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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칠갑산 산행기

칠갑산 산행기

  • 양종욱 원장(서울 마포구·양이비인후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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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대한의사산악회 칠갑산 산행기

양종욱 원장(서울 마포구 양이비인후과의원)ⓒ의협신문
양종욱 원장(서울 마포구 양이비인후과의원)ⓒ의협신문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春風駘蕩(춘풍태탕)

추운 겨울날  옷깃을 세우며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춘삼월이 되어 온화한 봄바람이 불어 여인네 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진 것을 보니 겨울의 무거움과 움츠림을 찾아보기 힘들어, 봄이 움틈을 느끼게 되니 봄처녀 노래를 콧노래로 부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오래 살아온 공으로 국가유공자 노친네(?)가 된 나의 가슴에도 봄기운이 스쳐오는 모양이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에 피어있는 매화를 보니, 봄날이 내 마음을 흔들어 성격이 급한 나에게 보다 많이 빨리  봄기운을 맛보려고 제주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가게 된다.

제주공항을 나서니 서울은 비가 조금씩 오지만, 倒屣迎之(도사영지)라고  제주가 맑은 하늘, 좋은 공기, 따뜻한 봄바람으로 나를 맞이해 주며 반겨준다. 제주가 고향인 나는 제주공항을 나서면 항상 따뜻한 울 엄마의 품에 안긴다는 느낌을 갖는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머니를 주셨다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울엄마라고 생각한다.

오랬동안 병석에 누워서 고생하시는 울엄마가 빨리 회복되어 나랑 같이 제주에 와서 손잡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두손 모아 빌어 본다. 잠시 아들인 나를 보고 흐뭇해 하면서 어여쁜 미소를 짖는 울엄마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蘭香百里 墨香千里 德香萬里(난향백리 묵향천리 덕향만리)

길가에 피어있는 어여쁜 각양각색의 꽃을 보고 봄기운을 듬뿍 맛보고 한라산 관음사 입구에 도착한다. 등산 초기 나를 울려주는 봄비를 잠시 맞으며 걸어가고 한참을 걸어가니 찬바람을 맞으며 남아있는 잔설을  밟고 걸으면서 겨울을 만나,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을  또 다시 경험 자연의 순리를 겸허히 받아들여 본다.

하루하루 삶의 속도가 시속 70km에 육박한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눈뜨면 아침인가 하고 돌아서면 저녁이고 월요일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고 월초인가 하면 어느새 월말이 되는 유수와 같은 세월의 흐름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심하게 하루하루 어영부영 살면서 달력을 한장 두장 넘기다 보니, 벌써 계절의 여왕  5월의 중순이다.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속뜰을 활짝 열어 보여 초록으로 물들어져 있다. 완연한 봄이다. 때로는 무덥기도 해 여름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대한의사산악회(이하 대의산)의 콩밭 매는 아낙네의 서글픈 사연이 담겨있는 칠갑산으로의 단체 산행이 있는 날이다. 코로나 아저씨가 찾아온 이후로 4년 만의 산행 모임이다.평소의 일요일 같으면 편안히 늦잠을 자고 있을 텐데 일찍 일어나게 된다. 오늘 산행 잔치 초대장이 게으름의 늪에 빠진 나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 간단한 외출 준비를 하고 배낭을 둘러매고 전철역으로 간다. 

어르신 교통카드로 무임승차를 한다. 처음 무임승차할 때는 기분이 묘했는데 익숙해지니 전철 탈 때마다 기분이 좋다. 공짜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70년 가까이 육신을 끌고 다녔더니 부품이 자주 삐걱거려 정비소에 자주 다니는 몸이지만 체력을 단련 춘천가서 막국수 닭갈비 먹고 온양 온천가서 온천욕을 자주 할 계획을 세워본다. 한편으로는 자식 세대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닌지 미안하기도 하다.

약속 장소인 압구정동에 도착해 보니 노민관 대의산 회장님이 특유의 푸근한 미소로 여러 회원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나도 그동안 정들었던 분들과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눈다. 근 10∼6년 등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가움의 향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7시 10분에 압구정동을 출발 1시간 20분 만에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쉬게 된다. 휴게소에 차량과 인파가 가득하고, 마스크 쓴 사람이 거의 없어 일상으로 거의 돌아온 것 같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지만 이전에 당연시하던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가르쳐준다. 압구정 출발 2시간 40분 만에 장승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하차하니 화창한 봄 날씨가 우리를 반겨 오늘 우리들의 산행 잔치를 축복해 준다. 

