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를 늘리면 '기피과'를 할거라고?
의사 수를 늘리면 '기피과'를 할거라고?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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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과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의료 정책 내 놓아야
<span class='searchWord'>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span>(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에서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응급질환에 대한 순환당직제, 소아 진료 기반 확충, 지역 수가 등 공공정책 수가, 의료인력 양성,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등이다.

개인적으로 '필수의료'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지만 이 문제는 차치하고, 일부는 환영할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에도 '의사 인력 확대'는 앵무새처럼 등장했다. 때 맞춰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의사수가 2035년에는 2만 7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를 내놓으면서, 의대 정원을 매년 1000명 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책임자는 "연간 1000명씩 늘리면, 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기피과로) 인력이 흘러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 놈의 OECD타령은 빠지지 않는다.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OECD평균은 3.7명인데, 우리나라는 2.5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정말 우리나라에 의료 인력 공급이 부족하다면 환자들이 쉽게 진료를 보기 어려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실시간으로 내과·가정의학과·소아과 등 일차진료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조그만 소도시 정도만 되어도 정형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이 널려 있고 웬만한 소수술(minor surgery)은 대기없이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 뿐 아니라 의사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의사를 당일에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응급수술이 아닌 이상 6개월∼1년쯤 기다리는 것도 예사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래 진료일수는 OECD 세계 최고이다. 의사가 부족한데 어떻게 가장 자주 진료를 받나? 일차진료, 경증질환 쪽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초과 공급된 의사인력은 오히려 미용 등 비필수적인 의료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중증, 응급 등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중증 질환 분야에서는 전임의 지원자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젊은 교수들도 대학병원을 떠나고 있다.

밤당직 등 너무나도 과중한 업무 부담, 의료 소송 위험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흉부외과에서 고난이도의 심장수술을 수년간 트레이닝한 전문의들이 상대적으로 편하고 수익이 되는 하지정맥 수술을 하는 개원가로 간다.

응급 개복 수술을 하던 외과 전문의들도 개원가에서 항문 질환 같은 비응급 수술을 위주로 하거나 미용 수술 쪽으로 가고, 분만을 하던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난임치료나 질성형 같은 분야로 빠지고 있다.

요새는 더 나아가 의대생들이 임상 수련 자체를 안 받고 있다. 의학 전문 대학원 제도로 바뀌면서 의사가 되는 연령 자체가 늦어지면서, 힘든 수련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기대 수익이 커진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이들을 흡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고, 의료사고 위험은 적고, 개인의 워라밸이 보장되는 미용 분야이다. 미용은 지금까지도 의사의 초과 공급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고,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날 분야이다 (오해를 막기 위해 이야기하면 개인적으로 미용의학도 현대사회에 점점 중요해지고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현재 같은 시스템에서 의대 정원을 늘이면 증가인원의 대다수는 미용분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집단적 결과는 전체 의료 시스템의 붕괴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보상이 더 많은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그게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현재 우리나라 기피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딱 몇 가지만 자문해 보면 된다.

당신의 자녀가 최상위의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해 오랜 공부와 수련을 거쳐서 의사가 됐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편하고 돈도 잘 버는 인기과를 할 수 없다면, 밤새 당직서면서 일하고 소송 위험에 시달리는 기피과를 하라고 추천할 것인가? 아니면 미용 같은 편하고 돈되는 비필수적인 분야를 하라고 추천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그럴 리는 없다고 보지만, 혹여라도 일각의 주장처럼 의사가 과잉 공급돼 경쟁에서 밀린 의사들이 기피과로 '흘러들어' 간다면 그건 바람직한가? 당신이 환자라면 소위 '실력이 부족해서' 심장수술·뇌수술·응급진료하는 의사를 만나고 싶은가? 

기피 분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제대로 된 보상이다. 지금 중증·응급·소아·분만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들이 비필수 분야로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게 현실을 만들어 놓고, 의사수를 늘여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나이브한 발상은 기가 찰 뿐이다.

그들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서 제대로 된 금전적 보상을 받고, 행복한 개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외에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미국 병원에서 십 수 명의 의사가 할 일을, 우리나라 병원은 단 몇 명이 할 뿐이다. 필수분야 부터라도 전문의들이 본래 배웠던 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피과 인기과는 원래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기피과라고 하는 흉부외과가 가장 인기과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적인 내과계열 의사들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보상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과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를 가진 분들이 의료 정책을 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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