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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최저 인상률, 의원 수가 결렬 정해진 수순
'듣도 보도 못한' 최저 인상률, 의원 수가 결렬 정해진 수순
  • 최승원·고신정·박승민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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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의원에 '1.6%' 수가인상률 제시...초유의 1%대 인상률 충격
당기수지 2년 연속 흑자-24조원 누적적립금에도 '곳간 잠근' 가입자
공급자 동의 못 얻는 유형별 줄세우기...의원 최하위 평가에 '직격탄'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원 유형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나섰던 의협 수가협상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지리한 싸움 끝에, 1일 아침께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5월 한달 이어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결렬로 막을 내렸다.

공단이 의원급 협상대표인 대한의사협회에 제시한 최종 수가인상률은 1.6%. 지난 2008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 17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의원급에 제시된 최종 인상률이 1% 대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단의 밤샘 설명과 설득, 읍소에도 공단 측이 해당 수치를 고수하면서 의원급 수가협상은 파국으로 치닫았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지리한 싸움 끝에, 1일 아침께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봉천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가인상률이 제시돼, 수가협상을 결렬할 수 밖에 없었다"며 "1.6%는 사상 최저치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진료비 규모 늘어도 고정된 파이, 협상 여지 없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31일 수가협상장에 들어서는 의협 협상단. 의협 협상단은 31일 오후부터 1일 새벽까지 밤새 공단 협상단과 테이블을 마주했으나 공단이 역대 최저치 인상률을 고수, 끝내 협상거부를 선언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수가협상이 마무리 된 이후 공개된 바에 따르면, 2024년 수가협상에 배정된 추가 재정은 최종 1조 1975억원이다. 금액면에서는 작년보다 1000억원 정도 파이가 늘었지만, 평균 인상률은 전년도와 동일한 1.98%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데다, 건보 누적적립금이 24조원에 달하는 재정 상황에서도 가입자와 이들을 대리해 협상에 나선 공단 모두 별다른 조정없이 예년과 같은 규모로 보따리를 꾸린 셈이다.

건보공단 재정소위원회는 수가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회의를 열어 내년 수가협상 파이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두 차례 추가 회의를 열어 재정 투입분을 조금 늘렸지만, 지난해 비율을 넘어서는 가시적인 재정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현실적인 수가인상은 요원한 일이었다. 

김봉천 단장은 "건보공단 협상단과 재정위원들에 인건비, 관리비, 재료비 등을 비롯한 비용지출 급증에 따른 원가 인상자료를 전달하고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으나, (이들은) 여느 때와 같이 합리적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추가 재정 규모) 내에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건보재정이 2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건보 누적적립금이 24조원에 이르며, 총 진료비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음에도 예년과 유사한 밴딩 규모로 공급자가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조장했다"며 "이런 협상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31일 수가협상장을 방문, 협상단과 함께 꼬박 밤을 세우며 협상상황을 지켜보고 전략을 점검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협신문
협상 상황을 점검하는 이필수 회장과 김봉천 의협 수가협상단장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근거없는 줄세우기, 의원-약국 유형 역대급 찬바람

또 하나 이른바 'SGR(Sustainable Growth Rate·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모형'에 근거한 유형별 줄세우기도 역대 최저 수가인상률의 배경이 됐다.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SGR 모형 등에 근거해 평가했을 때 내년 수가인상률 순위가 한방의료기관, 치과병의원, 병원급 의료기관, 약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각 단체에 전했다.

해당 순위는 불문율로, 각 유형의 인상률이 앞선 순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통보와 함께다.

내년 의원 수가인상률이 모든 유형 가운데 가장 낮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산술은 결국 수가협상 과정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공단 협상단이 각 유형에 제안한 최종 수가인상률은 한방의료기관 3.6%, 치과병의원 3.2%, 병원 1.9%, 약국 1.7%, 의원 1.6%다. 

가장 덩어리가 큰 병원이 선순위로 평가되면서, 후순위 약국과 약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단의 계산대로라면 약국와 의원의 수가인상률은 병원을 넘어설 수 없었고, 그렇게 약국과 의원 유형 모두 유형별 수가협상 개시 이래 처음으로 1%대의 수가인상률을 배정받았다.

병원은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전체 재정 1조 1975억원 가운데 53.6%인 6413억원을 가져갔다. 인상률은 1.9%로 크지 않아보이지만 건보 재정에서 병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병원이 큰 덩어리를 떼어가면서 의원과 약국 몫은 그나마도 더 줄었다. 

의원과 약국은 결국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의협신문
문 닫힌 재정운영위원회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협 수가협상단 대기실. 시간이 길어져 주변엔 이미 어둠이 내렸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공단은 수가협상이 마감된 직후 SGR 현행모형, SGR 개선모형, GDP 증가율 모형, MEI 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 모형 등 수가밴드를 결정하기 위한 참고값을 다양하게 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각 유형의 평가는 다르다. 

박영달 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조제약 투여 서비스 등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도 최일선에서 희생하고 헌신해왔지만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라며 "일시적인 행위료 증가만이 수가협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김봉천 의협 수가협상단장 또한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거시지표 등을 활용해 SGR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합리적 근거없는 SGR 연구결과 순위를 토대로 인상률을 통보하고 수용여부를 묻는 방식이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협상 결렬을 선언한 의원과 약국 유형의 내년 수가인상률은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협신문
고개숙인 의협 수가협상단과 이필수 회장. 김봉천 단장은 "높은 물가와 임금인상률 상황속에서도 감염병 최일선에서 일차의료를 책이지고 묵묵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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