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의 종말
마황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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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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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미국 마황 판매금지, 제조업자들 법정투쟁 예고

과학적 검증 거친 한약 현대화 서두르자


드디어 마황(Ephedra) 판매금지

2003년 12월 30일 미국 FDA(식약청)는 드디어 말썽 많았던 Ephedra(에페드라·마황·麻黃)의 판매금지를 공식 선언하고, 62개 에페드라 제조업체에 대해서 제조중지를 통고했다. 규제상 FDA공포 후 60일이 경과해야 시중의 판매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날 톰슨 연방정부보건장관은 전 국민에 대한 발표문에서 수백 만 명의 에페드라 사용자에게 건강을 위협하는 에페드라의 복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동시에 업자들의 법원소송이 있을 것도 예고했다.

평소 에페드라와 여러 유해한 허브(Herb, 약초)의 판매금지를 주장해온 AMA와 AHA(미국심장학회)는 뒤늦게나마 마황의 종말을 고한 정부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여기서 독자의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해 에페드라를 좀 더 설명해 본다. 이는 세계 도처에 자라는 식물약초이며, 특히 중국에서는 마황이라 부르는 한약제로 4천년간 사용되어온 전통약품이다. 에페드라에는 약성분인 Ephedrine과 Pseudoephedrine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확장제로 이용되지만, 혈압상승과 속맥을 동반하고 심장장애를 일으키는 유해작용이 있다. 그런데도 이 허브는 다이어트와 각성제 및 활력제로서 많은 미국 젊은이가 애용하고 있는 가장 말썽이 많은 보조식품이다. 의사의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약품으로 약 200종류의 에페드라 보조식품이 시판되고 있다.

그런데 허브가 약품이 아닌 보조식품으로 규제한 악법―허브업자의 로비에 넘어간 정치배들이 1994년에 통과시킨 DSHEA(Dietrary Supplement Health Education Act, 보조식품건강교율법안). 이 법안에서 약초는 약품이 아닌 보조식품으로 규제되어 FDA의 약품검정에서 제외되고, 약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면제되었다. 따라서 약초의 유해작용이 뚜렷해도 FDA에서 함부로 단속하거나 판매불허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만일 그럴 경우는 반드시 충분하고 구체적인 확실한 반대증거를 제시하게끔 했다―에 의해서 법적보호를 받고 있는 마황을 비롯한 모든 허브에 대해서, FDA는 통제권한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다(참조:필자 칼럼 47번, 본지 2003년 7월 10일자 게재).

마황의 사고보고가 누적되자 1997년에 FDA는 최후수단으로 여러 증거를 수집해서 판매금지조치를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불충분한 증거를 이유로, 업자소송을 염려한 GAO(General Accounting Office, 연방 경리국)의 반대에 부딪쳐 판금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FDA는 마황사용을 예의 감시해 왔고, 사고가 누적됨에 따라 수시로 경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업자들은 그들의 뇌물로 만든 악법(DSHEA법안)을 내세우며 "FDA는 자신의 본분을 잃고 엉뚱한 짓을 하려고 한다"고 비난하고 "FDA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안에 충실하기 바라며, 월권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으니, 이것이 바로 적반하장이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암흑가를 휩쓴 왕년의 마왕(魔王) 알 카포네는 FBI에 체포되는 순간 "정당방위의 결과가 이것인가!"고 내뱉었다. 마황족속(에페드라 제조업자)도 FDA에 대항해서 최후의 일각까지 자기 행적을 정당방위하려 했던 점에서, 세기의 마왕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기대했던 국가적 단속이 없는데 실망한 일부 주정부에서는 독자적인 판금조치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리노이주를 비롯해서 뉴욕와 캘리포니아는 주에서 판매금지를 하고 있다. 2003년 5월 미국 최초로 발효한 일리노이주의 에페드라 판매금지법안은 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징역 내지 5,000 달러의 벌금형에 처하고, 반복 위반시는 5년 징역에 2만 달러의 벌금이라는 엄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

마황으로 인한 유명한 운동선수의 죽음, 즉 볼티모어의 야구투수 B와 미네소타의 풋볼선수 S의 죽음이 마황의 종말을 촉진시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고를 계기로, 미국풋볼리그와 전국대학운동협회 그리고 국제올림픽협회 등에서도 선수에게 에페드라 복용을 불법화시켰다.

