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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생긴 궁금증을 연구주제로 정해보세요"

"진료실에서 생긴 궁금증을 연구주제로 정해보세요"

  • 안준범 의협신문 명예기자(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공중보건의사) andyhut@naver.com
  • 승인 2023.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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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백반증 코호트에 도전하는 의학통계전문가 배정민 원장

군의관 시절 온라인으로 통계 강의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아 통계책만 50권을 독파했다. 전공의 시절 하루하루 벅찬 일상을 보낸 그에겐 군의관 시절이 평소 하고 싶었던 통계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통계 강의를 하고, 이렇게 차근차근 터득한 통계 지식을 모아 <닥터 배의 술술 보건의학통계>는 탄생했다.

‘닥터 배’ 배정민은 이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빈센트병원에서 피부과 교수로 근무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DB를 이용해 백반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다 최근 백반증 환자에게 더 좋은 진료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동료들과 힐하우스 피부과의원을 개원했다. 의료통계전문가, 백반증 권위자인 배정민 원장을 만났다.

ⓒ의협신문
2022년 국제 백반증 심포지엄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는 배정민 원장. ⓒ의협신문

Q. 원장님께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쓴 <닥터 배의 술술 보건의학통계>는 의학통계 입문서로 유명한 책입니다. 원래 의대 다닐 때나 전공의 때 통계에 관심이 많았나요?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을 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의대생 때의 기억으로 의학통계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고, 전공의가 배울 만한 커리큘럼이 따로 있지도 않았어요. 사실 전공의 시절은 하루하루 보내기에도 벅차서 다른 공부할 여력도 없었죠. 그러다 군의관 때 시간 여유가 많이 생기면서 한번 공부해보자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병원마다 통계를 잘하는 교수님이 계시잖아요. 저도 그런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에는 유튜브도 없고 온라인으로 공부할 만한 커리큘럼이 많지 않았어요. 통계책을 한 50권을 사서 차근차근 공부하다 보니 통계가 재밌어졌습니다. 제가 통계 공부하는 걸 알고 주변 군의관들이 강의해달라고 부탁해서 강의도 했습니다. 인기가 많아져 전국 군의관을 대상으로 8주 코스로 통계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국군일동병원(현 국군포천병원) 통계 워크숍에 많이 참석할 때는 70~80명의 군의관이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준비했던 자료들이 아까워서 책으로 묶게 됐습니다. 동료 군의관들을 이해시켰던 수준이니까 다른 의사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Q. 원장님께서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펠로우로 근무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DB를 연구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분석에 진짜 필요한 건 코딩보다 역학적 지식이었습니다. SAS 문법을 새로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분석을 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를 연구주제로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진료하는 백반증 환자들은 자외선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 치료가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치료입니다. Patient compliance를 높이기 위해서 환자에게 자외선치료가 추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DB를 이용해 ‘자외선광선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심혈관계와 뇌혈관계 이벤트가 줄어든다(Bae JM, et al. Both cardiovascular and cerebrovascular events are decreased following long-term narrowband ultraviolet B phototherapy in patients with vitiligo: a propensity score matching analysis. J Eur Acad Dermatol Venereol. 2021;35(1):222-229)’를 밝혀낸 논문 등을 썼고, 이 내용을 환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공보의, 군의관 선생님께서도 환자를 보면서 진료할 때 궁금한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환자에게 더 알려주고 싶고 본인도 궁금한 내용을 연구주제로 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원장님은 백반증(vitiligo)치료 권위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백반증이라는 질병과 그 치료법을 설명해줄 수 있나요?
백반증은 피부 곳곳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하얀 반점들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탈색소 피부질환입니다. 백반증은 한 부위에 국한돼 발생하기도 하지만 신체 여러 곳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며 머리카락이나 눈썹, 입술 등 피부의 어느 곳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세포가 소실돼 발생합니다. 멜라닌세포는 멜라닌이라 불리는 색소를 생산해 피부색을 나타내는 세포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멜라닌세포가 소실돼 피부에 부분적으로 하얀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 백반증입니다. 전체 인구에 1%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백반증 치료는 전신적 자외선 광선치료와 국소적 엑시머 레이저 치료가 근간을 이룹니다. 1년 이상 진행이 멈춘 안정화된 백반증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는 정상 피부의 멜라닌 세포를 백반증 병변에 이식해 피부색을 유도하는 것으로 주로 미세펀치이식술로 진행합니다.

Q. 백반증을 원장님의 주요 연구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백반증은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나타나지만 백인에서는 백반증 병변이 두드러지지 않아서 백인 중심의 의학발전에서는 소외돼 왔습니다. 건선, 아토피, 피부암과 같은 다른 피부질환에 비해 FDA 승인된 치료법도 적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유색인종에서는 백반증은 환자의 인생에 큰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백반증은 서양이 아니라 우리가 더 책임감을 갖고 연구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백반증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다 보니 해야 할 연구주제들도 다양하고 보람도 있어서 현재까지 백반증 진료와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피부과 교수로 근무하시다가 최근 백반증 치료 전문 의원을 개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교수가 원래 꿈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진료 보고 연구하고 학회를 다니면서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잘 맞는 직업이었지만 환자 치료에서는 안타까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백반증은 병원에 내원해 광선치료를 자주 받아야 하지만, 대학병원 특성상 다른 환자들 예약도 많아 외래 잡기가 힘듭니다.

피부과를 개원하면서 직원들에게 백반증 교육을 따로 진행하기도 하고, 급한 백반증 환자들을 바로 만나기도 하면서 백반증 환자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 피부과에는 여러 명의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더 계시고, 저는 백반증 위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원 후에는 진료가 많아 교수로 근무할 때에 비해 연구 시간이 줄어든 점이 아쉽습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원장님의 인생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백반증 연구자들이 현재 많이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백반증 연구가 많이 되어 환자가 잘 치료되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백반증 코호트를 구축 중입니다. 아직까지 백반증 관련해서 대규모 코호트가 없어요. 백반증 코호트를 구축해서 전향적으로 백반증의 경과를 밝혀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전 세계 백반증 코호트도 함께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통계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선생님들께 조언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건의료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진료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영어가 중요한 것처럼 통계와 코딩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코딩은 R(tidyverse)와 파이썬(python), SQL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엑셀보다 R이나 파이썬(python)을 더 편리하게 사용한다면 진정한 데이터과학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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