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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급성호흡기 질환·감염병 관리 저해"

"비대면진료, 급성호흡기 질환·감염병 관리 저해"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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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진찰 소견 다른 경우 많아…소아 오진·약물 오남용 우려"
이비인후과의사회 "원점부터 재검토…제한적·단계적 추진해야"

ⓒ의협신문
[사진=freepik] ⓒ의협신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에 우려를 표명, 원점에서 재검토를 촉구했다. 성급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앞서 3년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면밀히 분석해 효용성과 위험성을 재평가하는 것이 먼저라는 제언이다.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내달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8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갖는다. 시범사업안은 의원급 재진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환자에게 초진을 허용하고 병원급 비대면 진료도 일부 허용하고 있다.

이에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현 의료시스템과 의료전달체계를 교란·붕괴시킬 위험이 큰 만큼, 정부와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각층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편의성 이면에 숨은 환자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숨어있어 적절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간·휴일 소아 환자와 중환자에게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는 것에 큰 우려를 드러냈다. 소아는 증상에 대한 표현이 서툴러 의사가 직접 진찰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인지하지 못한 질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비대면 진료로는 심각한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비대면 초진 위험성은 성인보다 소아 환자가 훨씬 심각하다. 최근 이슈가 되는 소청과 진료 공백 사태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해결하려는 것은 의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외출이 힘든 중환자의 경우도 "의사가 직접 진찰·처방하더라도 항상 증상 악화를 염두에 두고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중증 환자를 비대면 초진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의 약물 오남용 위험성도 짚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문진으로 파악한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대면으로 문진으로만 진료를 한다면 실제 필요한 처방보다 불필요한 약물 처방이 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단순 급성 호흡기 질환에도 항생제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환자 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감염병 관리에도 문제를 초래한다. 결국은 건강 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준비·시행은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밝힌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시범사업안에는 편의성과 접근성, 일부 업체의 이익만을 고려했을 뿐 국민건강 우선 원칙을 반영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의 유용성·위험성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업체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기업 등 플랫폼 업체의 이익을 위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위험하기에, 지난 3년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국민건강에 끼친 영향을 철저히 분석 후 의료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한 뒤에 추진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면밀한 분석 과정 없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하는 시범사업 목적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제한된 범위로 시행돼야 하는 진료인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의료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라고 짚은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활성화의 필요성을 재고, 졸속으로 시행을 발표한 시범 사업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진정으로 비대면 진료의 유용성 평가를 위한 시범 사업을 하려면 전 국민이 아닌 도서벽지 등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지역에 국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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