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20:40 (토)
제약연구소탐방2 유한양행중앙연구소, 글로벌 경영 주춧돌 '새 것으로 승부한다'

제약연구소탐방2 유한양행중앙연구소, 글로벌 경영 주춧돌 '새 것으로 승부한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4.06.10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행'(洋行)이란 근대화시절 주로 서양에서 수입한 물건을 취급하던 신식상점(行·줄이나 가게란 뜻)을 중국식으로 이르던 말로서 '상사'(商社)의 다른 말이다.'유한양행(柳韓洋行)'에서 '유한'은 설립자 유일한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니, '유일한의 신식상점'이란 뜻 쯤 되겠다.

그렇다면 올해로 7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신식상점'의 2004년 버전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설립자 유일한 박사의 '사회공로, 이익환원'로 대표되는 기업 이미지에 조금은 '올드'한 토종기업이란 느낌이 공존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유한양행'을 쳐보라.다른 것 말고 '뉴스'만 한번 살펴보자.최근 유한양행 관련 뉴스 열개중 아홉개는 '주식시장 위기시 방어주·대안주에 눈길을 돌려라'라는 내용으로 유한양행에 투자를 추천하는 기사들이다.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유한양행의 2004년 현재 각종 경영 성적표를 짚어보고 넘어가자.

매출액.............3,065억원(업계3위)
순이익...............532억원(업계1위)
시가총액...........5,371억원(업계1위)
연구인력........................227명
연구비지출액..................150억원
주력제품...이세파신주(매출액 211억원)
100억대 이상 품목........6개(업계2위)
2003년 수출액.................216억원
2004년 수출목표액.............336억원
(주:2003년 기준)

이 정도 성적이면 국내 제약계의 선두주자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제약업계 글로벌화의 선봉이라 할 만하다.유한양행의 사명을 유한코포레이션이나 유한제약컴퍼니 정도로 영어 단어 하나 정도는 집어 넣어야 하지 않을까?


2003년, 유한양행은 두번에 걸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하나는 작년 4월, 미국의 GMW사에 285억원의 에이즈치료제(FTC)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는 영화 '실미도' 때문이었다.실미도 마지막 장면 총격전의 무대가 바로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 앞이 아니었던가.사실 취재의 본 내용과 별 상관은 없으나 단순 '호기심'에 혹시 현재 근무하는 직원 중 실제로 설경구, 아니 북파공작원들의 교전 모습을 목격하신 분이 계시지 않을까 수소문 해보았으나, 거의 없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었다.현재 공장장으로 근무중이신 한 분이 당시 본사에 계시긴 했으나, 기억을 더듬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만을 들을 수 있었다.여기에 뭔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여 좀더 캐보려 했으나 사연인즉, 실미도 흥행 당시 워낙 매스컴에서 귀찮게 해서 다시는 실미도에 '실'자도 꺼내지 말아달라는… 뭐 그런 뜻이었다고….
다시 연구소 얘기로 돌아가서, 작년 FTC의 원료 수출 계약은 유한양행 연구소 역사에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었다.유한양행이 증시 관계자들로부터 '적극추천'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원료의약품 수출'이라는 신수익모델과 이에 따른 실적모멘텀 때문이다.현재 유한양행은 5가지 정도의 원료의약품을 수출하고 있거나 수출 예정인데, FTC를 필두로 하여 ribavirin(C형간염치료제)은 FDA 승인을 획득했고, levofloxacin과 PMH가 DMF를 완료했으며, terbinafine을 개발중이다.

강희일 중앙 연구소장은 "현재 다국적 회사의 침투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원료의약품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FTC 수출을 계기로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고 수익성도 매우 높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유한양행이 가진 합성 기술력과 공정개발·신물질 합성능력의 강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유한양행은 FTC 원료 수출을 통해 작년 한해 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엔 1,680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의 또다른 핵심 사업이며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신약 '레바넥스'(YH1885·레바프라잔)이다.기존의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차별화되는 위산펌프길항제(APA)로서 내년 중반 상품화를 계획중이다.현재 십이지장궤양의 임상3상과 그 외 적응증에 대해서 임상2상을 진행중이다.강희일 소장은 "YH1885는 1993년 부터 170여억원을 투자한 초대형 신약이다.

현재 국내 병원 뿐 아니라 해외위탁시험기관에서 임상을 진행중이며 위염·십이지장궤양·헬리코박터 파일로리제균요법 등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유한양행측은 이 제품이 상품화되면 연간 약 10억~20억달러의 매출과 로얄티 수입만 1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동아제약과 컨소시엄을 구성, 환자의 뼈를 분해하는 '카텝신-K'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골다공증치료제와 C형간염 치료제를 개발중인데, 이는 국내 1,2위 제약사간의 최초 공동 연구라는 측면에서 효율적 생산·연구의 모범사례라 불리우고 있다.두 회사는 임상2상 이후 외국에 기술 이전을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예상 매출액의 6%인 18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150억원 비해서 2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중앙연구소에는 2백여명의 연구인력이 있으며 박사급 인력만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연구소를 기흥으로 이전하고, 이를 제2의 도약으로 삼을 계획이다.

강희일 소장은 "연구소는 회사성장의 엔진이다"라고 강조하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와 관리 기법의 도입으로 현재 10년이 넘게 걸리는 신약 연구의 기간을 단축시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또한 이를 위해 연구소의 단기·중기·장기적 과제를 수립하고 추진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원료의약품 수출과 신제형 제제를 개발하는 전략이다. 최근 속붕해성진통제의 허가취득과 속붕해성항구토제 온세란을 출시했으며, 서방성항생제 세파클로를 출시한 바 있다.

중기적으로는 각종 질병 진단키트의 제품화와 G-CSF·EPO 등 바이오텍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백혈구증강제인 G-CSF는 유전자를 조작한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하는 기법을 개발, 현재 3상 임상시험을 끝냈으며 적혈구증강제 EPO도 전임상을 완료했다.

장기적 연구과제로는 새로운 약물 작용점을 발굴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신약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 제약계의 화두는 '세계 진출'이다.완제의약품의 미국진출, 베트남 등 신시장개척,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해외공동연구 등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화 노력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이 시점에서 '유일한의 신식상점'의 위상은 무엇일까? '이익의 사회환원', '바람직한 경영인의 모델'이라는 이미지와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라는 주변의 코멘트.

유한양행은 우리에게 그 이상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모든 제약회사가 글로벌 신약개발을 꿈꾸고 연구비 지출 확대를 광고하는 가운데, 유한양행은 '실미도'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다시 한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인가?

유한양행의 사명을 다시 한번 훑어보니 양행의 뜻에 '서양(洋)으로 간다(行)'라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수입한 의약품을 취급하던 신식상점'에서 '글로벌화를 통한 또다른 사회기여'를 이루어 내리라는 유일한 박사의 선견지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