칠갑산 장승공원 주차장 앞에서 대한의사산악회원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의협신문
칠갑산 장승공원 주차장 앞에서 대한의사산악회 회원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협신문

칠갑산은 청양고추로 유명한 충청남도 청양군에 위치한 산으로 충남의 알프스라 칭해졌고, 1973년 3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주변에 장승공원, 천년 고찰 장곡사, 천장호, 자연휴양림 등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고추가 있는 천장호 출렁다리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만물생성의 7대 근원 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로 생명의 시원 七甲山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정자연의 고장 청양과 생명의 근원, 자연의 시작점인 알과둥지를  중의적으로 표현하여 이름 지어진 청양 알품스공원을 지나니 알을 나타내는 형태의 하얀 커다란 알 모양의 원형 조형물이 눈에 띈다. 커다란 곡선이 주변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룬다. 오늘 참가한 모든사람들이 원형 조형물 앞, 오늘 산행 들머리 입구 근처 공에 모여 내외빈 소개와 회장님 인사 말씀, 등반대장님의 산행 안내 말씀을 듣고 기념 촬영 후 등산을 시작한다.

칠갑산에는 ▲길은 험하지만, 풍경은 최고인 코스로 단풍로라고 불리우는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장곡로 ▲칠갑산에서 발원한 지천구곡 여름 물놀이 코스로 인기가 많은 지천로 ▲도림사지 3층 석탑이 있는 역사와 함께 걷는 도림로 ▲장승공원에서 시작 장곡사를 경유하는 사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청양고추 출렁다리가 있는 천장로 ▲칠갑산 산행 코스중 가장 쉬운 코스로 별을 볼 수 있는 칠갑산 천문대가 있는 산장로 ▲다양한 목재 전시물을 볼 수 있는 목재문화 자연사체험관이 있는 칠갑로 ▲칠갑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휴양로 8개의 등산코스가 있다. 우리들은 오늘 장곡로로 올라가 사찰로로 하산하게 된다.

산행 초입부터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이 나와 오늘의 산행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시적시적 올라가 본다. 숨이 가빠온다. 400M를 10분 넘게 힘들게 올라가니 능선길이 나온다. 잠시 물 한 모금 마신다. 평탄하고 가끔은 완만한 오르막내리막 길을 20분 정도 걸어가니 칠갑산 정상이 멀리 보이게 된다.  

잠시 앉아서 쉰다. 등로 양옆과 머리 위가 온통 초록이다. 나무들이 잎 내음을 뿜어낸다. 초록의 칠갑산으로 스며들게 된다. 등로 옆 길섶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다본다. 산새 소리가 들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고 꽃을 보고 자연이 주는 숲의 음악을 들으니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내 자신 기쁨에 충만 가슴이 떨려온다. 

20분정도 계속 편안하게 걸어가다 보니 유승훈 회장님과 젊은 남녀, 이석기 총무님, 황홍석 원장님이 뒤따라 온다. 아침에 봤지만 산행 중에 또 보니 반갑다. 잠시 물을 마시고 과일을 먹는다. 젊은이들의 얼굴이 풋풋하고 젊음의 활력이 넘쳐난다. 젊은이들과 같이 걸어가다 보니 나도 한참 젊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록의 칠갑산이 더욱 선연해져 간다. 

10분 정도 걸어가 보니 조금 힘들게 나무계단과 경사가 꽤 있는 오르막을 10분 남짓 오르고 잠시 내려가니 삼형제봉 500M 남은 지점에 도달한다. 이후로 상당히 힘들게 16분 동안 올라가 삼형제봉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의 가장 힘든 구간이다.

삼형제봉에 도달하니 하늘이 확 트이고 조망이 트인다 . 칠갑산 정상도 뚜렷이 보인다.덩달아 내 마음도 트인다. 정오의 햇살이 투명하다.넓은 공간이 내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 준다. 잠시 주변 산을 조망해 본다. 삼형제봉은 칠갑산 정상보다 고도가 17미터 낮고 형태가 비슷해 작은 칠갑산이라고 불린다.

