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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대법원 "의료과실 개연성만으로 업무상과실 인정 못해"
대법원 "의료과실 개연성만으로 업무상과실 인정 못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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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재판부, 의사가 시행한 주사치료와 상해 사정 인정 '유죄' 판단
대법원 "업무상과실치상죄서 '업무상과실' 인정기준·증명책임 법리 오해"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다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체적인 증명 없이 의사의 의료행위와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업무상과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의사는 2019년 7월 29일 오후 5시 30분경 B환자의 어깨부위에 주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손·주사기·환자의 피부를 충분히 소독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

또 주사부위에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감염시켜 B환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견관절, 극상근 및 극하근의 세균성 감염 등의 상해를 입게 했다.

원심 재판부(의정부지방법원)는 A의사의 맨손 주사 또는 알코올 솜 미사용·재사용 등의 사실이 인정되지는 않으나, A의사가 시행한 주사치료와 B환자의 상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A의사의 시술과 피해자(B환자)의 상해 발생 및 그 관련성, 시기 등의 사정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A의사는 원심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에 대한 인정기준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인정기준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대상이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했거나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평균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 사고 당시의 일반적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등 참조)"고 과거 판례를 인용했다.

또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도3450 판결, 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도6540 판결 등 참조)"면서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설령,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사망 등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한 바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의 존재 또는 그 업무상과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개연성 등 막연한 사정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의사가 시행한 주사치료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주사치료 과정에서 A의사가 맨손으로 주사했다거나 알코올 솜의 미사용·재사용, 오염된 주사기의 사용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의사의 업무상과실로 평가될 만한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안에서, A의사의 주사치료와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A의사의 업무상과실은 물론 그것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과실'의 인정기준과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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