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유 月幽
케케묵은 이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하얗게 세는 노인처럼
열려 있는 병실 창문
달빛은 방에서 가장 냄새나는 부위를 파고든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환자는 이제야 허리를 편다
뼈마디 소리에 뚝뚝 부러져 버리는 수면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마저 두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쨍그랑 소리에 퍼져가는 조각은 이미 바깥세상
절반은 흩어진 그것을 다시 꺼내 본다
여기 이 할아버지에게는 어디쯤이었을까
기름때 진한 작업복을 입고 아들의 학교 가는 길에서
마침 오늘은 소풍날이었다
아버지와는 등을 지고
어움들 향해 달려나가는 아들
불쑥불쑥 무대에 오르는 퇴역 배우처럼 그는 손을 허공에 휘젓는다
얇은 눈꺼풀 내려와 불현듯 조용해진다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석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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