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파킨슨에 뇌파계 무관은 상식" 대법원 판결 규탄
"치매·파킨슨에 뇌파계 무관은 상식" 대법원 판결 규탄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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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협·공의모·바의연·대개협 "비과학적·비의학적 판결" 한목소리
"본인 가족이라면 한방서 뇌파계 치매 진단·치료 받게 할까?" 지적
ⓒ의협신문
[사진=DCStudio,freepik] ⓒ의협신문

대법원이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해 온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고도로 훈련받은 신경과 전문의가 필요한 치매나 파킨슨병 진단에, 관련 없는 뇌파계를 사용한다는 것이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8월 18일 대법원은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가 보건복지부에 제기한 한의사 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한의사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한병원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킨슨병과 치매같은 중증 신경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뇌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인 뇌파계는 개발과 제작 모두 현대의학적 이론에 따라 현대의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어 "뇌파계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는 현대의학적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하는 의료행위"라며 "뇌파계를 사용한 진단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망진(望診)이나 문진(聞珍)에 해당지도 않는다. 뇌파계 측정 결과 분석에는 고도의 의학적 전문지식이 반드시 필요한데, 해당 한의사가 사용한 뇌파계의 자동판독기능은 식약처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도 같은 날 성명서에서 "뇌파계 시행과 해석은 굉장히 어려워 6년간 의과대학 정규교육을 마쳤다고 EEG를 할 수 있다 주장하는 의사도 없다"며 말을 보탰다. 정규교육 외에도 5년간 인턴 및 신경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으며 수많은 환자들을 겪어야 해석하고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의모는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가 필요 없다는 건 의사들에게 상식"이라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친다. 재판부는 본인 가족이라도 치매와 파킨슨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한의사에게 뇌파검사를 받도록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8월 21일 "파킨슨병과 치매를 뇌파계로 진단하겠다는 건 잘못된 진단법으로, 뇌파계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사라도 허위과장광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한의사의 오진으로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환자가 버젓이 존재하듯, 뇌파 측정 자체는 위험하지 않더라도 뇌파의 오독과 오진은 환자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다"고 짚었다.

한의학 교과서 등에 의과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법 및 치료법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바의연은 "현대의학에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는 모든 의료기기와 의료행위는 교과서 또는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논문에 원리, 방법, 부작용, 연구 결과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며 "의과대학에서 한의학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의사들이 첩약과 침구를 해도 되고, 치의학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치과 진료를 해도 무방하다는 말처럼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21일 "의료기기는 환자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지, 사용할 줄도 모르면서 병원 장식이나 환자 유인을 목적으로 자랑하기 위한 장신구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관련 세계학회 의견과 수많은 과학적 설명을 무시하고 허무맹랑한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또 "한의학 국가시험 중 현대 의료기기 관련 문항을 보면 한방 질환이 아니라 단순 진단명 퀴즈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마저도 틀린 진단명이 해답인 문제가 다수다. 위급한 급성 백혈병이나 난치성 질환에 한방 탕약을 처방하라는 문항은 절체절명 치료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어 아찔하다"며 "향후 한의사가 초음파와 뇌파 장비를 사용해 질병 조기진단에 실패하고 병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 이를 법적으로 허용한 대법관들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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