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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대폭 증원에 교직원들 "죽으라는 말, 사직할 판"

의대 정원 대폭 증원에 교직원들 "죽으라는 말, 사직할 판"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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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대·충북대병원 현장, 의사 아닌 인력들도 "증원 시 교육 도저히 불가능"
카데바 수입·공유 망언에 기증 끊겨…기자재만 30억원 필요, 현 인력도 "못 버텨"

ⓒ의협신문
[의협신문]은 5월 7일 충북의대와 충북대병원을 방문해 학생 교육 공간을 직접 살펴봤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학교육 현장에 의사가 아닌 교원·직원들도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는 대규모 증원 강행으로 불가능한 업무를 강요한다면 사직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의협신문]이 5월 7일 충북의대를 찾았을 때, 기자재를 관리하고 학생들 실습을 돕는 A씨는 당장 해부학실습부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국립대학에 2025학년도는 배정분의 50%까지 줄일 수 있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원래 배정분을 반영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현 정원 49명에서 125명, 내후년에는 2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A씨는 "200명이 돼버리면 카데바가 40구는 더 필요하다"며 "이대로라면 학생들은 카데바 한 구에 20~30명이 붙고 책으로 해부학을 배워야 한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충북의대는 정부가 의대증원을 추진하면서부터 카데바 기증이 끊긴 상태다. 이미 기증서약자를 작성한 기증자여도 사후 유족들이 연락해야 기증이 이뤄지는데, 그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정부가 증원을 추진하고 카데바를 수입하겠다 공유하겠다 발언하는 등 행보가 유족들 마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카데바 수급이 평소처럼 이뤄졌어도 증원된 학생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데 이젠 정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충북의대 실습에는 연 12~15구의 카데바가 사용되고, 통상 연 15~20구 기증이 들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기증된 카데바는 4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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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대 해부학실습실. 수용가능인원은 60명이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설령 카데바가 확보된다 해도 A씨 본인이 버틸 수가 없다.

A씨는 "해부학실습은 TV나 드라마와는 딴판이다. 매우 고된 일"이라며 "여기서 배 이상 늘어난 인원의 해부학실습을 관리하라는 건 우리더러 죽으란 얘기"라고 말했다.

의학교육 특성상 해부학 외에도 실습이 많다. 증원되면 전반적인 업무 부담이 배 이상은 증가한다. 예컨대 국가고시에 대비한 일대일 모의시험은 학생 한 명당 100분이 소요해 이제까지 1박 2일 시험을 치러왔는데, 증원되면 여기서 3~4박으로 늘어난다.

A씨는 "그렇게 된다면 내가 교수님보다 먼저 사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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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대 의예과 강의실. 수용가능인원은 60명이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교육하기엔 물리적 공간도 태부족이다. 

10개의 테이블이 놓인 해부학실습실은 수용규모가 60명이다. 기초실험실도, 예과(의예과) 강의실도 60명 규모다. CPX 실습실은 5명 적정규모로 총 8실이 있고, OSCE 실습실은 15명이 들어가면 꽉 찬다. 이것도 두 곳을 터서 합친 크기다.

특히 OSCE 실습실은 본과 2·3·4학년이 모두 쓰는 곳이고, 본과 4학년들이 국가고시를 준비하며 거의 상주하는 곳이다. 또 과별로 10여명이 조를 이뤄 실습을 오는데 하루에 1개과만 오진 않는다.

현 정원에서는 많아야 하루에 두 조가 겹치는 정도였는데, 증원된 인원으로는 실습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A씨 말마따나 감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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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대 OSCE 실습실. 사진 아래쪽에 더미와 제세동기 모형만 해도 3000만원 어치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실습 기자재는 부족해서 문제인데 정말 확보한다고 해도 문제다. 기자재를 들여놓을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충북의대는 교육부 조사에서 증원에 따른 추가 기자재 비용을 '30억원'이라고 답했다. 의대에 배정된 예산은 5억원이다.

3억원을 잘못 말한 거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A씨는 30억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모품도 상당하지만, 시뮬레이션 장비가 모두 수입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종합시뮬레이터 더미와 제세동기 모형만 합쳐서 3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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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병원 내 본과 학생 강의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충북의대를 나와서 향한 충북대병원에는 본과 3·4학년을 위한 강의실과 캐비넷이 있다. 한켠에는 학생들이 입던 가운이, 다른 한켠에는 학생들이 필기한 수업자료가 쌓여있다.

병원 내 강의실은 각 학년 정원에 맞는 50~60명 규모였다. 병원 내 교육시설을 관리하는 직원 B씨는 두 학년 강의실을 터도 125명이든 200명이든 들어가기 힘들 거라고 했다.

"아휴…학생들이 수업을 못 들어서 어떡해"

B씨는 학생들의 빈 자리를 못내 안타까워했다. 의대증원 관련 현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생들이 정말 유급되는지 기자에게 여러 번 묻기도 했다. "꼭 해야 한다면 조금씩 천천히 증원해도 될 것을…"이라며 말을 흐렸다.

한편 충북의대·충북대병원의 교수 및 교직원들은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소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의대는 14일과 16일로 예정했던 의대증원에 따른 학칙개정 심의를 법원 결정 이후 내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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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병원 학생강의실 앞 캐비넷에는 가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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