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클래식음악 해설서나 가이드북이 시대별, 장르별로 음악을 구분하는데 비해,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각각 계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들을 선별해 소개했다. 제1장 '봄, 세상의 모든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 2번, 차이코프스키의 현악6중주곡인 플로렌스의 추억 등이 담겨있다. 제2장 '여름, 싱그러운 꿈과 낭만을 위하여'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 등 명곡들을 소개한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엘가의 첼로협주곡 등이 우수에 젖게하는 제3장 '가을, 홀로 남은 자의 슬픔을 위하여', 그리고 슈베르트와 라흐마니노프의 기구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제4장 '겨울, 고독한 영혼을 위하여'도 흥미롭다. 음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저자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수필처럼 엮어놓아 읽기에 쉽고 부담이 없다. 책에 수록된 관련 사진들의 퀄리티도 매우 좋다.
책 맨끝에는 저자가 엄선한 약 100장의 명반 목록이 수록됐다. 자칭 클래식음악 평론가들에게 음반을 추천해 달라면 돈 주고도 살 수없는 듣도보도 못한 희귀음반을 자랑삼아 늘어놓기 일쑤인데, 저자의 추천 음반은 지금 당장이라도 레코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어서 반갑다. 특히 안드라스 시프, 아키코 수와나이, 길 샤함 등 젊은 연주자들의 음반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 이채롭다. 예를 들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국내에서 열이면 아홉은 글렌 굴드의 연주를 꼽는데, 박종호씨는 안드라스 시프와 피에르 앙타이를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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