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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5:39 (금)
악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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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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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지옥 같은 날이었어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 있지 오촉짜리 알전구, 어두운 홍등가에나 있음직한 그 불빛 아래서 나도 당했어 그래도 리즈시절이 없었냐고? 뽕 같은 시절이 있었지 하필이면 뽕나무 밭이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미쳤지 살랑거리는 휘파람 소리가 나를 구원할 환청으로 들렸다니까 봄날은 오래 가지 않았어 뽕잎은 한 철을 버티지 못하고 벌레처럼 변해 버렸지 부드럽던 새 순마저 우악스런 가시로 바뀌었으니까 그렇게 한평생이 지나갔어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내 손목을 끌어당기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미칠 지경이야 중풍 맞은 영감탱이 곁에 갈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데 자꾸 피하다가 해코지라도 하면 어쩔거야 문지방 넘을 힘도 없는 번데기 주제에 나 원 참, 팔팔한 스무 살 언저리에서 팔순이 된 지금까지 이러는데 더는 참을 수 없어 오죽하면 젊은 의사 양반한테 이렇게 하소연 하겠어 미안하지만 그 약 좀 처방해줘 노인정에서 그러던데 의사 처방 받아야 구할 수 있다고 그래 맞아 정력감퇴제 근데 이런 말하는 내가 주책이지 또 나한테만 이상하다고 그러겠지 팔다리가 결리고 온몸이 쑤시는 건 순전히 날씨 탓이겠지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자식들한테는 꼭 비밀로 해 줘 의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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