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마취는 필수의료"…이대로 가면 수술 불가능 상황 맞닥뜨릴 것
"마취는 필수의료"…이대로 가면 수술 불가능 상황 맞닥뜨릴 것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3.07 10:25
  • 댓글 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취통증의학회, 정부 필수의료지원대책에 마취 영역 포함해야
한국-10만 3700원, 미국-227만 3767원, 일본-74만 9914원 큰 차이
마취실명제·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전담 마취 차등 수가 적용 시급

분만·제왕절개술 포괄수가제 적용에 따른 별도 마취료 산정 불가, 비전문의 마취에도 동등 수가 적용, 과도한 당직, 고위험 수술, 소송 우려 등 영향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이직과 개원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방의료원 중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포괄수가제의 경우 마취료가 별도로 산정되지 않으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회복실 담당 간호사 등 마취분야 인력 고용과 관련시설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으며, 투입되는 인력, 안전성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의무기록과 보험 청구 때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재하는 '마취실명제'와 포괄수가제 적용 수술에도 마취료 별도 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필수의료 차원에서 마취 영역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3월 6일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 차원에서 마취의 중요성과 홀대 받는 현실을 조목조목 짚었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이유는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 찾았다.

2016년 보고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고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물적 투입을 고려하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에 의한 의료 행위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일본 등의 마취 영역 의료수가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국민의 실제 생활수준과 물가를 반영하는 국민 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GNI) 차이는 한국(3만 6570달러) 보다 미국(5만 8700달러)은 1.6배, 일본(4만 3630달러)은 1.2배 높지만, 마취 수가의 경우 23배와 7배 이상 차이가 난다(한국 10만 3700원, 미국 227만 3767원, 일본 74만 9914원 - 일반 복부수술 1시간 마취). 

게다가 소아, 중증·응급 환자 마취의 보상 차원에서 도입된 가산율은 한국은 50%인 반면, 미국은 200%, 일본은 300% 이상을 적용받아서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한국 15만 5550원, 미국 454만 7534원, 일본 289만 2945원: 심장수술 1시간 마취). 

소아마취 분야 지원책은 더욱 절실하다.

소아는 체구가 작기 때문에 술기가 어렵고 안전역이 좁으며 약제 사용에도 제한이 많기 때문에 성인 마취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의사소통과 협조도 여의치 않아 소아 마취에는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아이 걱정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부모도 상대해야 한다. 

저출산 여파로 소아환자 수가 급감하고 소아마취를 경험하고 수련할 기회 역시 부족해지면서 소아마취 전문의 육성에도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의료기관 역시 환자수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로 인력이나 시설을 소아마취분야에 배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하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들도 고위험 수술 마취 및 중환자 관리, 24시간 당직 근무 등 근무환경에 부담을 느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수가가 더 높고 주간 수술 위주의 근무여건이 좋은 병원으로 떠나거나 통증클리닉을 개원하면서 마취전문의 고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비전문의에 마취에도 동등 수가를 적용하는 문제점도 있다. 

현재 건강보험요양급여에서는 수술하는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동시에 마취를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를 시행하는 의사를 고용해 개별적으로 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마취는 환자를 진정상태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인체 활력징후의 급격한 변동이 수반되고 기도관리가 되지 않으면 저산소증에 의한 영구적 뇌손상이나 사망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법적으로 제한이 없는 상황이라도 타과 전문의가 해당과의 진료행위를 시행할 경우 해당과의 전문의 수준에 맞는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취에 투입되는 인력과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며, 이런 상황이다보니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마취행위와 동일한 마취수가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복실 운영이나 마취 약물 안전 관리 등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노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한 2차 마취 적정성 평가 결과(2021년) 회복실 운영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100%인데 반해 종합병원 67.8%, 전문병원 55.4%에 불과했으며, 마취관련 약물의 안전 관리 활동 여부 역시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65.7%, 전문병원 62.5%로 차이를 보였다. 

마취통증의학회는 "경제적인 이유로 종합병원 이하의 병원에서는 환자가 마취 종료 후 회복실이 없어서 병실로 바로 이동하거나 수술실 간호사가 환자의 마취 회복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라며 "마취약제에 관한 교육이 전무하는 등 마취 환자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마취 관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그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토로했다.

마취 부분에 대한 필수의료지원대책 포함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소아, 산모, 중증·응급 환자가 검사 후 최종 수술까지 신속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며, 이를 통해 필수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충분한 충원 및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판단이다.

마취실명제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한 마취에 대한 차등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하도록 해 실질적인 '마취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으로 시행하는 경우 마취 수가의 차등 급여를 적용하고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수술도 마취료는 별도로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