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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료계 위기, 원인이 무엇인가

[기획]의료계 위기, 원인이 무엇인가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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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의료계…극한 상황 내몰리는 의사들(3)

<글 싣는 순서>
1. 자살하는 의사들
2. 벼랑끝에 몰린 개원가
3. 원인이 무엇인가?
4. 살 길 찾아나선 의사들
5. 새로운 돌파구 없나?

'재정안정화' 칼날에'저수가' 목죄기
엄살아닌 현실…대책없인 의료 붕괴

'재정안정화'가 남긴 상처

지난 2001년 4조2000억원에 달하던 건강보험 적자규모는 같은해 5월 마련한 정부의 재정안정대책으로 점차 호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2001년 재정안정화대책 이후 각 추진과제에 대한 재정절감 실적을 밝혔다.

자료를 보면 복지부가 2006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한다는 목표아래 재정지출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복지부는 이를 위해 위해 처방ㆍ진찰료 통합 인하, 진찰ㆍ조제료 체감제, 야간가산적용시간 변경 등 수가인하 조치와 함께 본인부담금을 조정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허위ㆍ부정청구 및 편법 진료로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집중조사 및 지속적인 약가 조사ㆍ관리를 통해 급여비 누수를 차단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결과 올해에는 당초 4000억원의 당기흑자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조3700억원의 흑자가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재정안정화대책에 따른 진찰료ㆍ처방료 통합으로 6050억원, 진찰료ㆍ조제료 차등수가제 적용으로 2223억원, 야간가산율 적용 시간대 적용으로 1455억원, 주사제 처방료ㆍ조제료 삭제로 3775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보았다.이외에도 일반의약품에 대한 비급여 확대로 2931억원의 지출억제 효과를 보았다.

특히 2003년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의료이용률 저하, 독감예방접종으로 인한 민간의료기관 이용률 감소 등을 감안하더라도 의원들이 경영 위기로 빠지게 된 데에는 정부의 재정안정대책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의원급 가장 큰 피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수입 및 경영분석'자료(2003년 1월)에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의원은 재정안정화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의원의 수익은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건강보험과 관련된 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료과목별 의사(의원) 1인당 진료수입을 비교한 결과 산부인과ㆍ피부과ㆍ비뇨기과 의원 의사의 1개월 평균 건강보험매출수익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상반기 요양기관 총 요양급여비용은 6조6947억원이던 것이, 2003년 같은 기간에 7조3186억원으로 8.5% 증가했으나, 의원급 의료기관에 지급된 총요양급여비용은 2002년 상반기 2조9204억원에서 2003년에는 2조9559억원으로 1.20%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증가율은 2003년 상반기 전체 총요양급여비용의 전년도 동기 대비 증가율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증가를 보인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003년 상반기 의원의 경영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원가 밑도는 수가

의료계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는 재정안정화대책 등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때문이다.

의료기관은 원가에 미달하는(85% 수준) 의료수가ㆍ보험재정안정대책 미흡 및 물가인상율을 밑도는 수가정책 등으로 실질수입이 급감하고 있어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의약분업시행으로 인상된 보험수가(35.4% 인상)는 재정안정대책(2001년~2002년 사이에 보험수가의 30%에 해당하는 3조2500억원 삭감:복지부자료)으로 빠져나가 원점으로 회귀된지 오래다.

결국 의약분업 이전 정부와의 암묵적 합의에 따라 낮은 수가를 보상해 왔던 약가마진(20~40%)만 없어져 의사 1인당 200~300만원의 순손실만 발생시켰다.

2001년 정부는 수가가 원가의 80%라고 발표하면서 매년 수가를 대폭 인상해 원가를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4월 12일 수가 2.9% 인하, 2003년 1월1일 수가 2.97% 인상(물가인상율보다 적음), 2004년 수가 2.65% 인상 등으로 제자리 수준으로 돌려놨다.

애견미용료 보다 못하다
 
의협 박윤형 기획이사 의료정책포럼에서 "고혈압(1만1469원), 급성편도염(1만781원), 십이지장염(1만5422원)의 방문당 진료비는 탕수육 1접시(1만3000원), 냉면 2인분(1만1000원), 스타벅스커피 2잔(9000원), 호텔에서 생과일주스 1잔(9000원), 맥도날드 믹맥셋트 2개(96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특히 "애견미용료(2만5000원), 피자 1판(1만700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이외에도 "미국의 경우 혈액검사 9200원(우리나라 600원), B형간염항원검사 15만9742원(우리나라 2610원), 위내시경검사시 52만3195원(우리나라 4만9130원)이며, '위내시경+조직검사+CLO test'시에 898.27 U$(104만7382원)인데 비해 우리니라는 6만1480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교육훈련, 경험기간에 관계 없이 동일수가를 적용하는 등 가격책정의 기본을 무시하고 사회주의식 하향평준화 방식으로 방치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의료수가는 원가의 150~200%를 인정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용이 수입초과 형국
 
우리나라가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할 당시 많은 부분을 참조한 독일의 개원의에 대한 수입(매출액)과 비용을 비교해 보면 어느 한 진료과목도 비용이 수입(매출액)을 초과하는 경우는 없다.즉, 모든 진료과목이 비교적 동일한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관당 진료비 급감
 
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건강보험통계지표를 보면 2002년 상반기에 비해 2003년 상반기의 기관별 건강보험진료비 수입은 의원 4.93%감소, 치과의원 4.92% 감소, 약국 2.97% 증가로 나타나는 등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으며(단, 종합병원은 19.3% 증가, 병원 2.68% 증가) 2003년에 전체 의원의 10.75%에 해당하는 2500개의 의원이 폐업한 것을 알 수 있다.

재정지출 억제에 초점이 막추어진 재정안정화대책의 재검토, 의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폐업에 따른 의료체계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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