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도 151명 중 4명만 등록...대규모 공백
인력 공백, 인턴→레지던트→전임의 '연쇄 파장' 불가피
의료계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상 가해져" 개탄
올해 상반기 인턴 임용이 2일 저녁 마감됐다. 전체 인턴의 90% 가까이가 임용등록을 포기하면서 무더기 '인턴 실종' 사태가 현실화한 모양새다.
의료계는 "의료체계에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이 가해졌다"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인턴 1년을 시작으로 3∼4년의 레지던트 수련, 전문의 취득후 전임의(펠로우) 활동으로 이어지는 의사 수련·양성 체계를 고려할 때 한 해의 인력공백이 고스란히 수년 간의 인력실종이라는 연쇄효과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2024년 인턴 임용 등록이 마감됐다. 전날 기준 전체 인력의 10%에 불과했던 등록 인원은, 마감 날인 이날에도 크게 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정원 166명 대비 3.6%인 6명 만이 기한 내 임용 등록을 마쳤다. 160명의 인턴은 끝내 돌아오지 못해, 고스란히 인력공백으로 남게 됐다. 다른 빅5병원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도 151명 중 2.6%인 4명만 임용 등록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마감 기한 전날인 1일 기준, 인턴 정원 대비 임용 등록자 비율이 10% 수준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2일에도 특별한 기류변화가 없었던 만큼 최종 수치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2일 브리핑에서 "전체 3068명 가운데 인턴 수련 예정자는 2697명이며, 1일 현재 임용 등록을 마친 인원은 10%가 조금 안된다"고 밝혔다.
무더기 임용 포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정부는 추가 임용 등록 또는 임용 기간 연장 가능성을 닫았다.
전 실장은 "2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반기 인턴 수련은 불가하다. 미 등록자의 경우 자리가 있으면 9월 하반기, 아니면 내년 3월에 다시 인턴에 지원해 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 못 박으며 "전공의 근무지 이탈로 인한 공백은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의료진 이탈에 대해서도 각종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의 90%가 넘는 인턴 예정자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이 날로 결국 닫혔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의료체계에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이 가해졌다"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일 SNS를 통해 "우리나라 의사들은 1년 인턴과정을 마쳐야 레지던트를 지원할 수 있다. 인턴을 못 뽑으면 내년 레지던트 1년차는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고 평했다.
이의 연쇄적인 파장도 걱정했다.
"전문의 따는 의사가 적으면 전임의가 없고, 전임의가 없으면 대학병원에서 일할 교수요원도 구할 수 없게 된다.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교수들이 다 알아서 해야 하니 대학병원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도미노가 시작되었다"고 우려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아랫연차 전공의가 없으면 윗년차 전공의가 못 버티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윗년차가 없으면 아랫연차 지원이 줄어든다"며 "결론적으로 의료체계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졌다"고 동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