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원칙 훼손, 절대 반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원칙 훼손, 절대 반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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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의사회 "의료전달체계 무너져...국민건강·의료체계 붕괴"
"오진 위험에 안전장치 전무...플랫폼업체 위법 행위 규제 지침 없어"
"독감도 비대면 진료, 다른 곳서 진료 받아도 초진 아니다?…어불성설"

대한내과의사회가 정부에서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안에 "국민건강과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천만한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으로 사실상 비대면 진료의 전면 시행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17일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단계가 '경계'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오는 6월 1일부로 자동 종료 예정인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는 제한적 범위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만성질환자·65세 이상 노인·독감 등에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5월 18일 성명을 통해 "현 보건의료체계를 송두리째 뒤엎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의약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합의한 것처럼 호도했다. 전문가들과의 합의나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시범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임상시험도 기초연구를 통해 밝혀진 효과와 안전성을 '최종 확인'하는 목적으로 시행하는데,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국민건강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증도 하지 않았다"며 "3년간 3700만건의 통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먼저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짚었다.

내과의사회는 "의료기관이 현저히 부족한 도서벽지 환자를 참여 대상에 포함했는데, 도서벽지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언제든지 참여지역을 넓힐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 및 등록 장애인을 참여 가능 범위로 규정했는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모두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인가? 참여 대상인 '감염병 확진 환자'에 인플루엔자(독감) 등 격리도 하지 않는 법정감염병까지 포함했다"고 지적했다.

한 번이라도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희귀질환자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병원급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가 가능케 한 것도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평가와 세심한 관리 및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한적' 시범사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면적' 비대면 진료 허용과 진배없다는 것.

참여 대상 환자 조건 중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에 대해서는 "초진 환자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어 진료의 안전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며 "감염병 환자가 타 의료기관에서 초진을 받은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휴일·야간 의료 공백 해소를 이유로 '소아 환자'를 비대면 진료 대상에 포함한 것도 "소아 환자는 중증·응급환자에 버금가는 정확한 문진과 진찰이 필요한데, 오진 위험이 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필수의료 살리기를 메꿔보려는 얄팍한 술책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중요시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개탄했다.

참여 대상에 만성질환자를 전반적으로 포괄한 것에 대해서도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아 비교적 중증화율이 낮은 환자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심장질환이나 만성신부전증 등 병세가 급변하는 데다 대면 진료로도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 만성질환을 모두 비대면 진료로 가능케 한 것은 문제"라면서 "30일 이내 만성질환 이외의 병명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경우도 비대면 진료 대상에 포함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여타 규정 역시 전반적으로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의 필수 요건인 '정확한 신분 확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대상 환자의 신분·비대면 진료 허용 여부·진료기록 기재 의무만 명시한 점 △비대면 진료 전담기관 운영을 금지한다면서 정확한 기준은 전무한 점 △처방약 제한 범위 역시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모호한 데다 대리·재택 수령이 가능해 불충분한 복약지도나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점 등을 짚었다.

대면 진료로 전환하며 발생할 수 있는 진료 거부나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책임 소재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서도 문제가 됐던 플랫폼의 위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지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내과의사회는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한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마저 없어, 이런 상태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면 국민 개인정보가 유출·악용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제한 없이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로 인해 국민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일차의료기관이 중심이 된 필수의료는 반드시 붕괴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예외 규정으로 원칙이 훼손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에 절대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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