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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하면 안 되는 이유?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하면 안 되는 이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3.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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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진단·처방 불가, 안전성 검증 부족…'초진 불가' 대원칙
원격의료산업협회·중개 플랫폼 업체 '초진 허용' 전방위 압력
대부분 국가 재진만 허용…코로나19로 시행 전화진료 제한해야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을 위한 전방위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비대면진료 초진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3월 9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계 생존을 위협하는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신 규제법으로 정의한다"라며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을 요구하는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도 덩달아 비대면 진료 초진 확대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 연구를 수행하고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수단 ▲국민 안전성 담보 ▲의협 주도 등 비대면 진료 대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 형태에서 '초진 불가 재진 원칙'을 못박았다. 초진 불가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면 국민의 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이 대면진료보다 낮다. 

■ 건강보험 급여목록 및 산정지침 상 초·재진 개념
■ 건강보험 급여목록 및 산정지침 상 초·재진 개념

대면 진료는 환자가 진료실을 걸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환자의 표정, 걸음걸이, 동작, 소리, 냄새 등 다양한 정보를 수렴해 질환에 대해 추정하고 진단하게 된다. 

대면 진료의 첫 단계에서 의사가 사용하는 기본진찰 방법은 시진(눈으로 봄), 청진(귀로 들음), 촉진(환부를 만짐), 문진(병력을 물어봄), 타진(병소를 두들겨 봄) 등을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후속 과정으로 기본 관찰 후 의사 판단과 처방에 따라 각종 의료기기, 의료장비를 사용해 영상·기능 검사 등을 시행하고 종합적으로 최종 확진하게 된다. 

이같은 진료과정은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어떤 방법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방법이다.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할 경우 대면 진료의 기본진찰 방법 중 촉진과 타진이 불가능하며, 오로지 시진과 함께 제한적 청진(청진기 등 사용 불가), 문진 정도로 환자를 진단할 수밖에 없다. 또 비대면 진료에서는 혈액·영상·기능 검사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진 환자의 경우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허용된 전화진료는 환자 본인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시진조차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방식이다. 추후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3월 13일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과 실적' 자료를 공개하고,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비대면 진료 이용 횟수를 단순히 계산해 제시한 것으로,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개개인의 비대면 진료 이용 정보를 타임라인별로 추적하고 건강 수치 변화, 합병증 등 기타 질환 와병 유무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를 수반해야 한다.

■ 국가별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현황
■ 국가별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현황

비대면 진료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해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이전에 초진은 허용되지 않았다. 30년(대부분 국가)에서 길게는 50년(일본 등)에 걸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 온 국가들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 하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고, '재진 허용 초진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했으나, 코로나19 심각 상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 프랑스·호주 등은 다시 초진을 제한했다. 

일본의 경우 초진을 항구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일반적인 초진이 아니다. 기존에 대면 진료를 했던 단골 병·의원 의사(주치의)에게 온라인을 통해 진료받도록 하거나, 부득이한 경우(거주지 이탈) 단골의사 의뢰서를 받아야만 비대면 진료를 다른 의사에게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 방식도 완전한 초진 허용으로 보기 어렵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은 진료 형태가 아니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초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비대면 진료는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 불가, 재진 환자 위주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첫 번째 원칙"이라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이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되고, 필수 조건임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동의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의 초진 허용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우봉식 소장은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은 마치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는 것과 같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비대면 진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자 건강에 대한 위험성 부담은 오롯이 의사의 책임"이라며 "환자 건강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들의 요구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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