삼형제봉 부터는 계속 평탄한 능선길을 15분 정도 걸어가다가 칠갑산 정상 500미터 전부터 경사가 제법 있는 오르막을 올라가게 된다. 봄바람이 불어 걸음걸이가 가벼워진다. 연재성 회장님이 뒤따라와 만나게 되어 고맙게도 내 사진을 찍어준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정상 200미터 남아 쉽게 정상으로 가게 된다. 나무계단을 오르니 동료들이 잠시 쉬고 있어 과일과 과자를 얻어먹게 된다. 정상 부근에 많은 넓은 평상들이 있어 많은 산객들이 술과 음식을 먹으며 자연과 함께 식도락과 흥취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상 바로 밑에 병꽃이 피어 있어 꽃이 놀라지 않게  거리를 두어 꽃향기 소리를 들어본다. 여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 꽃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 聽開花聲(청개화성)의 풍류를 즐기는 선현들을  흉내내어 보는 것이다.

산 입구에서 부터 4.8KM 거리 대략 2시간 10분 걸려 오른 칠갑산 정상ⓒ의협신문
산 입구에서 부터 4.8km 거리, 2시간 10분 걸려 오른 칠갑산 정상 ⓒ의협신문

곧 칠갑산 정상에 도착한다. 4.8km 거리 대략 2시간 10분 걸렸다 . 2010년 1월 시산제 산행 후 13년 만이다.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니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정상부위가 넓고 나무가 햇빛을 가려주는 평상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과 흥취를 즐기고 있다. 첩첩이 쌓인 먼 산들을 바라다보니, 내 속뜰이 더 부드러워지고  넓어져가는 것 같다. 잠시 산마루를 보며 홀어머니 두고 늙은 홀아비에게 시집가는 어린 가슴속을 헤아려 보니 가슴이 미어져 온다. 동료들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어 우리들의 발자취를 남긴다. 훗날 보게 되면 젊은 날의 사진이 될 것이다. 팔갑산이 있으면 더 올라가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팔갑산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한다.

하산길 정상 바로 아래 동료들이 쉬면서 식도락을 즐기고 있다. 나도 떡과 과일을 얻어먹는다. 10분 정도 완만한 하산길을 내려가니 칠갑산 아흔아홉 골 전망대가 나온다. 아흔아홉 개나 되어 보이는 골짜기들이 마치 부드러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느낌이 난다.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칠갑산의 매력이다. 잠시 서서 5월의 자연을 무심히 감상해 본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나이를 잊은 채 5월의 자연을 보고 느끼며 노래하니, 내 핏줄에 맑디맑은 수액이 도는 것 같다.

계속 부드러운 흙길을 편안하게 내려가다 보니,동료들이 뒤따라와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니 하산 45분쯤부터 소나무를 둘러싼 둥근 의자들이 계속 보인다. 나무를 보호하려는 배려심을 읽을 수 있다. 직각의 의자가 아닌 곡선의 의자가 자연과 더 잘 어울린다. 10분 정도 내려가니 장곡사 500미터 남긴 지점에서부터 경사가 꽤 있는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내려가니 장곡사가 나온다. 2.9km 약 1시간 5분 걸렸다. 장곡사 경내를 빠져나와 일주문을 나오니 가마니가 깔려 있는 길을 경쾌하게 산보하듯이 걸어 산행 뒤풀이 장소인 식당에 도착한다.

식당에 도착하니 칠갑산 정상에 안 가고 육갑산(?) 갔다 오신 존경하는 선배 고문님, 내가 좋아하는 형수님, 누님이 식사를 하고 계셔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청양고추로 만든 고추장이 아주 맛있고 청국장도 맛이 좋다. 산채 비빔밥을  만들어 청국장과 제육볶음과 함께 식사를 맛있게 하며 식도락을 즐긴다. 막걸리와 맥주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분을 쌓다보니  취흥이 돋아난다.

兩人對酌山開花
두 사람이 술잔을 마주하니 산 꽃이 피네
一盃一盃復一盃
한잔하고 한잔하고 또 한 잔 하네
我醉欲眠君且去
취하여 자려고 하니 그대는 돌아가게나
明朝有意抱琴來
내일 아침 마음 내키면 거문고 안고 오게나

산악회 총회가 열리고 다음 대의산 산악회는 광주시 의사산악회가 회장이 되어 주관한다고 한다. 광주하니 무등산 생각이나, 내년 5월 5일 연휴에 안양산 철쭉 산행과 무등산 산행을 하고 맛의 고장인 광주에서 식도락을 즐길 계획을 세워본다.

