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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들 패기와 참 뜻 이웃속으로

젊은 의사들 패기와 참 뜻 이웃속으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1.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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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의사회 나눔과열림

행동하는의사회(KHPA : Korea Health Professionals of Action)는 2001년 2월 '국민과 함께 하는 의료 개혁'의 실천을 절감한 15명 남짓의 전공의 및 학생들이 모여 결성했다. 실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는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이들이다. 하지만 '청년'으로서 의료인의 존재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에 고심했고, '이웃과의 나눔과 소통'을 지향점으로 뜻을 모았다. 당시 공중보건의로서 참여했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모임의 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정상훈(34세) 대표를 만났다.

"의약분업은 어쨌든 불행한 사태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국민과 의료인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고 봅니다. 물론 선배 의료인들께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하시겠지만 젊은 의사들이 직접 행동함으로써 그 거리를 좁히고 의료인의 모습을 세워야 되지 않나, 그런 길을 우리가 가자했던 거죠."

 

초반에는 무엇보다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표적인 활동이 재가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인데, 2002년 5월부터 신림10동 지역의 독거 노인을 방문하여 말벗하기, 가사일 돕기, 목욕시키기, 야유회 가기 등에 주력했다.

"회원 대부분이 학생이거나 전공의들이라 아직 배우는 입장이었고, 굳이 의사라는 지위가 아니라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같은 활동을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2월에는 그간의 활동을 검토, 정비하여 활동 방향 및 영역을 새로 정립했다.

우선, 소득의 10%를 회비로 납부토록 하고 회비의 50%를 매달 장애인 시설(야학, 자립생활센터 등)에 기부하기로 회칙을 정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전공의임을 감안하면 무척 부담스러운 '문턱'이었다. 그런데 이를 기점으로 기존에 20~30명이던 회원수가 80여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행동하는의사회에 커다란 확신을 주었다고 한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우리 스스로에게도 현재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우리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겠는지... 하지만, 전공의의 어려운 상황을 대부분 잘 아시기 때문에 그런 우리부터 실천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 싶었죠. 결국, 그 동안 이러한 기회나 길이 없었을 뿐이지 동참할 마음이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확신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임시총회에서 중증장애인 요양원 설립을 결정했고, 올해 5월에 요양원 설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이들이 목표하는 것은 의료인의 지속적 보살핌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의료 서비스와 사회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전문 요양원으로 지역 사회와 고립되지 않은 곳이다. 설립 비용만 10억여원으로 추산되는 큰일이지만 정상훈 대표는 반드시 가능할 거라고 확신한다.

"매우 힘든 사업이죠.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대한재활의학회 이일영 회장(아주대 재활의학과 교수)님을 비롯해서 문정현 신부님, 최일도 목사님 등 141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주셨는데, 그 중 100명 정도가 의료인이세요. 회원이 아닌데도 참여해주셨죠. 저희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뜻과 패기밖에 없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어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지만, 저는 결국 만들어질 거라 확신합니다."

 

요양원 설립 건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은 더욱 강화하면서 계속하고 있다. 독거 노인 돌보기 외에도 신림동 주민을 위한 건강상담 한마당, 동대문구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의 재가 장애인을 위한 자원 봉사 등이 그것이다.

특히, 관악사회복지회와 연계한 건강상담 한마당 결과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을 찾아내 한 달에 한 번 치료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치료가 안 된다. 해서, 관악사회복지와 함께 관악구의사회에 제안, 본인 부담금 50%를 할인해주는 등 관악사회복지와 관악구의사회가 동참하는 지역사회 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진료봉사가 일회적이라는 면에서 한계가 있죠. 결국은 지역사회 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 같은 활동을 다른 의료 취약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동대문구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의 경우는 최근 장애인의 자립에 관한 대안적인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일영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세상에 장애인 아닌 사람 없고, 또 장애인인 사람도 없다"라고. 조금만 도와주면 지역 사회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분들이 많거든요. 같은 장애인이지만 휠체어를 탈 수 있는 분들이 재가 장애인들을 방문하고 센터로 데려다가 교육도 하고 저녁에는 데려다 주고…. 여기에 의사들이 함께하면서 건강을 체크하고 돌봐주면 더욱 좋죠."

행동하는의사회는 이처럼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소통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온 셈이다.

한편, 요즘 들어서는 활동 방향을 다소 바꾸려고 한다.

"이제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회원들도 늘어나서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봉사 활동을 할 때가 됐죠."

올 하반기에 계획돼 있는 '저소득층 어린이 건강 검진'이나 '성매매 여성 진료' 등이 그것인데, 이는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직종을 뛰어넘어 소통시킴으로써 실천하려는 일이다.

 

방대하지만, 많은 선배 의료인들도 동감해온 계획들을 차근차근 구현해가고 있는 젊은 의사들. 무엇보다 가장 큰 원동력이라면 정상훈 대표가 강조하는 패기와 뜻일 것이다.

"일을 하다 보니 저희가 해야 되는 일들이 더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 의료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많고, 의사들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더더욱 고마워하는 분들도 많고....진료실 밖에도 환자가 있는 거죠. 젊은 의사들의 패기와 뜻으로 조금이나마 바꿔가려고 합니다."

행동하는의사회 나눔과열림의 기본 정신은 '10% 회비'로 대변할 수 있다. "10%를 아낌없이 나누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다.

글/최지영 대리(보령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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