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로 간 간호법 제정안의 문제점

법률칼럼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로 간 간호법 제정안의 문제점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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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목적 달성 내용 의문...의료법과 충돌 등 혼란 방지 위한 숙고 아쉬워
간호사가 의료법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아도 면허취소 되지 않아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3년 2월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보건복지위원회안(대안)(이하 간호법안)을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도록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표결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국회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그 내용과 타당성을 심의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고, 법제사법위원회는 그 법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하여 최종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간호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제안 이유에 따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지, 기존 의료법과의 충돌 및 해석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다 깊은 숙고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크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간호사는 의료인에 해당하고, 의료법은 이들 의료인 모두의 면허 취득, 업무 내용, 그리고 이들이 준수해야 하는 의무사항과 권리, 법률 위반 시 제재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인 중 간호사에 대한 내용 중 일부를 의료법으로부터 독립하여 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번 국회에서는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의안번호 제9127호), 김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의안번호 제9193호), 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의안번호 제9153호)에서 해당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안은 위 의원 발의안들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건복지위원회가 만든 대안이지만 제안 이유는 위 안들 모두 대동소이하다.

제안 이유에 나타난 입법 목적을 요약하자면 현대 사회에서 변화되고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법률에 반영하자는 것과, 숙련된 간호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니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여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간호법안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간호법안은 총 31개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목적과 정의규정을 제외하면 29개의 조문이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중 21개가 기존 의료법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면허 취득, 업무범위, 단체의 설립 및 역할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나머지 8개의 조문 중 하나는 간호조무사의 법정단체를 만드는 내용, 하나는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를 간호인력 지원센터로 변경하여 역할을 다소 확대한 내용이며, 나머지 조항들도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선언하거나 이미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내용 등에 규정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어 간호법안 제정 이유에서 제시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체 법조항의 70% 가까이를 의료법에서 그대로 옮겨올 것이라면 차라리 의료법에 의료인 전체의 처우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간호사들의 처우는 물론, 의료현장에서 상당수가 피용자 입장인 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 처우도 함께 향상되어 보건의료 일터의 현실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기존에 제출되었던 의원 안에서는 일단 간호사에 관한 일부 규정을 의료법으로부터 독립시키기는 하였는데, 그렇다면 간호사는 더 이상 의료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의료인이라고 한다면 간호사는 간호법 외에 의료법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여전히 지켜야 하는 것인지, 간호사에 대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보건복지위의 대안에서는 부칙 조항을 신설하여 간호법으로 독립함에 따라 수정이 필요한 의료법 조항을 개정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즉, 간호법만 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료법도 동시에 개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간호법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의료법도 동시에 개정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지하고 숙고하였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간호사가 본래 의료인의 범위에 속했고 의료법의 적용을 받아왔기 때문에 간호사만을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고자 할 때에는 굳이 새 법률을 제정하면서까지 해당 직역을 독립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직역이 기존 법률에서 독립해 나감에 따라 기존 의료법이 어디까지 수정되고 개정되어야 하는지, 새로 제정되는 간호법안과 의료법의 관계를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로 설정할지 아니면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관계로 설정할지 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꼭 간호법안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면 간호법 제정안과 동시에 기존 의료법의 개정안도 마련하여 통과시켜 두 법률의 적용에 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간호법안의 제정 및 부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숙고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간호법안의 부칙으로 의료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도 나타났다.

간호법안 부칙 제9조는 의료법에서 개정되는 부분을 열거하며, 의료법 제2조 제1항(의료인의 범위를 정하는 조항)을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에서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를 말한다]로 개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간호사도 여전히 의료인의 지위를 유지하되, 간호사가 되는 요건은 의료법이 아닌 간호법에서 정하겠다는 의사를 부칙에서나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아무리 간호법이 새로 생기더라도 간호법에는 없고 의료법에는 있는 각종 의료인에 대한 의무규정들도 간호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간호법안은 제6조에서 간호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규정하며 의료법 제8조의 결격사유 조항을 그야말로 그대로 옮겨왔다.

의료법 제8조는 '이 법 또는 여러 보건관련법령(생략)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은 경우' 일정 기간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또한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는 이미 의료인이 된 사람이 위 제8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은 간호사도 의료인이니 당연히 위 조항들의 적용을 받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었다.

그러나 간호법안 제6조가 위 의료법 제8조를 그대로 베끼면서 '이 법 또는 여러 보건관련법령' 부분까지 그대로 가져오고 보건관련법령 부분에 의료법은 추가하지 않는 바람에 '이 법', 즉 '간호법령' 에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는 경우에만 면허가 취소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즉, 간호사가 의료법을 위반해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도 전처럼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간호법안 제6조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적용되는 법률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법을 만들고 대통령령에 '의료법'을 추가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료법을 그대로 옮겨오며 의료인인 간호사가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를 빠뜨린 것과, 간호법안에는 벌칙규정이 없기에 '이 법'이라고 간호법안을 한정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러한 법률안이 본회의까지 부의되었다는 것을 볼 때 간호법안이 과연 신중하게 논의된 것이 맞는지 의아하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간호법안과 함께 본회의에 부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제8조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 범위를 보건의료관련 위반죄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어떤 사유로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는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간호법안 부칙은 의료법 제8조를 개정하여 간호사들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간호사는 다른 의료인들과 달리 보건의료관련 범죄(심지어 의료법은 제외됨)를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는 경우에만 면허가 취소되는 다소 이상한 결과가 도출된다. 

노령화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증대할 것은 명백히 예상되고 간호사의 역할은 분명히 확대될 것이다. 많은 간호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 해왔다는 사실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 훌륭한 인력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해결방안이 반드시 의료인의 한 축인 간호사를 의료법에서 분리하여 규정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지, 설사 분리가 필요하더라도 어떻게 규정해야 기존 의료법 및 다른 의료인들과 조화롭게 해석이 가능할지 보다 깊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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