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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리 의사' 양성관의 '빛나는' 작가 생활

'빛나리 의사' 양성관의 '빛나는' 작가 생활

  • 강민지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본과3년) shlemj111@gmail.com
  • 승인 2023.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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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거야 로시난테'부터 신작 '히틀러의 주치의들' 까지

 

스스로를 '빛나리 의사'라 칭하는 양성관(의정부 백병원 진료과장)은 벌써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다. 2008년 <달리는 거야 로시난테>(엉뚱발랄한 초보의사의 자전거 여행)부터 2020년 <의사의 생각>(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의사이야기), 그리고 지난달 발간된 <히틀러의 주치의들>들까지 소설과 수필 등 의사와 작가로서 삶 15년동안 끊임업이 글을 써왔다.  

브런치에서는 176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기도 하다. 책 1권을 만드는 데에는 1000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벌써 6권의 책을 출간하며 매일 진료실에서 수십 명의 환자를 보는 그의 이중생활(?)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청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먼저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또 전공을 택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둔 것이 무엇인가.

책으로 공부를 할 때는 정신과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실습을 돌며 정신과에 대한 마음도 철컹 하고 닫혔다. 내가 전공을 택할 때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한 장기만 보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사람 전체를 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응급의학과와 가정의학과 둘 중 고민했는데 처음에는 응급의학과가 매력적이었다. 단 번에 범인을 잡고, 즉시 해결을 하는 형사같달까? 하지만 응급실에서 술 취한 사람에게 몇 번 멱살을 잡히고 나니, 응급의학과 의사는 범인을 체포하고 제압할 수 있는 '형사'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가정의학과 의사가 됐다.

Q.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책을 출간하게 된 특별한 목적이 있었나?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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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책은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달리는거야 로시난테>라는 전국 자전거 여행기였다. 대학교때 여행과 책에 빠져 살았다. 방학이면 길 위에서, 학기 중에는 책 속에서 파묻혀 살았다.  맛 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문득 나도 요리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딱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나도 한 번 써 볼까?' 라는 생각 말이다. 

Q. 첫 책을 작성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
단행본의 경우, A4 용지 100장 정도 분량인데, 자료 조사 및 초고를 쓰는데 한 장에 4~5시간. 500시간. 퇴고 및 이것 저것하면, 책 한권에 총 천 시간 정도 든다.

Q.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을 짓는 센스가 돋보였던 것 같다. 제 제목을 어떻게 지어나 하는 고민하는 작가지망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가.
사람의 첫 인상은 3초안에 결정된다. 소개팅이나 미팅을 하면 우리는 그 3초만에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은 물론이고, 그 사람을 더 만나볼 지, 앞으로 다시는 안 볼지 결정한다. 그걸 알기에 만남에 앞서 신중하게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신발마저 세심하게 선택한다. 글을 읽는다는 것 또한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글에서 첫인상은 제목이다. 소개팅을 할 때, 외모와 복장에 신경 쓰는 것만큼이나 제목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Q. 작가로서, 의사로서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또 작가와 의사 중 만약 한 직업만을 선택해야한다면 혹시 어떤 직업을 조금 더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지.
작가로서의 목표는 내 목숨보다 오래 남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 '필멸의 인간으로 불멸의 작품을 남기는 것.' 모든 의사가 남들은 고치지 못하는데, 나만 고칠 수 있는 명의가 되는 것이 꿈인 것처럼 말이다. 

