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삼일 만에 또 다시 이별했다 버리지 못한 조화가 가슴팍에 자리 잡았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슬픔이 유령처럼 비를 뿌렸다 곡소리마저 가늘어졌다
고통으로 슬픔의 고리를 끊으려 했다 휴대전화의 단축키를 눌렀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심장에 쇠잔한 바람이 불었다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일이 없어졌다
애도 기간을 조금 늘렸다 검은 정장을 입고 태연하게 거리를 걸었다 진통제 같은 밥알을 입안에 쏟아 부었다 잔잔한 침이 어금니에 고였다 부드러운 식감을 상실했다
슬픔의 부재에 대해 되뇌었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누군가 답한다면 이별을 사랑하는 까닭이요 대답하지 않는다면 이별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날이 밝았다
미처 호명하지 못한 슬픔을 다정하게 어루만진다 검은 하늘까지 모두 쓸어 담는다 새벽 별빛이 희미하게 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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