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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줄수록 함께 할수록 우리엔 선물 한마음 부부
나눠 줄수록 함께 할수록 우리엔 선물 한마음 부부
  • 김병덕 kmatimes@kma.org
  • 승인 2005.01.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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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피부과 손재경 김인주 원장

2004년 1월 5일, 대구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의사부부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10억 원대의 임야 440평을 대구가톨릭병원에 기증했다는 기사가 신문지면을 통해 소개됐다. 기증문화가 낯선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는 일. 더군다나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한 일이라고 하니 선친의 뜻을 받들고, 후학들을 위한 일로 그 뜻은 배가 되었다.

항상 그렇듯 인터뷰 요청에 "저희는 별로 한일이 없는데요. 이렇게 소개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라는 말이 이어진다. 김인주 원장을 설득해 인터뷰를 하기로 했지만 명절 전이라 날짜잡기는 쉽지가 않고…. 가까스로 명절이 지난 다음 월요일인 1월 26일에 찾아뵙기로 하고 대구의 병원을 도착한 순간, 깜짝 놀란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김인주 원장이 미국으로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는 것!'. 부부가 함께한 일이기에 한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할 수없이 손재경 원장에게 보다 많은 얘기를 듣기로 했다.

"가톨릭병원이 설립되기 전부터 선친이 가지고 계시던 조그마한 동산입니다. 가톨릭대학교에서는 교수연구동과 학생실습실, 진료병동이 부족하여 건물을 신축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그 부지에 우리 땅이 포함되어 있었죠." 그 땅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이들 부부에게 물려 준 땅이었다. " '땅을 뜻깊은 일에 써라'는 것이 어머니의 유언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어머님이 우리 부부에게 크나큰 숙제를 안겨준 셈이죠."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많은 생각을 했고, 가장 필요로 하는 가톨릭대학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손재경, 김인주 원장이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우리는 보통 혈연주의, 가족주의를 중시해서 기증문화 자체가 없지 않습니까? 몇 년 전 가족 모두가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힘든 시기였는데, 그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공원의 벤치에서 쉬곤 했죠. 우연히 벤치 뒷면에 있는 문구를 봤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우리 어머니 000의 뜻을 기리며…. 아들 000'라고 쓰여 있었다고. 손재경 원장은 이 문구를 보고 난 후, 당신들 때문에 내가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기도를 했단다. 거창한 건물이 아니라도, 넓은 땅이 아니라도, 몇 푼 되지 않는 벤치 하나에도 부모의 뜻을 기리는 그들 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훗날 '이런 일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교수 연구실이나 학생들의 실습실을 마련하는 것은 건물을 짓고 나면 당연히 되는 일이니 내가 달리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기증자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적어주면 그걸 보는 사람들 중 간간히 저처럼 감사의 기도를 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뜻을 기려주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부부는 '성심복지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성심복지원은 1992년 3월 4일, 성심이비인후과 원장이었던 고 김영민 박사가 의원 건물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기증하여 설립한 것. '사랑을 실천하는 나눔의 정신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보건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1992년 한방?치과를 시작으로 지금은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총 7과목을 진료하고 있다고. 이곳은 지역 내 주민들의 무료진료 뿐만 아니라, 필리핀,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사할린 동포 등 진료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무료진료를 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손 원장과 김 원장이 이곳과 인연을 맺은 지는 2년 남짓.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것이 뭐 어려운 일입니까? 허허. 이곳에서 진료 받으신 분들 중 수술이 필요한 분들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이죠. 저는 잘 모르지만 김인주 원장이 이런 일을 참 좋아합니다. 나눠줄수록 내게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저는 방해만 하지 않는 거죠. 아내와 같은 길을 가기에 도움 되는 부문도 많고, 서로 힘이 되어 줄 수도 있고…. 주변에서 장가 잘 갔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허허"

'뜻 깊은 일을 아내 덕에 한다?' 손 원장의 얘기를 듣는 동안 부부와 함께하지 못한 상황이 아쉽고, 김 원장이 더욱더 만나고 싶어졌다. 결혼 24년 차, 지금은 아내를 닮아간다는 김 원장.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며, 베푸는 것이 내게는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동안, 부부의 사랑 또한 그만큼 커졌으리라 생각한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달성피부과는 지난해 말 대구시로부터 '아름다운 상점'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 타이틀을 달기까지는 성심복지원에서의 무료진료, 10억 원대의 땅 기증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아토피캠프'를 실시한 것. "아토피피부염은 우리나라 아이들 중 4~5명에 1명꼴로 앓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죠.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3년 전부터 방송을 통해 알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했죠." 우리나라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는 손 원장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국내에선 최초로 '아토피캠프'를 열었다. 2003년 8월 9일부터 10일까지 1박 2일 동안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위해 팔공산에서 연 캠프는 만성 중증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청소년들과 부모들을 위한 놀이와 교육을 겸한 것으로 모든 프로그램과 경비를 제공했다고. "흔히 아토피를 태열이라고 이해하죠. 하지만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은 굉장히 많아요. 유전적인 요인, 공해, 주거환경, 식습관 등으로 태열로만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가려움이 주증상이지만, 그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서 일반인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또한 이들은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이번 캠프는 심리치료사, 미술치료사들도 함께 했다. "아토피 환자 중 수영장을 가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캠프를 연 곳은 수영장도 있는 곳이었죠. 그곳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같이 수영하면서 자신감도 회복하고, 대인공포증도 벗어날 수 있게 했죠." 몸이 가려우면 긁게 되고, 긁으면 진물이 나오고, 진물이 나오면 2차 감염의 위험이 있고…. 이처럼 아토피는 악순환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 최대의 관건. "미술치료를 하면서 자신의 가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도깨비도 나오고, 악마도 나오고, 그들을 방망이로 내려치기도 합니다. 미술 치료를 하다보면 가려움에 대한 표현이 극에 달하죠. 그 정도로 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표현만으로도 가려움이 완화될 수 있어요." 이처럼 김 원장과 손 원장은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단순 치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론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김 원장은 아토피캠프를 열기에 앞서 2002년 8월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중증피부질환어린이를 위한 캠프에 참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선진기술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열린 아토피캠프는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였다고. 처음 연 캠프인 만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더욱 발전되고 안정된 모델로 지속시킬 생각이다. "내년에는 다른 피부과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의료진은 정보공유를 하고 환자들에겐 질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하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손 원장과 김 원장이 현재 가장 주력하는 것은 '아토피캠프'이다.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되고, 확대되어 더욱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피부과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이며 아토피캠프가 정착되는 순간까지 선두 지휘하는 손 원장과 김 원장 부부의 모습을 그려본다.

글_김순겸(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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