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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 "거짓말쟁이는 누구?"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 "거짓말쟁이는 누구?"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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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불편한 진실 감추는데 어떻게 신뢰하나?"
한 번의 의료공백 괜찮다고? "회복 불가능…10년 뒤로는 못 메꿔"

ⓒ의협신문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공보이사가 29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에 대한 젊은 의사의 인식을 말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사직한 젊은 의사가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첫째 이유로 '정부를 향한 불신'을 짚었다.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나 이면은 일언반구 없이 '장밋빛 약속'만 남발하는 행태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의료계, 정부, 환자단체가 한자리에서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패널로 참석한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공보이사는 의대생으로서 2020년을 겪고 올해 사직하고 미용병원에서 일하기까지, 젊은 의사가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했다. 

채동영 이사는 '불편한 진실'이 의료개혁 설명에 있어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고 건강보험재정은 파탄에 이를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고 국민과 의료계에 설명 내지 설득해야 했다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추진된 정책의 일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케어)을 들었다. 2017년 해당 정책 인식조사 결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위한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것은 국민들도 50.3%가 동의했으나 정책 공감 여부는 76.6%로 나왔다. 다수가 재정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채동영 이사는 "정책의 방향성과 근거, 부작용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데, 단점을 얘기 않고 장점만 얘기하는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미래를 약속하고 '아름다운 약속'이 적힌 어음을 내밀어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성토했다.

정부가 거짓말을 남발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의료계의 반대로 증원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의사 수와 의료비의 급증으로 의대정원 감축 등 대책을 2000년대 초반까지도 논의했으며, 대표적인 필수의료인 신경외과 의사 수 또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많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의협신문
각국의 인구 대비 신경외과 전문의 수를 나타낸 그래프. 한국은 짙은 푸른색으로 표기돼 신경외과 전문의 수가 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다만 바이탈 진료과를 선택했어도 현실이 여의치 않아 다른 진로로 이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동영 이사는 "굉장히 실력이 뛰어나고 필수의료 진료과를 꼭 가겠다던 선배들이 있었다. 실제로 해당 진료과를 선택했는데, 후에 미용 분야에서 일하고 있더라"며 "지망하던 필수의료과를 선택했어도 본인이 원하는 진료가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없다고 느끼더라"고 전했다.

채동영 이사는 "필수의료 분야에 건강보험재정 5년간 연 2조원을 지원한다지만, 실상 건보재정에 국고지원금은 법정 20%로 지원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미납액만 20~30조에 달한다"면서 "그 지원금마저 수가 인상분에서 빼서 준다는데, 말로만 지원하겠다면서 행동은 하지 않으면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들만이라도 실제로 행동에 나서 해결해 준다면, 전공의들이 테이블에 앉는 것은 물론 향후 어떤 정책이라도 신뢰로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채동영 이사는 "나를 포함한 젊은 의사들은 이제껏 정부가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느낀다. 이 자리 교수님들도 어떤 아우성도 정책에 닿지 않는다고 뼈저리게 느끼셨을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증원하든 감원하든 유지하든, 정부가 의료계와 서로 합의된 상태에서 추진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수들도 공감을 나타내며,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전향적 태도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에 한 번 공백이 생겨도 문제없다는 정부 입장에 크게 우려했다.

하은진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는 "현 젊은 세대는 가치에 기반해 진로를 선택한다"며 "필수의료를 택한 젊은 의사 역시 힘든 수련환경을 알고 있지만, 환자를 살려내는 일을 하고 싶고 보람을 느껴서 택했다. 이를 정책에 고려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의사는 도제식 교육이기에, 한 번의 공백이 생기면 10년 뒤 신규 인력이 확충된다 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짚은 하은진 교수는 "한 세대 의사가 사라지면 축적한 임상경험과 지식에 공백이 생긴다. 임상실습과 지도에서 빈자리가 생겨 교육 질 저하가 필연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험 많고 숙련된 상급 연차의 부재는 진료 수준 저하로 이어져 환자에게도 직접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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