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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병원계 파업 후유증 '진땀'

병원계 파업 후유증 '진땀'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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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경영손실과 향후 주5일제 도입으로 인한 인력충원 등 추가비용분으로 인해 파업은 끝났어도 병원경영 악화 등 그 여파는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유태전)에 따르면 주요대학병원의 파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진료손실액은 병원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병원경영에 또다른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대학병원 파업여파, 병원경영 악화로 이어질듯
이번 병원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K의료원은 6월20일 기준으로 18억원의 진료수입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감소율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E의료원의 경우 외래환자수는 파업중인 타병원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지만 입원환자수는 일평균 620명 수준에서 540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6월20일까지 단순 진료수익 감소분만 일일 약 1억5천만원, 파업기간 동안 10억원을 넘어섰으며, 무엇보다 신규 환자를 받을 수가 없어서 일당 진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합검진환자수도 평소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파업한 병원의 사정은 다들 마찬가지. H의료원 산하병원의 경우 전년도 동기 대비 초진환자수가 47.6%, 외래환자는 12%, 입원환자는 23% 이상 줄었으며, 진료수익도 외래의 경우 약 14%, 입원은 28%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의 경우 수술건수 감소폭도 커 병원 경영악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H의료원 산하 또다른 병원도 초진환자 약 23%, 외래 14%, 입원 12% 이상 줄어들었다.
 
환자불편과 민원발생도 병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이번 파업으로 병원경영 악화는 물론 환자들의 불편과 이로 인한 민원발생도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 대표 의료기관인 S병원의 수술건수(21일 현재)가 평소의 30%에도 미치는 못하는 3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의 경우 전체 40개 병동 가운데 간호사 1명만 근무하는 병동이 23개에 달했으며, 원무과 수납창구 직원의 파업참여로 수납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편도 컸다.

또 타병원 노조원들을 포함한 약 400여명의 농성자가 2층 로비를 점거한 가운데 입원환자들에게는 21일 오전에도 도시락 150개, 치료식 320식 등 도시락으로 환자식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진료실적도 평소에 비해 크게 줄었다. 외래환자는 월요일 평균 5천600명에서 21일(월)에 4천200명으로 줄었고, 입원환자는 1천400명 전후였으나 파업기간에는 약 900명으로 병상가동률이 60%에 그쳤다.

이같은 집계상황은 직접적인 진료수익 손실분만 계산했을 뿐 간접적인 수익손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향후 그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상당수 병원들이 의료수익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주차나 식당, 기타 복지시설 등을 운영해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파업여파로 병원을 찾는 발걸음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간접비용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란게 병원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병원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파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병원파업'으로 인식, 불신과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어 이 또한 향후 병원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주5일제 도입후 비용은 늘어나고 수입은 감소, 정부 대책 절실
무엇보다 향후 주5일제가 시행될 경우 인건비 등의 비용이 늘어나는데 반해 수가통제 정책으로 가격은 정해져 있고, 병원 문을 여는 날은 줄어들어 진료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즉, 병원의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인력을 투입,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주5일제가 시행되면 인력투입에 드는 돈은 늘어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간은 하루가 줄어들어 병원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병원자체의 경영효율화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정부정책의 변화로 추가비용이 발생된 만큼 정부차원의 병원경영수지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영수지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병원으로서도 경영난을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병원경영난을 빗대 일부 병원 관계자는 "차라리 병원을 경영하는 것보다 장례식장을 경영하는게 나을 것"이라며 무거운 심정을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에서 토요일 진료공백을 메워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병원이 제기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선 토·일요일을 대비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야간수가할증제도 재정립 등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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