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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S 4로 갈린 의견…비급여 보고 의무화 위헌 소송 '기각'
5 VS 4로 갈린 의견…비급여 보고 의무화 위헌 소송 '기각'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2.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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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재판관 "비급여 진료는 사생활, 환자 정보 제공 거부 권리 없어"
이영호 변호사 "비급여 순차적 국가 통제 영역 될 것" 우려
이세라 부회장 "비급여 진료는 저수가 보완책…필수의료 더 무너질 것"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비급여 진료 비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의료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9명의 재판관 중 5명의 재판관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기각됐다.

헌법재판소가 2월 23일 의료계가 제기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및 제2항 등의 위헌 확인 소송에서 법률 유보 원칙·포괄위임금지 원칙·과잉금지 원칙 위반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합헌' 결론을 내렸다.  

앞서 의료계는 정부의 비급여 공개 및 보고제도의 근거법이 되는 '의료법 제42조의2 제2항, 제45조의 2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의사의 양심과 직업의 자유, 의료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성을 제기했다. 

이날 헌재는 비급여 보고 의무 조항과 관련해 "비급여 보고 의무 조항에는 비급여 진료의 항목과 기준, 금액, 진료 내역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보고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어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비급여 진료 의료비는 상병명, 수술 및 시술명 등 비급여의 실태 파악에 필요한 정보만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 포함되고 진료내역에는 환자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신상 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어 포괄 위임 금지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의무 조항은 입법 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보고의무의 이행은 반기(연 2회)마다 부담하고 있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행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은 전문분야에 따라 그 수가 한정돼 있어 의사의 진료 활동에 큰 부담을 준다고 보기어려워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급여 진료 전 설명의무 조항과 관련해서도 법률유보 원칙·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설명의무 조항은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 있어 법률 유보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설명의무 조항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지불 능력과 비용 대비 효과등을 고려해 해당 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개설자뿐 아니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도 설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의 설명 의무 부담을 완화했다"며 "따라서 설명의무 조항은 과잉 금지 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9명의 재판관 중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의 재판관은 비급여 보고 의무 조항이 법률유보 원칙·포괄위임금지 원칙·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의료 정보의 수집과 제공을 규율함에 있어 반드시 입법자가 법률로서 수집되는 의료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정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보고의무조항은 제공되는 진료 내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비급여 진료 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 수술, 시술명은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며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고의무 조항은 보고 대상인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 내역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국민의 비급여 진료에 관한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해 환자에게 의료 정보 제공을 거부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개인의 모든 의료 정보가 국가의 감시와 통제 하에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재판관들은 "급여 정보와 비급여 정보가 합쳐지면 국민 건강에 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 권력의 강시 통제하려고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과 무관한 사적 진료 계약의 영역마저 국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 건강보험기관의 건전한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 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법조계 내에서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에 관해 결국 비급여 진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가의 관리와 통제 영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의료계의 헌법소원에서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등 17명을 대리한 이영호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비급여 진료는 환자와 의사간 자율적 계약에 따른 영역으로 국가의 관리 통제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다. 원래 의료의 기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서 헌재가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때 '의료계의 자율성은 박탈되지만 비급여 진료를 통해서 의료기관 스스로 자율성과 창의성의 영역이 있다'고 봤는데 이제 그 비급여까지 국가 관리 통제 영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급여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앞으로 요양급여와 비급여 영역을 넘나들면서 관리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점도 언급됐다.

이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12월 고시를 통해 비급여 정보 관리 일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일부 이관시켰다"면서 "건보공단은 요양급여의 모든 정보도 갖고 요양급여 환수처분 권한도 있는데 그런 기관에 비급여 정보까지 제공되는 상황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건보공단에서 비급여의 경우 정보가 불충분해서 현지조사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모든 비급여 정보가 건보공단으로 넘어가 건보공단이 비급여와 요양급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이번 헌재 결정에 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앞서 헌재는 지난 2014년 건강보험 위헌 소송 판결 시 비급여 진료가 있어서 의사들의 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며 "이번 판결은 헌재가 결정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헌재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비급여 진료는 저수가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시스템인데 비급여 진료의 숨통을 조여버리면 비급여로 그나마 생존하고 있는 필수의료분야가 더 무너지게 된다. 법률적인 검토를 하면서 현 의료 상황까지 같이 검토했어야 했는데 이번 헌재 판결은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짚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4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정부 쪽에서 복지부에서는 좀 고려를 많이 해서 굉장히 완화시켜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현재 국가적인 기조가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라는 방향인데 이번 판결은그런 부분에서 이해가 안된다“며 ”판결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헌법소원이 기각된 데 대해 치협은 이를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히고, 판결에 아쉬움을 표한다"며 "오늘의 판결에 대한 대책 마련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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