마황피해자의 업자에 대한 소송도 잦다. 예를 들어 알라버마주의 제조업자는 2002년에 4인의 마황피해자로부터 제소되어 법원에서 4인에게 410만 달러의 배상지불판결을 내렸으며, 여기에 대한 항소심이 계류중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마황의 인기가 크게 몰락되어 2002년도 총액 12억8,000만 달러였던 미국내 판매고가 2003년엔 5,100만 달러로 하락했다.

마황사고가 속출하고 사회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FDA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절대적인 호응 가운데, Rand연구소에 위촉하여 마황판금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갔다. Rand는 보고된 1만6,000 건의 유해케이스와 잇따른 소비자의 신고를 정밀분석하고, 직접 마황으로 인한 중증 케이스(Sentinel events) 즉 심장병과 뇌졸중 등 20건을 확인했다. 그리하여 FDA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마황은 건강에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려 판금조치에 이르렀다. FDA 집계에 의하면 마황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은 케이스만 해도 1,000건 이상이고, 사망자는 1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사망자수는 155명이나 된다.


한국은 어디로

마황처럼 일단 인체에 해독이 보고 되면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인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현대의학이요, 이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약효가 있고 인체에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검정된 허브는 현대의약의 일부가 되어 처방약품으로서 보험혜택도 받게 될 날이 멀지 않다.

그러면 한약과 양약의 구별이 자연히 해소될 것이며, 그렇게 되는 날에는 한국처럼 2원제 의료제도에서 한의와 현대의의 차이는 치료결정을 짓는데 있어 EBM을 찾느냐, 아니면 역학논리에 따르느냐가 될 것이다.

뉴스에 의하면 한국 식약청(FDA)단속으로 약사법위반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되어 곧 약품제조 중지처분이 내릴 것이며, 그 중에는 제품효과와 안전성을 검정하는 약품시험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업체도 있다고 한다. 검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라면 그것을 약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단속대상약품에 허다한 전통의약품(약초, 허브)도 포함되는지 극히 의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현대의학검정을 거친 적이 없는 한약제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에도 예외품목이라는 성역지대를 둔다면 단속법이 있으나마나다.

SARS를 계기로 세계에 노출된 의료후진국 중국과 유일한 2원제의료동맹국인 한국에서 가장 서둘어야 할 일은 의료일원화와 과학적 검증을 거친 한약의 현대화다.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 최근 허브를 취사선택하여 마황 등 유해한 약초를 폐기해서 인체를 보호하는 반면, 검정통과된 약초를 정통의학(현대의학)에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대세를 전통의학 부흥이라고 오판하여 한국에서 전통의학육성법이 대두되고 있다면, 이 일은 의료일원화에의 반역일 따름이다.

비록 정상적인 과학교육 배경이 없는 지도자가 감상적 이념으로 이러한 법을 추진한데도 양식 있는 참모나 국회의원들이 그러한 지도자를 교육시켜서 만류해야 할 일인데, 그렇지 못한 한국의료의 앞날이 염려스럽다.

더구나 "한의학을 과학화 세계화하기 위해 서울대에 세계 최고수준의 국립 한의대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외치는 당국에 대해, 대학당국은 침묵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할 뿐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고 전한다. 이런 분위기인지라 국회의원이 신성해야 할 병실에서 의사를 구타했다는 꿈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 교포의사로서 한국에 나가 6년간 의료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닥터 Y의 수기에 의하면 일반의료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값비싼 한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에 대해 비난하는 개원의가 드물며 한약으로 인한 독성간염 등 해독을 많이 목격하면서도 이런 문제를 논하거나 고발하는 일이 없어, 의사들은 침묵일관의 보신책에만 익숙해 있다고 한다. 또한 내과학회지에 한약의 독성에 관한 글이 전혀 없다고 적었다.

만일 닥터 Y의 글이 사실이라면, 한국식 의료사회주의는 저항없이 의료독제로 발전하고 '침묵의 자유'마저 상실되어, 국립 한의대가 지방에 설립될 가능성마저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세계적 석학으로 하버드대학 철학교수를 역임한 호적 박사(胡適·전 중국주미대사)의 말이 떠오른다. 50년대 중공 치하에서 탈출하지 못한 아들(당시 북경대 교수)이 미국의 아버지를 '제국주의자'라고 비난한 타임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말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은 "중공은 침묵의 자유도 없는 곳"이라고 일축했다.

지방 국립대학당국이 자신의 신변안전과 출세에 치중한 나머지 '침묵의 자유' 마저 포기하고 찬성에 나서서 국립한의대가 실현되는 날이 올까 염려되지만, 이것이 기우이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용기 있는 학교당국과 의학자, 그리고 젊은 후진들의 기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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