.


동물판매 여인 말이 재미있다

“사스가 동물에서 왔다고요? 천만에요. 당신들 서양사람들 세균전쟁프로그램으로 퍼진 병인 줄 모르시나요?”

이 말은 바로 중국전통의학(중의)의 견해를 교육받아 판매인이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의는 철학(易學)사고논리에 입각한 학문이고, 과학이 아니며 물론 EBM과도 무관하다.

그리고 전통지상주의는 배타주의와 통한다. 필자는 `사스와 중의의 실정'에 대해 쓴 바 있는데, 여기에 대해 젊은 한의대생이 반박한 글에 “양의는 제국주의 식민지 진출에 앞잡이 노릇한 의학이다. 진정한 국민보건은 전통의학에만 기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썼다. 이러한 전통지상주의 추종자를 양성하는 2원제 한국의료의 앞날이 염려된다. 한국이 제도상 의료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며, 이를 모면하는 길은 현대의료로 일원화되는 길 뿐이다.

사스가 과연 올해 겨울에 재발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으며 중의의 나라 중국의료를 믿지 못하고 백신개발이 힘든 현실에서는, WHO의 이종욱 총장 발언대로 모든 합당한 방법을 동원해서 사스 재발가능성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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