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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학생 사망 사건…응급의학 의사 이탈 현실화
대구 여학생 사망 사건…응급의학 의사 이탈 현실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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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사직서 제출
과도한 업무 부담...전공의 경찰 피의자 신분 조사 영향
응급의학의사회 "응급실 인프라 부족 해결…의료진에 책임전가 안돼"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최근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찾아 다니다가 사망한 사건 당시 환자를 진료한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전문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A 전공의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월 16일부터 수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추가 소환도 앞두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경찰의 억지 수사를 비판하면서 "응급실 과밀화 문제 및 처우에 대한 해결보다 의료진에 대한 처벌을 우선 시 한다면 필수의료를 담당할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이탈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의협신문] 취재 결과,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병원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뒤 대구지역 2차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병원과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들은 "대구파티마병원 전문의들은 최근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실 전공의가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 업무 과중, 처우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면서 "병원에는 환자들이 수없이 밀려드는데,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은 응급환자 진료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최전선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병원 응급실 현장을 이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는 입으로만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수가가 지금보다는 최소한 2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며 "인상된 수가를 통해 급여를 현실화해 인력을 확충하고, 응급실도 확장해야 하는데 정부가 돈을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파티마병원 전문의들이 이탈하는 것을 보면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할 것 같다. 지방 의료원 등에서도 응급의학과 의사를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응급의료 현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소아청소년과가 붕괴된 것처럼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 피의자 신분 전환 수사가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진료현장 이탈을 가속화 하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7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구 청소년 사망을 통해 부각되고 있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 지연과 환자 거부는 이전부터 지속됐던 문제다. 더욱 심화되는 과정"이라면서 "올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10명이 수련을 포기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0∼30여명이 개원 하거나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응급의료체계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명백한 잘못이 없음에도 민사·형사소송 등 법적인 책임을 지는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중증이나 사망 가능성 있는 환자들에 대한 소극적 진료와 방어진료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수용거부 금지에 대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응급의료진에게 강제로 수용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과 문제의식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적극적인 수용을 장려할 대책은 없고, 법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데, 마치 환자를 보기 싫어서 받지 않는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대처방식은 응급의료진들의 좌절과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수용 거부 금지와 강제 배정은 중증응급환자 문제해결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응급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응급실을 쥐어짜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민사·형사소송의 두려움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응급상황의 명백한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 확대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 도입 ▲환자수용의 결정은 의료행위의 연장으로, 수용여부를 경찰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 즉각 중단 ▲119를 전면 유료화하고 경증환자의 이송을 즉각 중단 ▲이송지침을 위반한 이송에 대해 이송을 지시한 상황실과 119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화 ▲주취난동자들과 단순편의를 위한 응급실 진료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근거규정 마련 및 응급실 폭력의 가해자는 향후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 ▲경찰에서 통제불능 주취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겠다는 법안 즉각 폐기 ▲경증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환자를 분산할 수 있는 1차의원, 급성기클리닉(Urgent Care Clinic) 등의 야간진료, 휴일진료 수가인상과 실질적인 대안 마련 등을 제시하고, 과밀화 해결과 부적절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으로 대국민 홍보와 교육활동에 유관기관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열악한 환경과 과도한 업무 속에서도 응급환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왔지만, 마치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처럼 오도하고, '환자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해결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대응에 더 이상 응급의료현장의 업무를 수행할 동력과 의지를 상실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응급의료진들이 응급실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와 노력이 없다면 응급의료는 소아청소년과처럼 붕괴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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