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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5-24 23:01 (금)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보다는 환자다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보다는 환자다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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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고혈압 환자도 서울 대형병원 선호
환자쏠림 문제 해결 위해 상급의료기관 이용 제한 정책 논의해야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대한민국의 지방 의료가 붕괴하는 징조가 연일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에는 대구에서 한 청소년이 건물에서 떨어져 중증 외상을 입었는데, 수용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구급차에서 2시간 정도를 보내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구체적인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아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시간에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수술시설이나 중환자 병상이 확보되지 않았음은 짐작할 수 있다.

외상뿐 아니라 지방에서 적시에 응급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타지역으로 가야 했던 유사한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소아암 치료의 경우 지역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서 모두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2022년 기준 소아혈액 종양 전문의의 수를 보면, 서울 경기가 41명이었고, 부산 울산 경남 10명, 대구 경북 5명, 광주 전남 전북 5명, 충남 대전 충북 4명, 제주 1명이었고, 강원도는 아예 없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의사가 모자란다, 의사들이 서울에만 있으려고 한다, 병원이 돈이 안되는 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비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의사 수를 늘이기 위해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 공공 의대를 만들어서 지역 복무를 강제화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의사 수급 불균형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말 의사들이 의사증원을 반대하고, 서울에 있으려고 하고, 편한 과만 하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가? 

암환자들이 어디서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자료를 보면, 2016∼2020년 서울 이외의 지역 암환자들의 30%정도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서, 단지 추적관찰 검사를 받기 위해서 KTX나 SRT, 또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온다.

그 결과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을 포함한 수도권의 일부 상급의료기관은 환자들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빠른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적시에 외래 예약이 쉽지 않고, 입원이나 수술은 상당 기간 대기해야 하며, 응급진료도 한참 대기해야 하고, 입원 결정이 나도 한참을 응급실에서 보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관은 지역으로 진료 회송을 꽤 활발히 하는 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회송 건수가 병원 전체에서 최상위권이고, 이로 인해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사실 회송을 하려고 하면 일부 환자는 저항이 상당하다.

1년에 한 번 정도 유방 촬영 초음파나 저선량 폐CT정도 찍으면 된다고 지역으로 돌려보내려고 해도,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계속 오겠다고 하고, 더 이상 본원에서는 추적관찰 해드리지않겠다고 하니 고객 상담실에서 민원을 내고 간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젊은 고혈압 환자가 왔는데, 고혈압 같은 병은 동네병원을 다니시라고 하니, 앞으로 평생 의료기록을 이 병원에 쌓아 놓고자 왔다고 해 되돌려 보내는데 고생한 적도 있다. 그냥 군말없이 반복 처방을 6개월에 한 번씩 해주면 아무 불평도 없을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의 행태가 지역간 의료의 불균형을 초래해 상급종합병원은 과밀화를, 지방병원에서는 의료인력이나 자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의 유명 교수의 외래는 하루에 100명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고, 하루에 수술도 여러 개가 잡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건같은 문제가 재발하면 잡혀있는 외래, 수술을 제쳐 두고 응급수술을 할 수 있을까?

반면, 암치료 전문의를 기껏 뽑아두어도 암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없는 지방의 병원에서는 의사 본인 급여도 벌어오기 어려운 진료과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의사 입장에서도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기는 어렵고, 해당 분야 환자를 본인이 모두 맡아야 해서 1년 내내 온콜 당직 같은 상태로 살아야 하는 근무환경을 버틸 수 있을까? 결국 환자 쏠림으로 인해 서울은 서울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권역 OO 센터를 만들고, 거기에 운영비나 인건비를 지원한다. 의료기관 평가에 평가항목을 넣어서 최소한의 인력과 자원은 확보해 두도록 반 강제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인 나라에서 환자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 같은 나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지역단위 내에서만 의료이용이 가능하다. 미국도 대부분의 경우 가입한 보험사가 허용하는 범위내의 의료기관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전문 진료의 필요가 없어지면 다시 일차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형식적인 진료의뢰서 한 장이면 지속적으로 상급의료기관의 진료를 무한정 받을 수 있다. 

이전에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할 때 한 할아버지 환자가 고혈압약을 순환기내과에서 타고 계셨는데, '서울대병원장이 내 주치의'라고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환자의 의료이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대든 지역의대든 굳이 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면서 꼭 만들어야 한다면, 그 지역의 주민들만이라도 그 지역의 의료기관만 이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넣도록 하면 좋겠다. (관련 칼럼: 공공의대 의사의 진료는 누가 받을 것인가?) 반대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집단이기주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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