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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醫와 義...두 개의 ‘의’로 세상을 바로 세우는 장준혁 검사
醫와 義...두 개의 ‘의’로 세상을 바로 세우는 장준혁 검사
  • 이준승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 의예과) arryn2022@cku.ac.kr
  • 승인 20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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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의학 역할 커"...전문검사로서 법률적인 의학 자문
의약사건, 새롭거나 법리 확립되지 않아 어려움 많지만 그게 '매력'

 

의업(醫業)과 정의(正義)의 길을 걷는 장준혁 검사. 그는 경북의대에서 수련을 마치고 임상 현장에서 활동하던 의사였다. 그러다 검사가 되고자 마음 먹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영남제분 사모님 허위진단서를 통한 형집행정지사건, 가수 신해철 의료과오 사망 사건, 안동 산모 및 태아 사망사건 등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여러 의료 관련 사건·사고들을 맡았던 그는 현재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식품의약안전부 검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공인전문검사 제도인 '블루벨트' 인증을 받은 검찰 내 몇 안 되는 의사 출신 검사다. 지난 연말 저녁, 서울 마포구 소재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향했다. 출입증을 건네받고 청사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던 학생 기자를, 손에 빵과 탄산수를 든 채 길을 이끈 것은 장준혁 검사였다. 그에게선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검사의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보다는 사뭇 다정하고 친절한 모습이 먼저 느껴졌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의사에서 검사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자산이 검사로 재직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을까요?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내과 의사로 임상에 머무르며 의사결정을 한다든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노하우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하우들은 검사로 재직하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의학지식이 있으면 직접 의학 언어를 해석하면서 기록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직접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도 의학 언어를 이해하고 어디에 자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찾아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장에서도 주요 사건이 발생하거나 법률적인 의학 자문이 필요한 경우 먼저 제가 자문하거나 검토합니다. 전국적인 사건의 경우 파견도 많이 나가 방향키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Q. 어떻게 검사가 되는 것을 꿈꾸게 되었나요? 검사가 된 이후 느끼는 검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여검시관 히카루'라는 오래된 만화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어렸을 때 보며 죽은 사람의 소리를 들어주는 의사, 증거를 찾는 의사인 법의학자의 꿈을 꾸었습니다. 아쉽게도 법의학자의 길은 이루지 못했지만,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검사의 길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의사로 생활하는 동안 의학용어, 지식을 설명하면서 의료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잘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검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주변 동료 의사들의 권유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후 로스쿨을 거쳐 의사 출신 검사가 됐습니다. 법의학자의 꿈도 검사가 된 이후 학위를 받으며 이루게 되었습니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정의에 부합하는 일을 합니다. 현대판 정의의 사도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 떳떳하고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고, 일이 다채롭습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일을 계속 경험한다는 특징이 검사라는 직업을 상당히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진로를 선택할까요?

제 철학이 대단한 철학가나 그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진 않지만, 긍정적으로 일단 해보자,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주변에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항상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돌아가도 같은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검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살지 못한 것을 많이 후회했을 것 같아요. 다만 무언가를 하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 해보고 싶었던 것은 놓치지 않고 도전할 것 같습니다.

Q. 의약 분야 사건에 몸담고 계시는데, 이 분야의 업무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의료과오, 제약회사 관련사건 등 제가 몸담고 있는 현장은 사건의 흐름이 아예 새롭거나 법리가 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의약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매우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증거확보가 곤란하고 왜곡 가능성이 남아 있어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혐의 유무 확정시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난도 상승에 한 몫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전문검사 양성의 필요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Q. 검사도 '전문검사'가 있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어떻게 양성하고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전문검사는 현재 공인전문검사를 뜻하는 '블루벨트' 제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의사에 전문의가 있듯이, 검사 중에 특별한 분야나 사건을 전문으로 잘 다루는 검사를 인증해주는 제도입니다. 전문 검사가 되면 관할이 아닌 사건을 이송 받아 수사할 수 있고, 타 사건에 대해 조언, 자문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정하고 수 년간 다양한 사건을 하면서 수련을 쌓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최종적으로 공인전문검사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해당 분야 사건 처리 경험 실적, 자격증, 연구논문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합니다. 또 일종의 공적조서(정부나 단체에서 어떤 사람에게 상을 줄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서류 양식)를 작성해서 상신(윗사람이나 관청 등의 일에 대한 의견이나 사정 따위를 말이나 글로 보고함)하고 통과해야 합니다.

의약 분야 전문검사인 만큼 많은 의료 관련 사건들이 집중됩니다. 어려운 분야인 만큼 기록이 두껍고 해결이 잘 안되며, 피해자의 사망, 의사의 면허 문제, 손해배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다만 일이 재미있고 보람이 있습니다. 만약 일이 재미없고 누군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라면 저는 절대 못 할 것 같습니다. 새벽에 기록을 읽다가 반짝거리는 새로운 단서가 보일 때 가슴에 울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Q. 많은 의약 분야 사건을 맡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맡으면 내가 풀 수 있는 숙제라는 마음가짐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합니다. 과실을 찾기가 어렵고 과실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의료사건의 경우 기소보단 불기소 사건의 비율이 높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치료감호를 받아낸 마약사범 사건입니다. 치료를 받다가 '감옥 대신 먼저 치료를 보내줘서 고맙다'라는 편지를 받았던 사건입니다. 그 편지는 아직도 지갑에 끼워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회복적 사법’이라고 하는데, 당시 5~6명 이상을 손이 많이 가더라도 직접 치료감호를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치료감호를 하고 재범을 방지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검사가 되고 싶어 하는 의사, 의대생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검찰 내에 의사 출신 검사로 새로 들어오는 선생님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고 기회비용이 큽니다. 더욱이 과거보다 점점 더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명 의식이나 '검사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지속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왜 검사가 되고 싶은지 먼저 확실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기회비용을 다 지불하더라도 꿈이 명확하면, (도전)하면 됩니다. 만약 검사를 꿈꾸고 있다면, 임상을 경험해보는 편이 일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장시간 인터뷰 말미에 장준혁 검사는 의료계 전반의 동정과 최신 이슈를 아우르는 [의협신문]의 애독자 임을 밝혔다. 아울러 의료계와 법조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협신문] 독자들이 더 건강하고, 하는 일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했다. 본인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의약 분야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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