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운 귀한 가르침
대학 일 학년 신열과 혈뇨
학교 보건소에 갔더니
감기 같은데 약 먹으면 괜찮아
그래도 나아지질 않아
대학병원 내과
신장병인 것 같은데
잘 먹고 잘 쉬어 약 잘 먹고
일 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아
이제 사타구니에 임파선이 붓는데요
그럼 외과를 가야지
일반외과
암인지 모르니 조직검사 해야 한데
보호자 없어 어찌할 바 모르다가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니 배 외쪽에 큰 흔적이 하나
신장결핵 같은데 비뇨기과 가보래
비뇨기과에서 결핵약 먹고 또 이 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아
틈틈이 찾아오는 통증은 오른쪽에 있는데
혹 신장결석 아닌가요? 요로조영 사진에 돌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이놈아 네가 뭘 알아 수술이나 받아
왼쪽 콩팥 절제한 후에도 나아지지 않자
신경성이나 정신병일지도 모르니 정신과 가보래
일 년간 면담치료 약물치료 효과가 없어
넌 방법이 없어 아픈 것 잘 다독거리며 함께 살아봐
본과 사 학년 시월 첫 월요일
신경과 임상 실습 돌다 갑자기 심해진 오른쪽 옆구리 쥐어짜는 통증
바로 이거야! 요관결석
아픔보다는 기쁨으로 터져 나온 통한의 눈물 가득
체외충격파로 결석을 제거한 그 순간부터
비로소 시작된 아픔과 눈물이 없는 장밋빛 인생
그러나
용서의 시간까지는 살아온 삶만큼이나 지나야 했다
몸으로 체득한 이 큰 가르침
환자 이야기 귀담아듣기
오만한 마음 내려놓고 늘 공부하기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2016년 월간 <시> 등단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