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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존엄사'를 원할 때…어떻게 해야 하나

환자가 '존엄사'를 원할 때…어떻게 해야 하나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3.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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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됐으나 기준 모호, DNR 동의만으론 안 돼
"우리는 킬러가 아닌 힐러"…'존엄사' 아닌 '소극적 안락사'·'의사조력자살'
젊은 전공의 문의 회원권익위 올라오기도 "병원 내 연명의료 관련 교육 필요"

ⓒ의협신문
의료윤리연구회가 3월 6일 의협회관에서 '연명의료'를 주제로 월례모임을 가졌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미국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판결(1976년, 퀸란 사건)을 계기로 소극적 안락사, 이른바 '존엄사'의 개념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지난해 2022년에는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본인의 희망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치는 '조력 존엄사(조력 자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만약 환자나 보호자가 '존엄사'를 원한다면 의료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윤리연구회는 3월 6일 의협회관에서 117차 월례모임을 열고, 연명치료 판례와 사회적 흐름을 짚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는 '나쁜 치료 결과와 형사처벌 - 연명의료 법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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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사진 오른쪽)가 연명치료 중단에 관련한 판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판례를 들면서 연명치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설명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퇴원하면 환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설명에도 환자의 가족은 반복해서 퇴원만을 요구했다. 결국 의료진은 퇴원 후 환자의 사망에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를 받고 환자를 인계했다. 의료진은 살인방조죄 판결을 받았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대법원은 이를 연명의료와 관련이 없는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보라매사건은 의료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의 소생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사실상 포기하고, 환자 가족의 퇴원 요구를 모두 거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의료비 부담 때문에 생명에 문제없이 TV를 시청하고 있던 환자의 산소호흡기 전원을 차단한 2003년 용산구 사건, 그리고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식물인간 환자의 고통 경감을 이유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2007년 담양군 사건도 모두 살인죄(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리고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존엄사'의 개념을 인정하고 연명의료 중단의 요건을 판시했다. 김 할머니 사건은 환자(김 할머니)가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중단을 요구한 가족들이 이를 거부한 의료진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대법원은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의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행위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한다"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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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의협 법제이사(사진 오른쪽)가 연명치료와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전성훈 법제이사는 "연명치료에 대한 논의는 보라매병원 사건 등 의료계가 오랫동안 겪어온 현장의 불합리함에 눌려있었으나,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 결과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며 "김 할머니 사건으로부터 불과 7년여만에 법이 제정된 것은 그만큼 의료계 내부에 논의가 축적돼있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러나 연명의료법의 규정이 의학적으로 실질적인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점과, DNR(Do Not Resuscitate) 동의서를 받아도 의료진이 면책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 의료진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연명의료법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회생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환자로 정의하고 있고, '말기환자'를 '근원적 회복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며 '수 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로 정의한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기준이 모호하고, 의료 현장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사례가 충분하지 않기에, 의료기관은 현행법 조문에 따라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시에도 통증완화, 영양·물·산소 공급을 중단하면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 ▲DNR 동의서는 심정지라는 특수상황에서만 활용이 가능해 연명의료법에 부합하는 의사표시가 아니라는 점 ▲설명·주의의무를 꼼꼼히 수행하고 해당 내용을 반드시 기록해둬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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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사진 왼쪽)이 의협 회원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주제발표 후 자유토론에서,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작년에 한 젊은 전공의가 의협 회원권익위원회에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보호자들이 퇴원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문의한 적이 있다"며 "전공의 교육과 수련병원 내에서 연명의료법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설명이 부족해 현장에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존엄사라고 표현하지만 안락사의 일종으로, 법적으론 살인죄의 적용을 받는다.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을 때 의료진은 보호자의 의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법적인 책임으로 살인죄를 의사에게 지우는 것에 현장의 젊은 의사들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존엄사'라는 표현이 만연한 것을 지적했다. 법적·의학적으로도 '소극적 안락사'가 옳은 표현이고, 용어가 자칫 의사조력자살 PAS(Physician-Assisted Suicide)에 무작정 긍정적인 프레임을 씌울까 우려된다는 것. 

또 "미국 역시 연명의료 결정에 의사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선을 긋고 있다"고 짚으며 "우리는 힐러지 킬러가 아니다. 약자의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지켜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데, 킬러의 역할까지 하라고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연명치료와 '웰 다잉'은 건강보험, 돌봄, 재정 등 여러 요소와 결합되어 있기에, 앞으로 의료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며 "오늘 하는 이런 논의들이 밑거름이 되어, 의료계의 명확한 입장을 정부나 시민사회에 전달할 수 있어야 혼란이 적고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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