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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의료개혁 -2-

미국 대선과 의료개혁 -2-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2.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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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하향평준화식 균등의료 국민건강 파멸 초래


국민 생명 위협하는 저질 NHI

현재 의료개혁에 대한 대다수 미국 국민의 가장 큰 염려는 잘못나간 NHI로 해서 저질의료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의료사회주의로 달리는 일부 선진국의 NHI는 미국의 싸구려 민간보험(HMO)보다 못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하향식 사회주의 균등의료를 잘못 시행하면 국민건강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속된 예로 의료제도를 항공서비스와 비교해 보자. 현재 운행되고 있는 민간항공은 3등석과 더불어 고급 1등석과 비지니스 좌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러한 고급좌석에 앉기 위해서는 고액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항공사는 이렇게 얻은 추가요금으로 안전한 최신항공기의 기능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항공기 어느 좌석에 앉던 간에 가장 중요한 안전성엔 변화가 없고, 또한 도착하는 목적지도 동일하기 마련이다(여행을 자주하는 필자는 주로 3등석을 애용하지만 그렇다고 1등석 여객에 대해 질시해 본 적이 없다).

미국식 혼합형의 공공 및 민간의료제도를 비행기에 비교하자면, 항공여행의 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가진 자로부터 고액의 항공요금을 징수하는 것과 마찬가지 제도라 하겠다. 좌석등급은 쾌적성이 많고 적은데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진료의 안전성과 건강유지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든 국민에게 광범한 기회를 제공하고 여기서 성공한자에게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켜 그 대가를 지불케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미덕이다. 의료에 있어서도 민간보험이 그러한 역할을 하므로 공공의료와 상부상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만민평등'의 원칙아래 모든 승객을 값싼 3등석으로 유지하는 후진 사회주의국가 여객기를 가상한다면, 항공요금만으로는 신형항공기 구입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정기적인 정비 비용도 부족해서 털털거리는 비행기체는 불안하기 짝이 없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목숨을 지탱한다는 보장도 없다(80년대 중국 개방 직후 필자는 중국지방 여행에서 그러한 고물항공기를 탑승하고, 죽는 줄만 알았다).

충분한 자금의 뒷받침 없는 하향식 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공공의료가 바로 이렇듯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후진국 항공기 기체현상이라 하겠다.

한국 정부와 일부 만민평등주의를 외치는 자들이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소득차이에 의한 의료 접근의 차별' 즉 1등석과 3등석 등 '의료의 계층화'에 있다면, 이들은 문제 전체의 핵심에 어두운 근시안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프1>은 한국의 열악한 의료비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주체사상과 전통주의가 의과학계를 지배하는 사회에서, 국민의 의료비 태반은 무지한 정부정책에 따라 검정되지도 않은 민속의학에 낭비한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하겠다.

정부는 진보세력에 호응해서 열악한 국가의료예산으로 공공의료만을 확장하려는 근시안적인 정책에서 하루 빨리 탈피하고,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의료비 수준에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하며, 민간의료보험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개인당 미국의 1/10과 일본의 1/5 밖에 안 되는 열악한 금액으로 국민의 의료비 100%를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앞세우는 진보정객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국가에서 국민의료비 100%를 커버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북한 밖에 없다. 그들의 100%는 0%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현실주의자라야 하고, 이상주의 몽상가여서는 안 된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역사에 드문 범죄국가의 의료를 남한에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영양실조에 그늘처럼 따라다니는 결핵이 대유행하고 있다. 필자가 존경하는 Y박사는 미국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매년 북한의료선교에 대량의 결핵약품을 제공해 주고 있다. 북한에 여러 형제를 두고 있는 Y박사는 "자기가 아니었다면 그곳 친형제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정적 뒷받침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한국에서 불안한 의료현실을 탈피하고, 한국 의료를 순탄한 길로 올리는 첫 과제가 민간의료의 도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과 같이 NHI를 외면하는 미국대선에 즈음하여, 고역을 겪고 있는 한국의 NHI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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