현재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저에게 작가는 이상이고, 의사는 현실이다. 지금으로서는 의사로서의 수입이 작가로서의 수입보다 많기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의사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음 책, 또는 다다음책이 대박난다면 그 때는 작가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저도 요즘 책 읽는 것만큼 유튜브와 SNS를 하면서 영상과 사진을 본다. 훌륭한 영상은 스토리로부터 출발하고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된다. 좋은 책은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된다. 말과 글은 모든 매체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글과 책을 안 읽는다고 풍토나 사람들을 원망하기보다, 더 좋은 글과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Q. 의사로서의 어떤 경험들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는가. 구체적인 일화나 예시를 알려준다면.
나는 졸작 <너의 아픔, 나의 슬픔>에서 환자가 사망하자, 가족들이 우는 것을 쓴 적이 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가족들의 울음은 얕은 숨을 넘지 못했다. 길고 느린 울음 끝에 짧고 빠른 숨이 들어왔다. 산 자는 울기 위해 숨을 쉬어야 했고, 숨쉬기 위해 울어야 했다. 숨이 나간 곳으로 울음이 들어왔고, 울음이 나간 곳으로 숨이 들어왔다. 이 하얀 병실에서 어깨를 들썩이지 않는 자는 단 두 명이었으니 한 명은 숨을 쉬는 나였고, 다른 한 명은 숨을 쉬지 않는 고인이었다." 
의사는 '죽음'을 직접 겪는다. 죽는 건 환자지만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기에 의사가 가장 생생하게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재판을 참관하는 것처럼 만약 죽음을 참관할 수 있다면 수 많은 작가들이 몰려올 것이다. 
작가는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경험 모든 것을 녹여서 쓴다. 대학교 때 생계를 위해 과외를 많이 했는데, 과거의 선생이었던 것이 지금은 의사로서 어려운 질환을 환자들에게 쉽게 설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 단, 자신이 그것을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Q. 글쓰기 소재는 어떻게 찾나, 메모 같은 습관도 있나.
글쓰기 소재는 3평 남짓한 진료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환자인 동시에 생생한, 동시에 끊임없이 샘솟는 내 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메모는 거의 모든 곳에 하는데, 최신 트렌드를 따라 핸드폰의 메모장과 녹음기를 이용한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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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See it. Do it. Teach it.  보고, 하고, 가르쳐라. 마찬가지다. 먼저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읽는 것은 '책'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조건 읽고 쓴다고해서 글쓰는 능력이 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사실 의사로서의 마음 가짐이기도 하다. '보고, 하고, 가르쳐라.'  글도 마찬가지다. 일단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자신도 쓰고, 가르쳐라.  무조건 읽고 쓴다고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는 꽤 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40년 넘게 요리를 해 오셨지만, 요리를 못하신다. 특히 간을 잘 못 맞추신다.  "어머니, 된장국이 좀 짜요."라고 하면, 어머니는 "조선 된장이라 원래 짜다."고 말씀하시고, "어머니, 된장국이 싱거워요."라고 하면,  "건강을 생각해서 싱겁게 했다"고 하신다.  우리 어머니의 요리 실력이 왜 늘지 않는지 충분히 설명한 것 같다.

Q. 출간작가가 되기 위해서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문을 두들긴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요즘에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많이 보기도 하고, 또 직접 출간한 책 대신 브런치나 블로그와 같은 SNS를 통해 글을 읽기도 하는데 꼭 '출간작가' 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첫 책을 낼 때만 해도, 지금처럼 브런치나 SNS가 없었다. 그리고 브런치 같은 경우 최신 글인<의사인 내가 수면내시경을 받지 않는 이유>가 다음 메인에 올라오면서 15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남는 것은 조회수뿐이었다. 영화배우가 영화와 광고로 먹고 산다면, 작가는 책과 강연으로 먹고 산다. 영화가 나오면, 부지런히 무대인사를 다니는 영화배우처럼, 작가도 부지런히 책을 홍보하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Q. 의사가 글을 쓴다면 환자에 대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환자의 상황을 그대로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는 환자가 그 글을 보고 자신의 사례임을 직감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사연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완전히 바꾸는 것은 오히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께서 환자와의 이야기를 작성할 때에는 어떤 점에 유의하시는지, 또 어떤 기준을 갖고 변형시키거나 그대로 작성하시는지도 궁금하다.
환자뿐 아니라, 친구나 지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사전에 동의를 구한다. 다들 자기 이야기라고 하면 흔쾌히 허락을 해준다. 환자에 대해서 쓸 때는 그런 경우를 대비해 10 중에 2~3 정도를 바꾼다. 설령 환자가 제 글을 읽고 자기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나의 진심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직 제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서 (환자로 부터 항의 등)그런 적은 없었다. (웃음)

Q. 선생님의 글은 대부분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보다는 '수필'에 가까워 보이는데 혹시 다른 장르의 글을 써 보실 생각도 있나. 
 이번에 나오는 책이  <히틀러의 주치의들>이다. 역사, 인문, 의학 교양서다. 권력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질병과 의사에 관한 책이다. 기대해도 좋다. 다음 책은 우리 몸에 대한 안내서를 준비하고 있다.  의사라 그런지 픽션보다는 논픽션이 더 맞는 것 같긴 하다.(이 인터뷰는 히틀러의 주치의들이 출간되기 전에 이뤄졌다.)

Q. 요즘은 글보다는 영상이나 사진을 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영상의 길이도 짧은 것이 더 유행하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긴 글은 비주류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저도 요즘 책 읽는 것만큼 유튜브와 SNS를 하면서 영상과 사진을 본다. 훌륭한 영상은 스토리로부터 출발하고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된다. 좋은 책은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된다. 말과 글은 모든 매체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글과 책을 안 읽는다고 풍토나 사람들을 원망하기보다, 더 좋은 글과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양성관 작가에 따르면 '처음에 봉합할 때에는 손을 벌벌 떨지만 나중에는 눈감고도 할 수 있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엄청 걸리는 일들도 결국에는 쉬워지는 것일까? 나에게도 의학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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