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응급실 전공의 진료했다고 기소? 담당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대구 응급실 전공의 진료했다고 기소? 담당변호사에게 물어보니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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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소 심의 중이나 의료사건은 전문가 의견 중요…송치 시 장기화 가능성"
응급의학계 '공분' 사표 줄이어…"의사는 신 아냐, 미국 응급실 최종진단 일치율 60%대"
의료계 "기소 보며 어느 의대생이 응급실 희망할까…응급의료·전공의 보호 나서자" 촉구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지난 3월 19일 낙상으로 실려 온 10대 청소년을 처음으로 진료한 대구 응급의학과 A 전공의의 기소 의견 송치가 유력해지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경찰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환자를 대면진료하고 전원 조치한 A 전공의만 기소 심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마녀사냥식 수사'를 규탄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A 전공의가 근무하는 대구파티마병원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환자의 접수 및 수용이 입구에서 거부된 병원 의료진은 불기소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인데 A 전공의만 경찰에서 기소 심의 단계로 넘어갔다. A 전공의가 환자를 첫 번째로 진료한 의료진이고, 병원에서 접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A 전공의는 혈압과 맥박수 등 생체징후를 확인했으며, 시진과 문진을 통해 환자가 정신적 응급 상태임을 알아내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전원 조치했다. 외적으로는 발목 외상 경증인 데 비해 정신적 조치가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 더욱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전원토록 안내한 것.

청소년 자해·자살은 재기도 가능성과 재기도 시 성공률이 상당히 높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대구파티마병원은 휴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재로 진료를 하지 못하는 데다 정신과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아 자해·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대구파티마병원은 2020년 9월 정신적 병력이 있는 환자가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가 투신해 사망한 적이 있어, 병원 차원에서 자해·자살 위험도가 높은 정신질환자의 일반 병실 입원을 자제키로 지침을 만들었다. 당시에도 응급의료정보 상황판에 정신적 응급환자 수용 불가 메시지를 공지했으나 119구급대에서는 사전에 수용 능력 확인이나 환자 상태에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적 응급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침을 따랐다는 이유로 기소 위험에 처한 A 전공의. A 전공의가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의료계 변호사들은 "경찰의 기소 심의 절차는 통상적이지 않은 절차다. 불기소처분이 아닌 심의로 넘어갔다는 것은 기소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일반적 사건이라면 거의 기소로 이어진다"면서도 "다만 의료사건에 있어서는 전문가 의견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뒤바뀔 변수 또한 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A 전공의의 변호를 맡은 담당 변호사는 "타 병원에선 119구급대와 의료진 간 대질신문이 이뤄졌으나, 파티마병원의 경우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수사 과정상 허점을 지적하고 "설령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한다 하더라도, 전문가 의견조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검찰에서 보강수사 또는 재수사로 다시 경찰에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 변호사는 "의료과실 판례를 살펴봐도 해당 업무 종사 시 일반적 주의 수준을 판단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응급의학 전문의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끝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후 전문가 의견조회를 거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면 수사 종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응급의학계는 "불기소 결정이 난다 해도 일련의 과정은 응급의학 의료진에게 깊은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의료체계 미비로 벌어진 일의 책임을 가장 약자인 전공의에게 씌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전공의 개인에게, 응급의료체계 위기로 다른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이뤄지지 못한 것까지 책임지라는 게 맞는 일인가?"라면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미래까지 예측해서 조치하지 않은 죄를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에서도 응급실에서 진단과 최종 진단의 일치율은 70%가 안 된다. 검사까지 다 마치더라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일 자체가 틀릴 가능성이 30%가 넘는다는 의미"라고 짚은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학의사의 역할은 급박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정답을 맞히고 최종치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A 전공의에게 죄가 있다면 그 30%의 응급의학의사 모두 감옥에 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응급의학의사는 그때그때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 순간에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거라면 결과적으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며, 조사받거나 기소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학계 분위기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이탈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며 "몇몇 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하겠다'거나 '더 이상 응급의학과를 수련할 이유가 없으니 그만두겠다'고 한다. 전문의 SNS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파업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구 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 B 전문의는 "우리 병원을 포함해 다른 병원 두 곳에서도 과장급 응급의학 전문의가 더 이상 일하기엔 부담스럽다며 사직서를 냈다"며 "응급의학 의사들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털어놓았다.

"환자를 직접 봤기에 죄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법"이라고 꼬집은 B 전문의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라면서 "불확실한 정보와 불합리한 이송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공의가 온전히 피해를 감당케 하는 응급의료시스템에 많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문의들 역시 환자에게 최선의 조치를 해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한 명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지우는 관행이 지속되면, 우리 (응급의학의사) 중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크다"며 "수많은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들이 섞여 들어오는 응급실에서 환자 내원 당시 진단한 중증도가 최종까지 동일한 환자들은 거의 없는데, 이젠 초기 중증도 평가가 두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A 전공의가 입건된다면 어떤 의대생이 그 모습을 보고도 응급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현장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선한 의도로 응급의학 행위를 했음에도, 누군가를 기소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약자인 전공의를 희생양 삼은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 기소 행위는 물론 조사 자체도 전공의에게는 큰 트라우마"라면서 "이대목동병원사건에서 의료진을 무리하게 기소하고, 수년 후 무혐의가 됐음에도 소아청소년과 몰락이 시작됐던 것처럼, 이번 사건도 응급의학과 붕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있어 파티마병원과 긴밀히 소통 중이다. 29일 오후에는 이필수 의협회장이 대구에 방문해 불합리한 기소 압박에 강력 항의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의료계가 다 같이 힘을 합쳐 불합리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고, 함께 A 전공의를 지지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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