시간이 좀 있어 장승공원을 둘러본다. 장승은 잡귀를 쫓던 마을 수호신으로 재앙을 막고 마을의 안팎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무서운 얼굴을 하는 장승들이 많다. 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장승도 많이 보인다. 국내 최대 장승인 천하 대장군의 키는 10미터  몸무게는 15톤, 지하 여장군의 키는 10미터 몸무게는 14톤이라고 한다. 350여 개의 장승이 있는 장승 테마 공원이다.

시간이 되어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 서울로 올라간다. 황금연휴 다음 주라 교통체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이 가까워져 온다. 오늘 하루 아스팔트와 시멘트 보도블록 자동차 매연으로 표현되는 도심을 떠나 화창한 날씨에 맑은 공기 마시며, 숲길을 걷고 산을 오르내리며 나이 들어 나날이 쇠잔해가는 몸을 좀 단련시키고, 꽃을 보고 자연의 음악인 새소리를 듣고 자연을 보고 느끼며 마음의 힐링을 했다. 

또 산행 뒤풀이로 식도락을 즐기고, 흥취에 젖어보기도 했다. 신사임당님 한 장 투자해 요즘 같은 고물가에 가성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행복의 만족감이 내 안에서 밀물처럼 차오른다. 오늘 산행 잔치를 준비하고 초대해 준 집행부에 감사함을 느낀다. 목적지인 압구정동에 도착한다.

Coming this way is Vergin Spring
Wearing a freshly pressed dress of grass
Covered with soft white cloudy veil
Wearing shoes of pearly dew
Holding bosom full of bouquet
For whom she is coming this  way?

On her way to see her dear love,
Could that be she's just passing by?
Who knows through strange it may sound
By chance she's coming to see me?
Fawning as a fool to her now,
Shall I go and ask that to her now?

또다시 봄처녀 노래를 계속 불러보기를 기대하며 오늘 산행 잔치에 마침표를 찍는다.

압구정동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와, 樂此不疲(낙차불피)라지만 오늘 산행 여정의 피로를 풀어준다.( 산행보다는 술에 의한 피로인 듯) 강변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 고수부지로 발걸음을 향한다. 고수부지에 도착하니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봄날의 저녁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가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니 봄의 활력이 느껴진다. 여러 쌍의 젊은 연인들이 벤치에 앉아 웃는 모습으로 다정한 얘기를 나누고, 다정하게 손에 손잡고 걸어가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걸어 가기도 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정감과 행복감이 가득하다. 좋을 때다.부럽기도 하다.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流水不復回(유수불부회)
흐르는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行雲難再尋(행운난재심)
떠도는 구름은 다시 볼 수 없네

春盡有歸日(춘진유귀일)
봄은 오고 가고 하건만
老來無去時(노래무거시)
늙음은 한번 오면 갈 줄을 모르네

春來草自生(춘래초자생)
봄이 오면 풀은 절로 나건만
靑春留不住 (청춘유뷰주)
젊음은 붙들어도 달아 나네

花有重開日(화유중개일)
꽃은 다시 필날이 있어도
人無更少年(인무갱소년)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없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계속 강변을 걸어가다 보니 한강에 어둠이 내리고 강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불빛을 밝히고 자동차등이 켜지고 한강 다리에 조명이 들어온다. 각 다리마다 개성있는 형태의 색깔로 조명을 밝혀 내가 더 멋있다고  뽐내는 것 같다. 한강다리 조명이 강물에 잠겨 은은한 빛을 발산, 문명과 자연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롯데타워의 조명들이 우뚝 솟아 도심의 조명을 밝혀, 별과 달이 없는 밤하늘의 삭막함을 보상해 준다. 잠시 한강 야경을 보며 술 한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꽃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술잔을 기울여 본다. 月下獨酌(월하독작)의 낭만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계속 술잔을 기울이면서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내 기억의 언저리에 나의 젊은 날에도 꽃다발 한 아름 안고 나를 찾아온 봄처녀는 전혀 없었다. 치매란 놈이 불현듯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노민관 회장님….
님께서는 산악회에  많은 애정을 가지셨고 산악회에 열정을 다해 헌신과 봉사를 하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으셨으니 편안하게 산행하시고, 담배도 끊으셨으니 약속대로 술도 끊으시고 강녕하셔서 부디 백두산(백살까지 두 발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YOU ARE THE BOSS!!! REALLY,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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