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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 "환자 위험 철저히 외면"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 "환자 위험 철저히 외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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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산부인과학회·영상의학회 "대법원 판결 유감·분노" 표명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파기환송심 적극 참여
한의사 무면허의료행위 지속 시도시 모든 방법 동원 총력 대응키로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영상의학회가 2월 22일 오후 2시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취지로 판결한 것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유감과 분노를 표명했다.[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영상의학회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죄취지로 판결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분노를 표명했다.

2년여 동안 환자에게 68회에 걸쳐 초음파 촬영을 했으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한 한의사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환자에게 발생한 위험을 철저히 외면한 판결이며, 1951년 제정 국민의료법부터 현행 의료법에 이르기까지 확고히 지켜온 이원적 의료체계의 틀을 깨는 '사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적 판결'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의협·산부인과학회·영상의학회는 2월 22일 오후 2시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의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실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을 통해 아무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잘못된 진단과 한약 처방을 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위험성을 강조했다. 또 전문 학회 및 법률 전문가들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과 잘못된 판결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근영 대한산부인과학회장은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2년이 넘는 추적관찰 기간동안 한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자궁내막암의 정상적인 진단과정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자궁내막암은 초음파상 불규칙하고 불분명한 윤곽과 비균질한 에코의 자궁내막비후 또는 자궁내막종괴로 관찰된다"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 추가 검사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자궁내막병변과 자궁내막암의 조기 진단에 있어서 초음파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회장은 "한의사 A씨는 상기 환자의 초음파를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에 걸쳐 시행했지만, 자궁내막암 확진을 위한 추가 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고, 환자는 바로 다음 달인 2012년 7월 타 산부인과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 종괴가 보이니 조직검사를 권유받은 후 산부인과에서 조직검사를 진행해 자궁내막암 2기로 진단받았다"며 "한의사의 진단이 잘못돼 환자에게 명백하게 위해를 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은 '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초음파 소견 등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해 제시된 이론적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대한영상의학회장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의 이론을 뒷받침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민 회장은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공중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매우 그릇된 판단"이라면서 "대법원은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해도, 즉 방사선 유무나 방사선량, 또는 직접적인 위해 가능성의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의학적 용도의 진단 장비 사용의 위험성은 반드시 '정확한 진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탐촉자를 환자의 몸에서 움직여야 하고, 적절한 압박, 환자의 호흡조절, 인공물의 제거, 음파창 유지를 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초음파 외의 타 의료 영상과 같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은 쉬우나 시행과 결과 해석은 영상의학의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의 검사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초음파를 사용한 검사와 진단 과정은 근본적으로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이며, 초음파 검사만으로 환자의 질환을 추정하고 확진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결론적으로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을지라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해당 환자는 물론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잘못된 진단으로 인한 환자의 건강 위해를 우려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정민 회장은 "현재 한국의 현대의학 임상현장에서는, 심지어 외국에서 수십 년간 사용되는 기술이더라도, 신의료기술 평가 등을 통해 충분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 비로소 제도권에 적용될 수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두 현대의학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당연히 그 기술이 어떻게 한의학적 근거에 맞게 적용이 되는지는 당연히 한의학계에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형욱 교수 겸 변호사(단국대학교의과대학)는 "이 사건에서 한의사는 2년여에 걸쳐 68회나 초음파 촬영을 했으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당연히 암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는데, 대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위험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대법원 판결이 얼마나 사실이 아닌 허구적 상상에 기초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박형욱 교수는 "의사가 오진을 하면 늘 준엄하게 꾸짖으며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이 이 사건 자체의 오진에 대해서 완전히 눈을 감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기이하기까지 하다"며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방법으로 당뇨병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지,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방법으로 자궁내막증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지, 한의학적 진단과 현대의학의 진단용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등 이번 판결에 책임을 지는 검증을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헌법재판소가 2020년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골밀도 측정기)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결정에 대해서는 인용하지 않고, 먼저 결론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논거를 취사선택한 소위 '끼워맞춘' 판결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오진한 전형적인 경우로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명백함에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이 소개됐는데, 영상에서는 한의사가 진단을 잘못하고 그에 따른 한약을 처방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정근 의협 상근 부회장은 실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잘못된 진단과 그에 따른 처방이 이뤄져 환자의 건강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상 자료에 따르면 한 여성이 한의사로부터 초음파 촬영을 받고 있는데, 해당 한의사는 '조기폐경까지는 아니지만 다낭성난소'가 맞다고 진단하고, 한약 복용을 권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여성이었고, 이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다낭성난소질환이 아닌 성숙 과정의 '난포'임이 확인됐다.

이정근 상근 부회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 한의원에서 어떻게 초음파 진단을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의사가 주장하는 한방적 진단 행위인 '절진'으로 판단했지만, 오늘 보여드린 영상자료 어디에도 한방적인 표현이나 진단방법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영상의학회는 현대의학을 도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시행하고 심지어 환자에게 오진을 하고 거짓 진단까지도 불사하는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큰 위해가 예상된다"라며 "국회와 정부는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절차와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정근 상근 부회장은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의협을 비롯한 학회 등은 파기환송심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의 심각한 문제점 및 오진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자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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