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행렬
땅거미 스치는 외딴길
스스로 바람 되어 흔들리는
빛나는 무리들이 있다
몸을 던져 석양 대신
길을 밝히는 꽃들의 행렬이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흔들림에 견디지 못해
목덜미 꺾인 꽃들도 있지만
어떤 슬픔인지 묻지 않았다
흘러가는 꽃무리들도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해가 지도록 묻지 않았다
별들이 유유히 흐르고
이슬이 땅을 적실 때까지
빛나게 흔들릴 뿐 꽃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저녁이 스치는 뒤안길
스스로 바람 되어 흔들리는
빛나는 무리들이 있다
몸을 던져 석양 대신
길을 밝히는 꽃들의 행렬이다
▶ 본명 서종호/왕내과의원 건강검진센터 진료원장/월간 <신문예> 시 등단(2015)/아태문인협회 이사.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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