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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뇌전증 80%까지 유전자 진단…치료제 개발 새 전기
난치성 뇌전증 80%까지 유전자 진단…치료제 개발 새 전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2.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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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KAIST 교수팀, 극미량 세포에 존재 뇌전증 원인 돌연변이 규명
발병 원인 모르던 난치성 뇌전증 환자 유전자 진단 획기적 계기 마련
뇌전증 병리 이해 기반 치료제 개발 초석…혁신 RNA 치료제 개발 중

난치성 뇌질환인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규명돼,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 뇌 조직 연구를 통해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법을 개발했다. 뇌전증 발생의 메커니즘과 함께 치료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내용은 세계적 신경의학 학술지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 1월 26일자에 게재됐다. 

■ 환자 뇌 조직에서 극미량의 뇌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 검출 방법 모식도. (왼쪽)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 사진. (오른쪽) 뇌수술 받은 환자 조직에서 엠토르 활성화된 일부 뇌 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과정 모식도. 
■ 초극소수준 체성돌연변이 검출 방법. 유세포분석기를 통한 mTOR 과활성 뇌신경세포 표지 모식도.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질환이다. 뇌전증 유병률은 약 0.5∼1%로 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있으며, 국내 환자는 30∼40만명으로 추정된다. 치매, 뇌졸중 다음으로 많은 신경질환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허가한 항경련제는 20개가 넘지만, 발작이 조절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 비율이 전체 뇌전증의 30%에 이른다. 

기존 항경련제는 뇌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 증상을 예방 및 조절할 뿐, 질환의 원인, 질환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뇌전증 발생 원인은 유전적 요인, 뇌염, 뇌종양 등 다양하지만 환자의 과반수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뇌손상으로 이어져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의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되며, 환자 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 역시 높아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소피질이형성증은 태아의 뇌 발달과정 중에 생긴 이상으로 대뇌 피질이 국소적으로 비정상적인 구조를 띄며 뇌전증 발작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소아 난치성 뇌전증 질환이다. 국소피질이형성증 난치성 뇌전증은 치료제가 없으며, 현재로서는 뇌절제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재발하는 환자 비율이 30∼40%나 되고,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적지 않다.

연구팀은 기존에 전혀 원인을 알지 못했던 국소피질이형성증이 '엠토르'(mTOR·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단백질) 경로 관련 유전자들에 뇌 세포 특이적으로 돌연변이가 생겨 발작이 생긴다는 사실을 2015년 <네이쳐 메디슨> (Nature Medicine)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국제뇌전증협회(ILAE)는 이를 토대로 국소피질이형성증의 새 진단 기준을 2022년 개정했다. 그러나 기존 뇌 돌연변이 분석 방법으로는 약 50%의 환자에게서만 유전적 진단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앞선 동물 실험 연구에서 전체 뇌세포의 1% 이하에 해당하는 극미량의 뇌세포만 해당 유전변이를 가져도 뇌 전체 발작 활성도를 변화시켜 발작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기존 뇌 조직 유전자 진단에서는 음성이 나온 환자 뇌조직에서 mTOR 경로의 발현 이상을 갖는 뇌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수집해 기존 진단 방법의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방법으로 원인을 찾지 못한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19명) 뇌 신경세포의 mTOR 활성화 신호를 표시해 유세포 분석기를 통해 수집했고,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이 중 30%의 환자는 극미량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20%의 환자는 mTOR의 억제 유전자인 GATOR1 복합체의 생식세포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네덜란드 뇌 은행으로부터 공여받은 3명의 환자 뇌 조직에서는 이 방법을 통해 3명 모두에서 유전적 진단이 가능했다.

이런 진단적 접근은 기존 방식과 비교해 돌연변이를 약 34배까지 민감하게 검출하는 것과 동시에 전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유전적 진단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 국소피질이형성증 유전진단율의 향상. 초극소수준 체성돌연변이 검출법을 통해 전체 환자의 80%까지 진단율을 향상시킴.
■ 국소피질이형성증 유전진단율의 향상. 초극소수준 체성돌연변이 검출법을 통해 전체 환자의 80%까지 진단율을 향상시킴.

국소피질이형성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면서,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에 주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KAIST 창업 기업인 소바젠㈜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돕고 해당 환자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밀 타깃하는 혁신 RNA 치료제 개발에 이용될 예정이다. 

논문의 제1 저자 김자혜 박사는 "극미량의 체성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국소피질이형성증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자혜 박사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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