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는 간호 단독법 제정을 위해 공청회를 열어 분위기를 조성하고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을 통해 국회에서 법안 발의를 추진했으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간호협회가 의료법으로부터 독립된 간호법 제정을 주장한 것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올해엔 그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특히 7월 15일 국회에서 김선미 의원 주최로 공청회가 열리고 연내 정기국회에서 간호법안을 상정할 조짐이 보이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간호협회는 간호행위 중에는 간호사의 독자적 업무로서 의사의 지시·감독이 필요 없는 영역이 존재하므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의료행위와 간호행위는 일부 중첩되지만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에 의료행위 자체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간호행위의 정의를 전제로 한 간호법 제정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행위의 정의를 내린 이후에야 간호법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의료행위의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간호법안 제2조(간호의 정의)와 제24조(간호사의 업무) 규정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안을 구성하는 49개 조문 중 90% 이상인 41개가 의료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므로 형식상 독립된 법으로 만드는 것보다 현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간호조무사들의 반발도 컸다.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진료보조' 업무를 박탈당하게 돼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협회 한 임원은 간호법안이 발의될 경우 자결하겠다는 서한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올해 간호법안의 국회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간협은 전국을 순회하며 간호법 설명회를 여는 등 포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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