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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4:11 (금)
靜中動 약사회 속 뜻은
靜中動 약사회 속 뜻은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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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논의된 이후 줄 곧 임의조제·대체조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절대로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를 하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해 온 대한약사회가 6월24일 임의조제·대체조제 금지를 골자로 약사법 개정에 합의한 여야 영수회담 결과에 강력히 반발, 원칙이 훼손될 경우 의약분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결의를 했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극단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올바른 분업을 위해 진행한 의료계의 폐업투쟁으로 일부 환자들이 불편을 겪기는 했지만 임의조제·대체조제 금지라는, 올바른 분업의 대전제를 이뤄내자 약사회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열어 분업불참이라는 협박과 함께 개정을 `개악'이라고 호도하며 약사법 개정저지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6월18일 복지부장관의 기자회견 후 분업불참을 거론하기 시작한 약사회는 폐업투쟁이 임박해지자 의료계에 대해 동참을 촉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 의료계의 폐업투쟁에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해 줄 것을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줄 곧 임의조제·대체조제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해 온 약사회는 의료계의 폐업투쟁이 절정에 이른 23일 성명서를 발표, 법정신에 어긋나는 임의조제·대체조제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는 한편 분업시행 이후 6개월간 평가를 거쳐 낱개판매나 대체조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약사법 개정에 동의하겠다며, 정부의 `선시행 후보완'을 쫓아갔다. 약사회는 이 성명서 말미에 의료기관의 재고의약품 해결을 지원하고 지역협력委에서 약속된 처방의약품을 최우선으로 조제하며 의료기관에 환자보내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임을 덧붙여 유치하기 짝이 없는 회유(?)와 `눈가리고 아웅'하며 본질을 외면하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런 회유와 본질회피에도 불구하고 23일 정부가 발표한 안이 의료계에 의해 거부되고 국무총리 담화까지 비토되자 급기야 여야 영수가 만나 임시국회 회기중 임의조제·대체조제 금지를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에 합의, 의료계가 주장해 온 `선보완 후시행'에는 미흡하지만 이를 절충안으로 내놓았다.

영수회담 이후 약사회는 또 한번 얼굴을 바꾼다. 어떤 영문인지 19일 총사퇴를 선언한 상임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임위원회와 시도지부장 연석회의를 열어 약사법 개정 합의를 `음모'운운하며 분업불참 및 손해배상 청구를 내세워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원칙이 훼손된 의약분업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불참하며, 지금까지 분업의 준비에 들어간 모든 비용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결론지은 연석회의는 이를 2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추인받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25일 오후2시 임총이 열렸다.

약사회는 회의장의 취재진을 모두 내보내고 비공개로 임총을 진행, 약사회의 현상황이 `비밀'이 많을 수 밖에 없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비공개 임총 중간중간 박인춘홍보위원장이 취재진에게 한 브리핑을 통해 분업불참과 손해배상 청구가 결의됐다는 사실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현 집행부 사퇴여부를 놓고 격론이 진행중임이 확인됐다.

한편 브리핑과정에서 박홍보위원장은 82∼85년 목포 등에서 실시된 의약분업 시범사업의 실패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단호하게 `의사들의 비협조'라고 대답한 반면 시범사업이 언제 실시됐냐는 질문에는 우물우물 답변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시범사업이 언제 실시됐는지도 모르는 홍보위원장이 실패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상대책委에 집행부를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격론중임을 브리핑하던 과정에서는 홍보위원장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설명한 사무국 직원에 대해 홍보위원장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하는 등 임총은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게 진행됐다.

임총을 마치고 약사회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원칙이 훼손된 의약분업에 불참하고, 올바른 의약분업 정착을 위해 약사법 개악저지 운동에 돌입하며, 5.10합의정신과 원칙이 회복될 때 까지 악법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히고 청와대 김유배노동복지수석을 원칙훼손의 장본인으로 지명, 사퇴를 촉구했다.

임총 후 약사회 김희중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단 약사법 개정전까지는 분업에 참여할 것이나 원칙이 훼손될 경우 불참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여전히 음모론을 내세우는 한편 “분업시행 전날인 6월30일에라도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정부·의료계·국민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했다.

약사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임의조제·대체조제는 국민 편익을 위한 것이며, 시민단체도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협조할 것이므로 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語不成說'에 시민단체를 끌어들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26일 약사회는 임총의 결의대로 김희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상임이사·시도지부장으로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비대위를 구성, 본격적인 개정저지 작업에 들어갔다.

대국민홍보를 빌미로, 대국민서명운동 등을 도구로 삼아 본질이 왜곡된 분업의 시행을 추진하는 한편 분업시행후 문제점이 나타날 경우 재검토하자는 `선시행 후보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는 이밖에도 여러가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임의조제·대체조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귀착된다.

약사회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원칙은 `5.10합의'이고 이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 원칙훼손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이뤄진 합의가 과연 `원칙'이 될 수 있는지, 이 합의이행을 주장하는 것이 국민건강 수호라는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드는 현실이다.

그동안 수없이 임의조제·대체조제 포기를 선언하고 약속해 오다가 막상 약사법 개정을 통해 임의조제·대체조제가 법적으로 금지되게 되자 개선을 `개악'이라고 표현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허술한 법체계를 악용해 임의조제·대체조제를 자행하겠다는 의도가 좌절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표인 약물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전제가 약사들의 임의조제·대체조제 금지라는 사실은, 약사회가 끌어들이려는 시민단체는 물론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도가 좌절되자 반발하는 것은 `부당하게 차지한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욕심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제는 욕심에서 벗어나 `대원칙'을 위해 약사회·정부 및 의료계가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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