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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 정원 200명, 국립의대 교수들 "교육 못한다" 

하루아침 정원 200명, 국립의대 교수들 "교육 못한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3.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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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앞에 모인 교수들 "사법부가 마지막 보루" 호소
충북의대·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 "많아도 너무 많아"

부산의대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이 22일 행정법원앞에서 의대 교육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협신문
부산의대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이 22일 행정법원앞에서 의대 교육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양명 기자]ⓒ의협신문

정부가 지난 20일 전국 40개 의대의 구체적 증원 숫자를 공개했다. 지방 거점 국립의대는 정원이 단숨에 200명으로 늘었는데 "교육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립의대 중 하나인 충북의대와 부산의대 교수는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의대의 교육 현실을 이야기했다.

증원 인원 최다인 151명이 늘어난 충북의대 교수들은 당장 내년부터 200명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충북의대 정원은 49명이다.

최다 증원 충북의대, 10년째 20명 늘려달라 할때는 답 없더니…

충북의대교수협의회 최중국 회장(생화학교실)은 22일 충북의대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현재 1호관부터 3호관까지 3개의 건물이 있는데 어디에도 200명을 수용할 수 없는 강의실이 없다. 또 현재 예과 학생의 강의공간 및 기타 학습공간이 모자라 충북 청주에 있는 본 캠퍼스에서 버스로 40~50분 가야하는 오송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지만 거기도 강의실 2개와 기숙사만 있다. 학생들이 따로 공부 등의 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캠퍼스'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해부학 실습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본과에 올라가면 기증된 시신으로 해부실습을 하는데 49명 정원인 상황에서 1년에 10구 정도의 시신을 기증받아 8~10개의 특수 실험실에서 해부 실습을 한다"라며 "학교나 정부가 마음대로 시신 기증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본과 3, 4학년에 이뤄지는 임상실습도 문제다. 최 회장은 "현재 실습은 800병상 규모의 충북대병원에서 하고 있는데 임상교수가 90명 정도"라며 "앞으로 400명을 90명의 임상교수가 800병상의 병원에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충북의대는 미니의대이다 보니 10년 전부터 정원을 20명 정도 늘려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지만 내내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하루아침에 151명이 늘었다. 증원을 주장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의대는 교육환경이 적정한지 2년, 4년, 6년마다 평가를 받는데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시 자격이 박탈된다'라며 "현재 교육 환경에서 20~30명 정도 증원을 10년 가까이 부르짖었는데 갑자기 200명으로 늘려서 수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 의학교육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결국 책임은 오로지 의대 학생과 교수들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총장이 할 수 있는 것은 강의실을 만드는 것뿐"이라며 "의대가 이론 강의만으로 의사를 만드는 교육 기관은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부산의대 "140~150명 모여 강의듣던 시절 아니다"

부산의대 역시 지방 거점 국립의대로서 현재 정원보다 60명 늘어 200명의 정원을 받아 들었다. 부산의대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해부학교실) 역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부산의대는 유급생을 감안해 140명까지는 현재 상황에서도 교육이 가능한데 200명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오 회장은 "카데바를 1년에 16구 쓰고 있으며 조직학 실습도 125명에 맞춰져 있다. 생물학 실험실도 마찬가지다"라며 "의과대학 핵심시설 중 하나인 임상 시뮬레이션센터도 125명에 맞춰져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새로운 건물을 증축하더라도 최소 4년, 현실적으로는 5~6년이 걸린다"라며 "그 사이 200명 교육을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교수 1000명 증원의 허점도 지적했다. 부산의대는 전임의 이후 진료교수, 임상교수, 기금교수, 전임교수가 있다. 의대는 기금교수와 전임교수가 교육과 연구, 진료를 담당하게 돼 있는데 현재 부산의대에는 총 339명이 있다. 이 중 기금교수는 184명이고 전임교수는 155명이다. 

오 회장은 "정부가 전임교수 티오를 100명 준다고 해도 기금교수 184명 중 100명이 이동하기 때문에 전체 339명이라는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라며 "기금교수 빈자리를 진료교수와 임상교수가 채우면 된다고 하겠지만 현재 젊은교수들이 모두 사직하고 나가고 있다. 진료를 담당하지 않고 오로지 교육과 연구를 하는 교수는 39명인데 이 숫자가 갑자기 늘어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20~30년 전과 교육과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규모 강의실에 140~150명씩 들어가서 공부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급작스러운 교육체제 변화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이런식으로 가면 의학교육은 20~30년 전으로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오 교수는 "지역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지역 필수의료가 보장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한다"라며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병적으로 집착한다고까지 했다.

그는 "정부는 2000명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 집착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이성이 마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마지막 남은 보루 사법부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자유롭게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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