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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질병양상과 심각성
[특별기획]질병양상과 심각성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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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제대로 알자(1)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악성종양인 암, 2위는 심혈관질환이다. 그러나 질병 부담으로 따졌을 때는 5대암 보다 3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나 악성종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늘에 가려있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사망으로만 따지면 5대 악성종양과 심혈관질환은 각각 25%정도로 비슷하지만 심혈관질환의 경우 사망, 또는 사망하지는 않더라도 장애로 인한 건강손실을 따지면 그 심각성은 오히려 암보다 더 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암의 경우 현재까지 마땅한 예방법 없이 조기발견 및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지만 심혈관질환의 경우 위험요인인 고혈압과 흡연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가능하다는 점에서 심혈관질환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심혈관질환의 현황과 그 심각성, 국가의 관리, 국민교육프로그램, 감시체계의 필요성을 살펴봄으로써 적절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예방 가능하지만 방치 땐 대재앙
심혈관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

우리나라는 1980 년대에 들어서면서 심혈관질환이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쇠퇴하는 시대(age of receding pandemics)'에서 '퇴행성 인조질환의 시대(age of degenerative and man-made disease)'로 이행하는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퇴행성 인조질환의 시대에서는 기대 수명이 길어짐과 동시에 고지방 식이, 흡연, 운동부족 등의 생활 습관이 일반화된다. 따라서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하고 출혈성 뇌졸중 대신 허혈성 뇌졸중의 사망률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고혈압성 심장질환이 감소하면서 뇌졸중의 양상이 출혈성으로부터 허혈성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하는 조짐을 보여 관상동맥질환의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2002년 한 해 동안 한국인 10만명당 512.2명이 사망하였으며 이중에서 심혈관계질환과 관련된 사망은 전체 사망자의 22.4%로 암에 의한 사망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심혈관질환이 한국인에게서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1984년 이후의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연령표준화한 사망률을 비교함으로써 한국인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와 관련된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 및 심혈관질환의 질병부담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최근 허혈성심장질환 사망률 5배 가까이 증가

허혈성 심장질환의 사망률은 1984년부터 1993년까지는 급격히 증가하다가 1993년 이후에는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에는 허혈성 심장질환의 사망률이 10만명당 남자 18.8명, 여자 12.7명으로 1984년과 비교해서 남녀 모두 4.9배 증가했다.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감소추세나 여전히 높아

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198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높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중 출혈성 뇌졸중과 허혈성 뇌졸중이 차지하는 분율을 남녀별로 1984년과 2002년으로 나누어 비교해보면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뇌졸중 사망중 출혈성과 허혈성 뇌졸중이 차지하는 분율이 18년 동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출혈성에 비하여 허혈성 뇌졸중이 차지하는 분율의 증가가 매우 뚜렷하여 남녀에서 출혈성 뇌졸중은 약 1.4배 증가한데 비해 허혈성 뇌졸중은 약 9.5배 정도 증가하였다.

고혈압 조절만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증, 울혈성 심부전, 신장병, 말초혈관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혈압이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의 위험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우리나라 자료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있다. KMIC Study 자료에 의하면 고혈압이 뇌혈관질환 발생과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에 기여하는 일반인구 기여위험도는 각각 35%, 21%이다. 이는 정상혈압을 유지하면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을 각각 35%와 21%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측정한 30세 이상 성인의 혈압 분포를 JNC-7 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식대로 분류하면 아래 <표 2>와 같다. 특히 남자의 39.8%, 여자의 30.6%가 고혈압 전기에 속하므로 이들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30세 이상 성인 중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은 남자에서는 28.4%, 여자에서는 47.3%에 불과했다.

심혈관질환이 암보다 질병부담 크다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경제적, 보건의료적 부담을 측정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 세계은행 그리고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1992년부터 5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장애보정생존년(disability adjusted life-year, DALY)을 개발하였고,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각종 질병에 대한 장애보정생존년을 발표하고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조기사망이나 장애가 생길 경우, 이로 인한 건강손실을 연수로 계산하여 '장애보정생존년' 이라고 하였다. 2004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장애보정연수는 전체 장애보정연수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장애보정연수는 전체의 3.9%를 차지하여 단일질환으로는 하기도감염, 후천성면역결핍증, 우울증, 설사질환에 이어서 5번째로 질병부담이 큰 질환이다.
2003년도에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5대 악성종양(위암·대장암·기관지 및 폐암·유방암·자궁암), 당뇨병· 허혈성심장질환·뇌졸중·손상·치아우식증의 6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 장애보정생존년을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심혈관질환의 남녀 전체 장애보정생존년은 1,481,097 인년으로 5대 악성종양 및 손상의 장애보정생존년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표 3>. 남자에서의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질병부담은 각각 369,692 인년, 443,553 인년이었으며, 여자에서의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질병부담은 각각 297,779 인년, 370,053 인년이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서 우리나라에서의 심혈관질환은 5대 악성종양이나 손상보다 질병부담의 규모가 더 큰 건강문제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인 심혈관질환 사망 양상 변화에 따른 대책 절실

현재까지 고찰한 한국인 심혈관질환 사망변화의 특징적 양상은 뇌혈관질환의 사망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이나 출혈성에 비하여 허혈성 뇌졸중이 증가하고 있고, 고혈압성 심질환의 사망은 크게 줄고 있으며 허혈성 심질환 사망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행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이 필요할 것인가?
앞으로 큰 유행이 예상되는 허혈성 심질환과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요인은 고혈압성 심질환이나 출혈성 뇌졸중과는 매우 다르다. 과거 유행하였던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은 고혈압과 흡연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유행이 되고있는 허혈성 뇌졸중과 심질환은 이러한 위험요인 이외에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중요한 위험요인이 된다. 당뇨, 비만 및 고지혈증은 최근 서구화되어 가는 한국인의 생활습관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하여서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을 바람직하게 바꾸어야 한다. 한국인의 생활습관을 바람직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적인 노력이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국가차원의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사업을 조속히 수립하여 실시해야 한다.

서 일(심혈관질환예방및관리연구회장/연세의대교수 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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