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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한국서 진료하려면 외국의사도 예비시험·의사국시 합격해야
한국서 진료하려면 외국의사도 예비시험·의사국시 합격해야
  •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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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학문 원리·체계 의학과 다른 '한의학'에 초음파 진료행위 면죄부 '어불성설'
'진단 지연' 암 악화했음에도 보건위생상 위해(危害) 불인정…의료법 목적 '역행'
진단과 치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려면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의학계는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관계 입증'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진단과 치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려면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의학계는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관계 입증'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국내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최종적으로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그러나 외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한국의 의사가 되려면 이보다는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다.

즉 의료법 제5조 (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1항 3호는 외국의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인정기준에 해당하는 학교를 말한다)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면허를 받은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예비시험에 합격한 자로 되어 있다. 이처럼 예비시험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관련 면허를 취득한 자가 국가시험 응시 전에 시행하는 시험이다. 의사가 되려면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의사면허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외국의 의사면허자가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려면 우선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외국의 의사면허자가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하려면 국내 대학 졸업자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예비시험 제도에 대하여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신뢰보호의 원칙 침해, 평등권 침해로 위헌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일본도 의사법 제12조에 '의사국가시험예비시험은 외국의 학교를 졸업하거나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얻은 자 중 전조 제3호(주: 외국의 의학교를 졸업하거나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얻은 자로, 후생 노동 대신이 전 2호에 내거는 사람과 동등 이상의 학력 및 기능을 가지고, 또한 적당하다고 인정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 자로, 후생노동대신이 적당하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면 이것을 받을 수 없다'라는 같은 취지의 조문이 있다. 

이처럼 한국의 의료법 제5조 1항 3호와 일본의 의사법 제12조의 입법 취지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코, 타국에서 공부하여 그 나라의 의사면허를 적법하게 취득한 자에게 과도하게 개인의 법익에 침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치다.

위와 같이 충분히 필요한 교육을 받고 적법한 시험을 통과하여 면허를 얻은 자라 할지라도, 한국에서 진료행위를 하려면 의사면허 시험 통과에 앞서 우리나라의 기준에 맞는 교육 수준의 수업을 이수해야 하며, 예비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는 의사면허 시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은 진단용 초음파를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 환자에게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나 이례적으로 빈번히 검사하고도,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하지 못해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받았음에도 한의사의 책임성을 부정하는 무죄 취지로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이전의 기준과 너무나 다르게, 진단용 초음파 사용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의료행위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는 물론 의료행위의 가변성, 그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응용 영역의 확대,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국가시험 기타 공적·사회적 제도의 변화,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선 보건 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음을 전제로 하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하여 종전 판단 기준은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가변성, 그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등과 교육과정, 국가시험, 제도의 변화 등을 언급하면서 초음파의 물리학적 원리와 그 원리를 바탕으로 이전에는 없던 임상 진료와 연구를 통한 의학적 지식과 성과를 새롭게 창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은 수천 년 전부터 전해오는 오행(五行), 음양(陰陽), 표리(表裏), 한열(寒熱), 허실(虛實)의 8강(八綱), 그리고 기, 혈, 수(氣,血,水) 등으로 하는 변증(辨證)을 한 뒤에 그 증(證)에 따라 치료한다. 변증은 증상과 징후에 근거하여 증명을 변별, 확정하는 한의학 진단과정의 사진팔강(四診八綱)·장부(臟腑)·병인병기(病因病機)등의 기초이론을 통하여 증상과 체증(體證)자료를 수집하고 종합 분석해서 질병의 원인, 성질, 부위, 정기(正氣)와 사기(邪氣)의 관계를 분별하여 질병의 증후를 변별하고 분석하는 행위로, 변증논치(辨證論治)의 기본 단계를 의미한다.

판결문을 보면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절진의 일종인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 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으로 부가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한의사가 손으로 배를 촉진하여 뱃속 자궁(주: 길이 7∼10cm, 폭 5cm, 두께 2.5cm 정도, 무게 약 50∼60g의 서양배 모양의 근육조직) 내부에 있는 내막의 비후화 즉 10mm 이상의 미세한 변화를 알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의 보조수단으로 한의사가 사용하였다고 하는 데, 그렇다면 기체혈어증에 대한 보조수단인 초음파진단의 한의학적 영상소견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지만,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아래에 제시한 논문을 살펴보면 한의학의 정통진단방법 주류진단은 주로 환자의 주관적 증상 위주에 대한 사변적 변증이라고 볼 수 있고, 객관적 진단방법인 보조진단은 의학의 진단방법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며, 초음파 진단방법은 이 분류(아래 표 참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의협신문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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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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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이에 반해 의학은 산부인과 질병인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 진단 시 환자의 임상적 증상과 징후를 살펴보면서 3개월 내지 6개월마다 질초음파 검사로 불규칙하고 불분명한 윤곽과 비균질한 에코의 자궁내막비후 또는 자궁내막종괴를 관찰하다가 자궁내막소파술 또는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의학에서는 초음파 검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비록 어떤 국가에서는 적법한 의사임은 틀림없으나, 그 외국의사 면허자가 우리나라에서 진료하려면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주무장관이 인증한 수준의 교육을 필하였다는 증명과 예비시험 합격이라는 조건을 만족하여야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다. 타국에서 검증되고 면허를 받았다 할지라도 철저히 국내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처럼 학문체계가 동일한 의학을 배운 외국의사 면허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인정기준으로 그 나라의 수업내용의 질과 시간 등 제반 실태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한의학은 의학과 학문적 원리와 지식이 전혀 다르므로 의료법 제2조 2항 3호에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로 규율하고 있다.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이미 보건위생상의 위해(危害), 즉 자궁내막증식증이 자궁내막암 악화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런 위해 행위를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서두에 언급한 의사 예비시험에 관한 의료법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1항 3호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의료법 제1조(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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