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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방문당수가제' 위법 판결…의료계 강력 반발
[집중취재]'방문당수가제' 위법 판결…의료계 강력 반발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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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 구축?…평등 앞세운 또다른 불평등
일부 사회복지법인 불법·탈법행위 합법화 길 터

일부 사회복지법인의 무분별한 환자 유인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방문당 수가제'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료계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14일 사회복지법인 대광노인복지회와 상록재단이 "사회복지법인 부설 요양기관에만 '방문당 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에 대해 방문당 수가제를 적용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이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요양급여의 상대적 가치평가는 전문가들이 의학과 의료기술의 발달을 감안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복지법인 부설 요양기관들의 위법행위나 과잉진료를 막는 수단으로 보험수가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요양기관이 환자 본인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금품 및 교통편의를 제공해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 등은 현행 의료법으로 처벌하거나 국민건강보험법으로 행정적 규제를 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의료기관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루 300명 넘게 진료

'방문당 수가제'는 환자가 1회 방문 하는 데 대해 일률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사회복지법인 부설 의료기관의 경우 의원 및 한의원은 환자 1명에 1일당 8650원, 치과의원은 1일당 1만3700원을 공단으로부터 지급받도록 돼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사회복지법인 부설 의료기관, 이른바 '복지의원'의 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일부 복지의원들이 환자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주로 저소득층 노인환자를 무분멸하게 유치해 의료질서를 문란케 하고, 과잉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었다. 특히 대부분 복지의원이 양·한방 진료를 표방하면서 같은 환자를 이중진료해 보험재정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00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회복지법인 부설 의원급 의료기관 242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외래환자중 94%가 같은 날 양·한방 동시진료를 받은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복지의원 1곳당 1일 진료환자 평균수는 140명이며 의사 1인당 130명을 진료, 일반의원보다 2∼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1일 환자수가 최고 334명, 의사 1인당 285명을 진료한 복지의원도 있어 '질보다 양'위주의 무차별적인 진료행태를 보였다. 심평원의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의원 한 곳당 연간 총진료비는 3억9000만원, 환자 1명당 진료일수는 10.4일로 나타나, 일반의원에 비해 진료비 1억7000만원, 진료일수는 5.1일이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청구 불법행위 일삼아

복지의원의 문제는 과다한 환자 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에 머무르지 않는다. 부당청구 등 온갖 탈법행위도 일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1년 4월 복지법인 부속 의료기관 3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중 절반에 달하는 14곳이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곳이 물리치료실을 운영하면서 단순 물리치료 환자로부터 진찰료 및 물리치료료 등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복지법인 Y재단 부속의원은 환자에게 이틀에 한번씩 심층열치료를 하고 매일 치료한 것처럼 허위 청구했으며 주사제를 직접 주사한 뒤 원외처방한 것처럼 꾸며 처방료를 받아내기도 했다. 또 같은 재단 소속의 다른 복지의원은 만성질환으로 내원하는 재진환자들을 초진환자로 허위 청구해 1000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복지의원은 '돈되는 장사'라는 왜곡된 인식이 퍼지면서 법인 명의를 빌려주거나 허위서류로 설립허가를 받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서도 집중 질타

사회문제로 까지 확대된 복지법인의 문제는 국회의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16대 국회의 이원형 한나라당의원은 2001년 4월 16일 "일부 사회복지법인 부설 병·의원들이 환자유치 등 불공정 경쟁으로 의료질서를 문란시키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를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진찰료 체감제(2001년 7월)와 양·한방 동시진료시 한쪽 진료기관 진료비를 전액 본인부담하는 인정기준 변경(2002년 1월), 방문당 정액수가제(2002년 11월) 등 일련의 제도개선을 단행했다. 그 결과 2001년을 전후로 복지의원의 의사 1인당 하루 환자수가 130명에서 86명으로 34%, 기관당 진료비도 월 4217만원에서 2692만원으로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에 따르면 이로인해 약 200억원의 보험재정이 절감됐다.

불법에 날개 달아준 꼴

방문당 수가제에 대한 법원의 위헌 판결은 복지의원의 탈법행위를 막기 위한 정부의 이같은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일부 복지법인의 불법행위를 합법화 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성오 의협 의무이사는 "복지의원의 위법행위는 의료계에서는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동안 정부와 의협의 노력으로 많이 자정되는 듯 했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또다시 과거의 그릇된 행태로 회귀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석영기자 dekard@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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