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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하고 싶은 거 하다 보니" N잡러 창업가 김유현
"하고 싶은 거 하다 보니" N잡러 창업가 김유현
  •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3년) shlemj111@gmail.com
  • 승인 2023.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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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가정의학 전공...환자와의 틈 메우려 블로거·생활스포츠지도사·유튜버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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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주경야독형’ 투잡러는 의사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낮에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임상의사로서 활동하고 밤에는 사업가가 돼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김유현(차의과대학교 분당차병원 건강증진센터)도 그 중 하나다. [의협신문]은 네이버 블로거, 유튜버, 생활스포츠지도사, 그리고 현재 ‘비만주치의 같이건강’의 CEO로 임상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김유현’ 의사를 만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사’의 이미지와 달랐다. 그런 자유로움이 ‘김유현’의 장점이자 트레이드마크인 듯 하다.

ⓒ의협신문
의사 김유현 씨는 건강검진센터 임상의사와 비만주치의 같이건강 CEO로 활동하고 있다. ⓒ의협신문

Q.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와 전공을 정할 때 고려한 우선순위는?

전공을 정할 때 고려했던 것은 '가장 잘하는 것'과 '절대 하기 싫은 것'이었다.

나는 '중환자를 오래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고, 죽음을 봐야했던 것이나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러다보니 가정의학과와 응급의학과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고려해보았을 때 응급실보다 1차 진료현장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환자교육'으로 1차 진료환경에서 환자들에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만성질환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제공하는 점에서 나의 장점이 잘 발휘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호스피스 쪽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졸업 후 바로 수련을 받지 않았다. 일반의로 지내다 5년이 지나서 다시 수련을 받게 된 계기가 있나?

의과대학의 특성상 한 트랙에서 마치 낙오되는 것처럼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1년을 쉰다는 개념도 많이 없었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그 사람들과 오래 봐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산병원 인턴생활을 하게 되면서 1년만에 사람들과 잘 지내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언제든 수련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생겼고, 1차 진료를 생각했기 때문에 나에게 전문의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또 아산병원 인턴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의과대학 특유의 폐쇄성을 깨게 되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5년을 쉬게 됐다. 쉬는 동안 이론과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다르다는 한계를 느끼게 됐고, 비만치료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비만치료를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생겨 가정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

Q. 전형적인 N잡러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블로거', '생활스포츠지도사', '유튜버' 등 현재 하고 있는 N잡에 관해 소개 부탁한다.

솔직히 말하면 'N잡러'라는 표현이 맞는 것인가 싶다. 통상 '잡'이라고 칭할 때는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것인데 나 같은 경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경우는 서평단에 당첨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또 진료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블로그나 유튜브와 같은 컨텐츠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설명만 더해줘도 환자의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는데 진료시간 안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같은 경우는 의과대학 때나 대학병원에 있을 때 ‘건강증진’관련해서 배운 것이 부족해 영양과 운동, 그리고 노화에 따른 여러 변화를 조금 더 배워보고 싶어 자격증을 따게 됐다.

Q.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진료실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한계를 느끼게 됐다. '비만 진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한 명의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비만 치료에 대한 잘못된 방법과 괜찮은 방법의 구분이 어렵다. 실제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고 방법을 알아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

또 아는 분의 브랜딩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 부분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비만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비만 낙인의 해소를 장기적으로 목표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현재 창업과 임상의사를 병행하고 있다.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나?

솔직히 말하면 힘들다. 사업의 목표가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수익 목적보다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 시작했다. 의사로서 진료를 하지 않으면, 즉 활동을 하지 않으면 이론만 따라가기 어려워서 사업과 임상 의사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로서의 일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번에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키우기보다는 다양하고 꾸준한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유니콘 기업보다는 낙타 기업이라는 표현이 나의 사업과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협신문
김유현 ⓒ의협신문

Q. ‘비만주치의 같이건강’ 이라는 플랫폼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가.

비만치료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온라인 검색를 하다 보면 너무 많은 정보가 나오고 그 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를 구분할 능력이 없다. 의사들이 만든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고, 치료를 정확히 어디서 받을 수 있을지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다.

Q. 임상의사와 사업가를 병행하는 것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또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사업이나 플랫폼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사기도 당해봤다. 플랫폼 자체로 순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개발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큰 수익이 보장돼야 하고 나는 플랫폼 자체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은 기조로 꾸준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이 힘들었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나의 전문분야가 아닌 부분을 건드려서 힘들다. 두 번째로는 전문직종의 특징은 '내가 모르는 것을 맡기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의 경우에는 내가 모르는 분야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의사 창업'의 단점이자 장점인데 '잘 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좋은 의미라기 보다는 의사월급으로 사업금액을 계속 충당하기 때문이다.

Q. 의사로서 또 사업가로서 각각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솔직히 의사로서의 목표는 없고 '생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하지만 생업 외에도 '건강검진'을 통해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으로서는 비만이라는 질환과 비만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건강증진을 위한 비만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는 보건소와 지역자치센터에서 생활습관 관리 프로그램과 지역의원의 비만치료의 병행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비만관리 인력들을 대상으로 비만관리 교육을 시작했는데 조금 더 확산시켜 비만치료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비임상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는 의대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의사' 면허로 사업을 키워보고 싶다면 오히려 임상경험이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또 의사는 생각보다 발전이 없는 직업일 수도 있다. 했던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에 올인 하는 것과 의사라는 직업에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좀 다르다. 이 점을 염두했으면 한다.

실제로 불편을 경험해야 사업 아이템이 나오듯이, 일반의라도 일을 해보고 인턴이라도 경험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추가적으로 창업지원사업을 이용했으면 한다. '창업 실패횟수가 많을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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