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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9:44 (수)
물푸레나무 가벼운 목례처럼

물푸레나무 가벼운 목례처럼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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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아직 그곳에 살아 있다는 기척으로

 

조그맣게 일렁이는 햇빛에도

희미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하나도 슬프지 않게 이파리를 흔들어 대는

 

깊은 산 속 말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산행 초입에 오다가다 마주칠 수 있는

 

동네 어귀 산책길도 괜찮고

근린공원 목책 곁에도 상관없어

 

이제 봉분은 필요치 않아

표지석 하나 달랑 놓여 있는 평장도 좋지만

싱싱한 그림자는 새들에게 다 내어 주고

푸른 기억의 나무 명찰을 달고 있는 영생목

 

뾰족한 이파리로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 보다

사시사철 나무 향기 진득한 잣나무 보다

낮은 울타리 명랑한 수종의 활엽수가 제격이야

 

조그만 바람에도 마음껏 휘어질 수 있는

 

물푸레나무 가벼운 목례처럼

아늑한 이파리의 고독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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