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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연구중심의대? 41번째 의과대학 신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41번째 의과대학 신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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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발전인가, '의사과학자' 양성인가…패널 "기존 인력 활용부터"
의학교육자·의사과학자 "양성교육 확대·처우 개선·범부처 지원" 한목소리
벤치마킹 대학, 교수진만 700명…"국내 미니 의대 교수도 150명, 교육 질 중요"
"단기적 양성 정책 아쉬워…기존 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본격 지원해야"

ⓒ의협신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있는 5월 24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논하는 국회 정책토론회가 본 취지인 의사과학자 양성이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를 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패널로 참석한 의학교육자 및 현직 의사과학자들은 기존에 있는 의사과학자의 처우 개선과 활용방안 모색을 강조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토론회'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과 김병욱 의원의 주최로 5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의대 정원 문제와 의료현안협의체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토론회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와 같은 날에 열렸다.

회의를 주관한 곳은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포항공과대학)으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후원을 받았다. 회의를 주최한 의원들의 선거구 역시 김정재 의원이 포항시 북구, 김병욱 의원이 포항시 남구·울릉군으로, 특히 김병욱 의원은 꾸준히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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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첫 발제를 통해 기존 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과정 사례를 소개하고 개선안을 제안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첫 발제는 연세대학교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 단장이기도 한 이민구 교수가 맡았다. 이민구 교수는 연세의대의 사례를 통해 기존 의과대학이 운영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을 확대하자고 역설했다.

이민구 교수는 "미국 등 의과학이 발달한 국가는 의과대학 중 상위 35%를 연구중심의대로 운영한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 역시 전국 의과대학 3분의 1(의대 정원의 5~10%)에 해당하는 의대에서 전일제 박사과정(MSTP, MD-PhD)을 시행하고, 과학기술대학과 의과대학 간 협력과정(HST)를 시행하자"고 제언하고 "양성한 신진의사과학자들의 성장을 위한 커리어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군 전문연구요원을 증원하거나 별도의 제도 개선을 통해 공중보건의 같은 필요 인원 선발에 의사과학자 범주를 신설하도록 하는 등 병역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교육부와 국방부(병무청),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부처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의사과학자를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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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가 포스텍 연구중심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 모델을 소개했다. 의사과학자의 새로운 개념으로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도 함께 제시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다음 발제를 맡은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는 '국가 성장 동력'과 '지역발전'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말했다.

김철홍 교수는 "AI 등 첨단 기술과 공학에 기반해 급성장하는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 '다양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과학을 하는 의사와 더불어,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기초과학 기반 의사과학자들은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방안으로서 '2-4-2'(MD-PhD-MD) 커리큘럼의 '포스텍 연구중심 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제시했다. 미국 주요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을 본땄는데, 임상실습 전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등을 2년간 교육받고, 4년간 전일제 연구프로그램을 통한 박사과정 후, 다시 2년간 의무석사과정으로 돌아와 임상실습 교육을 마치는 과정이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와 연계한 의과학융합연구센터와 연구중심 스마트병원 건립 계획도 함께 밝혔다. 지역 내 병원들이 '포스텍 협력병원'으로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바이오 헬스 기업 등이 더해져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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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이 포스텍 연구중심의학대학원에 우려 섞인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의대를 장담하는 포스텍의 포부에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우려 어린 조언을 하며, 기존의 의대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을 촉구했다.

"평생을 의대에서 교육하고 연구에 매진한 사람으로서, 치료하는 임상의사 배출에는 성공했으나 연구하는 의사 배출이 미진해 참담하다. 그러나 의대에서도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패널 토론의 첫 운을 뗀 신찬수 의대협회 이사장은 "분절적인 지원 시스템과 단기적인 일몰 사업이 있었을 뿐, 본격적인 지원은 시행되지 못했다. 이젠 좀 의대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인프라를 갖춘 기존 의대 중심으로 연구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기존 커리큘럼 및 대학원 체제 개편을 통한 연구중심의대 ▲의사과학자 지원자의 연구비 등 지원 ▲의대-과기특성화대 컨소시엄 사업 등의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

포스텍이 제시한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관해서는 "연구중심 '의학전문대학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학부 과정에 해당하는데, 학부 때부터 특정 목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재 포스텍에 290명의 전임 교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말씀하신 수준의 의대를 유지하려면 200명가량의 신임 교수를 채용할 각오를 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찬수 이사장은 토론회 직후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 수가 50명인 의대와 150명인 의대의 교원 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정원이 40명가량 되는 소위 '미니 의대'만 해도 150명의 교수가 있다. 가르쳐야 할 과목만 해도 기초과목 10개와 임상과목 23개 등 최소 40여개인데, 교수진의 충분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을 더했다.

실제로 발제에서 김철홍 포스텍 교수가 벤치마킹 사례로 꼽은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은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졸업생 중 83%가 연구자로 근무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교원 규모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내과 교수진 규모만 해도 공과대학의 2배 이상으로, 700명의 교수진과 더불어 2억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신찬수 의대협회 이사장은 "학생들이 임상으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결국 전부 또는 일부는 환자를 진료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볼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니만큼 졸업 직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와 직업 전문성을 위한 교육도 소홀히 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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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석 패널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차유진 카이스트 의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젊은 의사과학자'로서 의사과학자 처우 개선과 연구 지원을 당부했다. 

차유진 교수는 "독립된 연구자로서 의사과학자가 되기까지는 최소 15년이다. 임상의사나 변호사 등 타 전문직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데도 역설적으로 임상의사보다도 열악한 처우에 노출돼 있다"며 "현재도 의사과학자는 연구활동을 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실적 기준에 따라 연구성과에 따른 기계적인 평가를 계속 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과학자들이 단기간 실적 연구에 노출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의사 과학자가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그런 노력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합당하다면 충분히 성과로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해서는 "일반 의과대학에서도 의사과학자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고,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추진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 필수 불가결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의사과학자를 양성할지 혹은 과기의전원을 도입할지는 결국 사회적 합의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홍승령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 과장은 "의사과학자의 열악한 처우를 들으니 정부 부처로서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기 어려운 의사과학자들이 학위 취득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범부처적인 협력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매년 배출되고 있는 의사과학자들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전 주기적인 지원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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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플로어의 자리표. '의사과학자 양성'과 직접적 연관이 약한 자리로 다수 채워졌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한편 해당 토론회는 '국가 바이오산업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보다 최근 대두되는 의대 정원 이슈에 편승, 소속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취지에서 개최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토론회의 개회사와 폐회사, 발제에서 "'우리' 포항의 발전" 등 지역사회 발전이 언급됐으며, 특히 '의협'과 '의대 정원' 키워드는 좌장의 멘트에서도 수차례 나왔다.

토론회에는 발제자와 토론 패널 외에도, 경상북도 부지사, 포항시 부시장, 포상시의회 의장, 포스텍 총장, 포스텍 부총장 등 경북·포항 지역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포항시새마을회 등 '의사과학자 양성'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타 단체도 플로어에 자리했다. 플로어 자리표는 '의과대학 유치' 외에도 '컨벤션 관광산업과', '수산정책과', '포항시 자생단체' 등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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