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개선 방안
필수의료 개선 방안
  •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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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가·민형사상 법률 위험·워라벨 경향 등 중증·응급 의료 외면
중증·응급 환자 소신진료할 수 있도록 의료·사회·법률 뒷받침 해야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지난 3월 지방 대도시에서 119 구급대가 외상환자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전문의가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다른 중증외상환자를 수술 중이어서 치료가 불가했고, 다른 대학병원에도 문의했으나 같은 이유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안타까운 결말에 이렀다고 한다. 

이처럼 외상·응급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가 없다거나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 눈을 감는 안타까운 상황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중증·응급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촌각을 다투는 진찰과 여러가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수술실과 중환자실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보건의료인이 늘 대기해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지만, 진료수가가 이를 충당하기에는 미흡하다.

게다가 환자의 상태가 중증이기에, 서둘러 수술하고 중환자실 진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악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증·응급 환자의 특성상 진료 결과가 나쁠 가능성이 높아 민형사상 소송 부담의 우려가 크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향후 환자군의 급속한 감소로 전망이 어둡다. 사회 전반적으로  워라밸(work life value)을 추구하다보니 신규의사들은 중증·응급 분야를 지원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의료진은 의료과오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자세한 '설명'과 '기록'을 해야 한다. 응급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간단치 않다. 

여러 진료방법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가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각각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여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우 드문 합병증이라도 설명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위법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촌각을 다툴 정도로 중하거나, 환자 본인의 의식이 혼미하여 보호자가 대리로 수술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거나, 보호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 전화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는 결정을 주저하거나 서로 미루는 경우도 있어 설명의무를 다하기도 어렵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설명·동의 의무와 함께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가능한 증상의 진단명·응급검사의 내용·응급처치의 내용·응급의료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의 예상결과 또는 예후·그 밖에 응급환자가 설명을 요구하는 사항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2016년 12세 미성년자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부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받았으나 시술 이후 뇌경색이 발생하자  '미성년자에게 설명의무를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다. 하급심에서는 의료인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나 최근 대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의무기록을 하는 것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병원에서는 적법하게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인쇄한 수술동의서를 이용하지만 환자 측이 "수술에 대한 설명 없이, 갑자기 인쇄된 동의서를 보여주고 서명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설명의무 위반을 피하기 위해 서류 여백에 수술 내용·합병증·부작용 등을 설명한 그림이나 보충 설명한 자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조언을 듣곤 한다.

신속하게 진료하면서 설명의무를 다하고, 의무기록도 상세하게 남겨 고의 또는 중과실 없이,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심지어 확정 판결 전에 하급심에서 의사를 법정구속하기도 한다. 

법정구속(法廷拘束)이라는 용어는 법률 상의 정식 명칭이 아니라 피고인의 유죄선고와 함께 집행되는 강제처분(强制處分)이다. 법정구속도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 원칙을 보장한 헌법을 비롯하여 형사소송법상의 모든 절차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대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는 원칙적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피고인을 법정구속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예규(例規)를 통한 구속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 및 법관의 독립을 저해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진료 환경으로 인해 젊은 의사들은 중환자나 응급의료 분야를 피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사명감으로 버티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중증·필수 진료를 피하고,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이 문화 여건이 미흡한 지방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 환자는 줄어들 것이다. 지방 환자도 지방병원을 이용하지 않고,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몰린다.

지방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도 1인당 업무량과 당직 횟수가 늘어나고,  당직 다음 날에도 쉬지 못한 채 진료할 수밖에 없는 악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필수·중증 질환은 불시에 내원한다. 중등도와 수술 난이도가 높고, 여러 기저질환(基底疾患)을 앓고 있어 다학제 접근이나 팀 접근법(team approach)이 필요하다. 입원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며 진료해야 하므로 퇴근 후에도 언제든지 환자 곁으로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상태가 나쁘면 대도시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더라면 상태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환자 측의 심리 역시 부담이다.

2023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지침의 인력기준 중 뇌혈관센터 평가지표에서 신경과 전문의는 최소 3명 이상, 신경외과 전문의는 1명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당직근무

3. 당직근무시간의 구분
  가. 당직 근무 시간 : 평일의 일상 근무 시간을 제외한 평일 야간 및 공휴일 주간 야간시간 동안으로 한다.

  나. 당직은 평일 야간 병원 내 상주당직, 평일 야간 전문의 대기당직(on call 당직),주말 및 공휴일 병원 내 전문의 상주당직, 주말 및 공휴일 전문의 대기당직(oncall 당직)으로 구분한다.

4. 용어의 정의
이 지침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 상주당직
       중재시술 및 당직팀의 소집을 결정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전문의 및 간호사등 전문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필수인력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 거주하는것을 말한다.

  나. 대기당직(on call 당직)
       중재시술 및 당직팀의 소집을 결정할 수 있는 전문의 및 간호사 등 전문진료체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필수인력이 병원의 진료의사와 신속한 호출이 가능하고 일정 거리.일정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병원이외의 장소에서 대기 호출에 대응하는 당직을 말한다.

단 1명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1일 24시간 1년 365일을 이렇게 근무하도록 적혀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지난 2012년 6월 보건복지부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떠오른다. 

신경외과는 수술도 시간이 많이 걸리며, 수술 도중에 급변하는 상황이 늘 상존하기에 긴장의 연속이다. 체력적·정신적 부담이 크고,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다가 올 것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의사의 사명감(使命感)으로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퇴근 후 가정에서, 심지어 잠을 자다가, 휴일의 재충전 시간조차도 응급대기라는 스트레스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생활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자문을 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젊은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중증·응급 환자를 소신껏 진료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의료적·사회적·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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